[Opinion] 굿 윌 헌팅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영화]

정말 나를 떠나가지 않을 자신이 있어?
글 입력 2020.12.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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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 '윌'은 세계 최고의 공대 MIT에서 일하는 청소부였다. 하루를 마치면 그날 번 돈을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탕진하는 그에게 안정적인 미래라고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윌은 한 교수가 복도 칠판에 써 놓은 난제를 발견한다. 그리고 최고의 교육을 받은 MIT 학생들마저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그 자리에서 써 내려간다. 출제자였던 교수 '램보'는 그 문제를 푼 것이 학교의 청소부, 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를 심리 상담사이자 전 동료였던 '숀'에게 데려간다.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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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에게는 유년 시절의 상처가 있었다. 그는 여러 차례 학대와 파양을 겪고 보란 듯이 반항적인 삶을 살았다. 숀은 윌의 내면에 잠재된 아픔을 알아차리고 그가 아무리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도 말없이 진정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윌은 자연스럽게 숀에게 마음을 열었다.

 

단지 시비조의 질문을 던지는 것뿐이었지만, 주위 것들에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던 윌에게는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한 관심의 표현이었다. 그제야 숀은 윌을 데리고 근처 호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상담을 시작한다. 치료라기보다는 윌의 생각과 감정을 묻는 지극히 단순한 대화였지만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일방적으로 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던 숀은 마찬가지로 상처 입은 사람이었다. 윌의 무모함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고, 윌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은 결국 본인을 겨냥한 말들이기도 했다. 사실 숀도 윌과 같이 내면에 간직하고 있던 아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단지 오랜 시간이 지나 점차 무뎌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줄 만큼 무던해진 것이다.

 

 

인간은 서로 불완전한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둘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숀은 점차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이성을 잃기도 한다. 단지 살아가야 하므로 묻어두었던 아픔을 윌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타인에게서 위로받을 수 없게 되면,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상대방을 돌봄으로써 스스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픔은 없어지지 않을지언정 희미해진다.

 

 

 

나보다 행복한 내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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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윌은 운이 좋았다.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명석함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들이 주어졌다. 그러나 윌의 단짝 친구 '처키'는 달랐다. 두 사람은 항상 어울려 다니며 하루 동안 번 돈을 전부 유흥비로 탕진하는 삶을 살지만, 그는 자신에게 없는 윌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비록 윌이 자신을 떠나게 되더라도, 더 나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젠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안녕이란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네가 떠났을 때라고. 적어도 그 순간만은 행복할거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그만큼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반면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려면, 최소한 내가 그 사람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동반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처키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단짝 친구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심지어 윌은 본인이 특별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다.


그러나 처키는 윌에게 더 나은 삶을 권함으로써 자신이 친구보다 못하다는 사실, 즉 스스로 가진 결핍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그는 윌의 삶에 본인이 없어도 좋으니 어디서든 친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바랐다. 처키는 윌이 아무런 말도 없이 친구들 곁을 떠났을 때 진심으로 기뻐했다.

 

친구가 자신과 멀어져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정은 본연의 열등감보다 강했다.

 

 

 

변하지 않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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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윌은 과거에 사랑한 이들로부터 버림받는 과정을 수도 없이 겪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또다시 상처받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애정어린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는 숀에게, 그리고 그의 연인 스카일라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일부러 마음에 없는 모진 말들을 내뱉어 밀어냈다.


그러나 그들은 윌에게 보였던 진심을 끝까지 거두지 않았다. 스카일라는 떠나는 순간에도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숀은 고의로 자신의 상처를 건드리는 윌을 도리어 안아주며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위로했다. 결국 윌은 눈물을 터뜨리며 자신은 사실 또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해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 애는 남이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워서 자기한테서 떠나가게 만들고 있어

 


인상 깊게 읽은 웹툰 '가담항설'에서는 '상황이 진심을 압도한다'는 말에 '내가 너의 변하지 않는 진심이 되겠다'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나온다. 윌은 단지 자기 방어의 기제로 주위 사람들을 시험해 봤던 것이다. 이렇게 모질게 굴어도 자신을 떠나지 않을 수 있냐고, 내가 당신들이 바라는 모습과 달라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결국 그런데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다. 마주하기 외면했을 뿐, 생각보다 많았다. 윌을 울린 숀 교수의 말처럼 그것은 윌의 잘못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진심을 가장한 거짓이었을 뿐이다. 끊임없는 자기혐오에 빠져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규정지었던 윌은 결국 살아가는 용기를 배웠다. 원하는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했던 스카일라를 찾아 떠났다. 비로소 자신의 행복을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 한 마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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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는 생각보다 더 강렬하다.

 

그것은 분명 묻고 살았던 나의 아픔을 달래어 줄 수도, 혹은 공허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가슴에 불씨가 되어 타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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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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