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영화]

글 입력 2020.12.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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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셋, 운명처럼 우리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열일곱, 우리에게도 첫사랑이 생겼다.

스물, 어른이 된다는 건 이별을 배우는 것이었다.

스물셋, 널 나보다 사랑할 수 없음에 낙담했다.

스물일곱, 너를 그리워했다."

 

 

칠월과 안생. 나는 주동우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안생 캐릭터가 참 좋았다. 솔직해서.

 

솔직함이 얼굴에 민망할 정도로 배겨있었다. 아마도 칠월은 안생의 솔직함을 부러워했고,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너졌고, 질투했던 것이 아닐까. 누구나 친한 친구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칠월과 안생의 미묘한 감정들의 싸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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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생을 자신만큼 사랑할 수 없어 실망했고 인생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없음에 낙담했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원래 이런 것이란걸.

 


안생과 칠월은 13살부터 함께한다. 누구보다 친하고 막역한 사이로 10대를 보낸다. 하지만, 그들에게 조금씩 서로에게 차마 꺼내놓지 못하는 진심과 비밀이 생기며 그 조그만 틈으로 균열이 일어난다.

 

생각해보면 나도 줄곧 친구사이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아마 영화 <써니>,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본 후 였었던 것 같다. 나도 저런 친구들을 가져야지! 라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면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되어도 한결같이 옆에서 모든 걸 나누는 아주 절친한 친구로 남자!' 라는 약속을 받아내곤 했었다. 혹은 그런 말들을 편지에 꾹꾹 담아 주기도 했었다.

 

마치 우정의 증표라도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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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친구들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변한게 아니라 우리는 줄곧 그저 친구들을 나만큼 사랑할 수 없었고, 내 모든 것을 나눌 수 없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엔 아주 자신있게 우리는 영원한 친구가 되자!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순수했고, 예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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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다 속은 참 잘 감춰. 근데 넌 티가 나. 진짜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걸 남들이 눈치 못 채게 해. 넌 너무 바보 같아. 언제나 무게만 잡고 감추지도 못했어.

 


칠월이 안생에게 하는 말. 언뜻보면 안생의 단점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칠월은 안생을 닮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칠월은 겉으로는 안정과 평범함을 추구했다. 좋은 성적을 유지해 괜찮은 대학교, 직장을 들어가고,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는 그런 삶. 하지만 자신과 가장 가깝게 지낸 안생은 너무도 달랐다. 자유로웠고, 두려움이 없었다.


칠월과 안생이 다투는 장면에서 나눈 대화를 가져와보면,

 

안생 : 가명 데리고 가. 너랑 가명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난 당연히 너야.

칠월 : 자신을 속이지 마. 알겠어?

안생 : 난 항상 네게 양보했어.

칠월 : 양보했다고? 그럴 자격이나 돼? 나 아니면 누가 너랑 친구하겠어? 집에 안데려갔으면 누가 널 신경이나 썼을까? 네가 가진 모든 것 다 내가 준거야. 근데 빼앗겠다고? 네가 감히?

안생 :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칠월 : 네가 이렇게 만든 거지.


이 순간 칠월이 가지고 있던 안생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했던 것 같다. 안생의 자유로움과 솔직함은 언제나 칠월을 자극해왔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안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칠월이 가진 평범한 가정과 안정감에서 열등감 혹은 질투 혹은 부러움을 느꼈다.

 

즉, 그녀들은 서로에게 열등감과 애정, 그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친구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가졌고, 동시에 애정을 느꼈고, 그리움을 느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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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던 칠월은 알았다. 언젠가 뒤돌아 봤을 때 자기 그림자를 밟고 있는 이는 분명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안생이라는 것을

 


영화의 후반부는 참 인상깊었다. 마치 안생과 칠월의 삶이 뒤바뀐듯한 이야기와 연출이었다. (아이가 죽고, 칠월은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안생은 정착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칠월이 아닌 '칠월'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안생이 써내려간 이야기였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내가 어디서 봤는데,

만약에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은 멀리 떠나지 않는대."

 

아마 안생은 이렇게 자신이 칠월의 그림자를 밟으며 칠월을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떠돌던 칠월은 알았다. 언젠가 뒤돌아 봤을 때 자기 그림자를 밟고 있는 이는 분명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안생이라는 것을" 이라는 내레이션이 꼭 "떠돌던 안생은 알았다. 언젠가 뒤돌아 봤을 때 자기 그림자를 밟고 있는 이는 분명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칠월이라는 것을" 처럼 들렸다.


그토록 자유로웠던 여행자 안생이 칠월의 아이를 키우며 칠월을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글을 써내려가는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정의 민낯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는 결국 그 안에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우정을 보여주었다.

 

나에게 우정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나에게 우정은 어떤 의미가 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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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바다야.

배와 술집은 비슷해.

모두 스쳐지나가지.

 

-안생의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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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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