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각자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것 -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도서]

글 입력 2020.12.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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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나에게 큰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어딘가 콱 메인 듯한 먹먹함, 감동과 안타까움, 주인공을 향한 애정이 뒤섞여 ‘내가 책을 읽고 울 수도 있구나’라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을 감상평에 담아낼 때에는, 어떻게 내가 느꼈던 것들을 부족함 없이 충분하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충격을 반감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줄거리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밝히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떠올랐던 소재들 중 남는 것은 하나였다. 바로 ‘이해’에 대한 것.

 

 

 

각자의 사정



‘각자의 사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악역에게도 사연은 있듯, 누군가가 미워질 때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미운 감정은 많이 사라진다. 상대의 입장에서 변론을 해보고, ‘그럴 수 있다’라고 되뇌는 것은 누군가가 미워질 때마다 내가 습관처럼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아무리 이해가 가도 마음으로는 도저히 미워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상대도 있다. 그럴 땐 하는 수없이 시간이 흘러 그 일이 잊히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굉장히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이해를 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아무래도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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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동구는 남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법을 누구보다 빨리 터득한 아이이다. 정겨운 이름만큼 귀여운 동구는 초등학생답지 않게 성숙하고, 눈치도 빠르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동구는 부모님, 동생 영주, 할머니와 한 집에서 산다. 영주가 태어나면서 그나마 집에 활기와 웃음이 돌기 시작했지만, 동구네 집안은 원체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고 대부분 그 원인은 할머니이다.

 

가부장제의 결정체인 할머니는 욕 없이는 말을 못 하고, 성질이 더럽고 심술궂으며, 안하무인에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할머니의 가장 큰 희생양은 동구의 엄마이며 책을 읽던 나도 당장 찾아가서 말리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정도로 매일같이 엄마를 괴롭힌다.

 

이런 할머니를 이해하는 것은 동구로서 무척 힘든 일이었겠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할머니를 이해하고 할머니의 마지막 ‘희망’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동구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의 사정을 헤아리고 기꺼이 희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첫사랑인 박영은 선생님 덕분이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에게 남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법을 가르쳐주며 이해하기 힘든 사람일수록 정성을 다해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선한 마음씨를 가진 동구이지만,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동구에게 평생에 걸친 트라우마를 줄 수도, 엇나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구가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선생님의 지도는 훗날 동구가 방황하지 않도록 잘 이끌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동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자기 자신이 아닌 할머니를 위해 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어린 시절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견뎌내어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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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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