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겨울 속 따뜻한 문답, 전문필진 2번째 모임

어떤 태도로 삶의 방향성을 결정짓고 있나요?
글 입력 2020.12.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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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격상으로 아무래도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졌다. 온라인으로 개별질문과 공통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부쩍 추워진 날씨 속에서 차 한 잔을 먹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 참 따뜻했다.

 


Q. 요즘 어떤 ‘쓸모’에 주목하고 계시나요?

 

쓸모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렇다. ‘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글을 쓸 때 ‘쓸모의 일기’라는 머리글을 붙이는데 사실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싶어 선택한 이름이었다. 언젠가 수업 시간에 시나 소설 같은 문학 따위는 쓸모없는 감자 나부랭이와 같은 것이라는 문장을 읽었고 그에 대해 정말로 쓸모없다, 그렇지만 쓸모없으므로 그 안에서 미학이 생길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겉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야말로 오히려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이고 쓸모 있는 것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된 가치들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요즘에는 마음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다.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겨본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하고 싶은지. 마음에 따라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다른 결을 가진다. 그래서 계속해서 내 마음은 어떠한지 나는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들여다보는 일의 쓸모에 주목하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의 폭력성은 무엇이었나요?

 

학교의 교육의 많은 부분에서 나는 그것이 나에게 폭력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에 대해 배우는 동안 내가 가진 주체성과 다양성이 그른 것, 잘못된 것으로 여겨졌고 내 정체성은 불결한 것, 청결해야 하는 것, 조용할 것으로 프레임 씌워졌다. 그것들은 기억에 남아있다기보다는 뇌리에 박히고 나의 태도에도 스며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것을 답습하고 되풀이한다. 무엇보다 선생과 학생 사이의 위계에서 그것들이 이루어졌다.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다. 돌아오는 공항 안에서 선생님이 큰 소리로 욕을 내뱉으면서 와인병을 바닥에 내리꽂았고 내 신발 위로 와인과 유리 조각이 튀었다. 여행 가이드가 길을 잘못 알려주었다는 이유였다. 수업 시간에는 반지와 목걸이를 하면 뺨을 때렸다. 선생님은 뺨을 때린 학생의 귀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고막이 터져서 그런 거였다 등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웃으며 늘어놓았다. 머리를 잡고 책상으로 던지고 배를 발로 차고 바닥에 아무 미동도 없이 쓰려져 있던 친구와 경찰차 소리가 생생하다. 레깅스를 신으면 걸레, 창녀 소리를 들었고 무대 위에 남학생이 올라오면 문란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학교가 안전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는 그 길밖에 없는 줄 알았다. 나만 더 노력하면 잘 해결될 것만 같았다. 이제는 공동체의 안락함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함의 중요성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 수없이 많은 폭력의 기억들을 딛고 더욱 안전한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려 한다.

 

 

Q. 최근 가장 큰 폭력의 요인으로 다가오는 사회적 사건이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상 곳곳의 언어 속에 폭력이 숨어 있다.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폭력’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다른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 나는 ‘폭력’을 자신과 타인의 내면 느낌과 욕구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것을 숨죽이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 다시 말해 희생이야말로 자신에게 폭력적이다.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애써 모른척하는 것은 결국 자신뿐 아니라 상대와 그 관계 전반에서 갈등을 만든다. 원망을 낳는다. 나는 이렇게 잘 해줬는데 너는 어떻게 나한테 그래.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다면 왜 불편한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 또는 공동체는 그것을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욕구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욕구도 중요하고, 상대의 욕구가 중요한 만큼 나의 욕구 또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매번 상기하려 애쓴다.

 

“나는 너한테 잘 해주려고 하는데 너는 나한테 왜 그래?”라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건 상호성과 애정, 소속감 등의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상대의 행동에 의해 채워지거나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가 저 말을 들었을 때 곤혹스럽고, 난처하고, 답답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지 상대의 탓이거나 상대방 때문이 아니다. 말이라는 게 아무리 마주 보고 앉아서 나눠도 그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고 마음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보다 큰 폭력으로 서로를 찌를 수 있으니까.

 

 

Q. 요즘 들어 특별히 공부하거나 배워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다. 차, 보드, 기타, 북, 불어, 뜨개질. 이 중에서 시도해본 것은 아직 불어와 뜨개질 뿐이지만 그 순간 자체에 몰입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내가 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몰입의 순간에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시간과 공간, 다른 생각들에서 벗어나 온전히 순간에 집중하는 감각들로 채워지는 하루에서 충만함을 느낀다. 후에는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수다 떠는 자리와 시간도 마련해보고 싶다.

 

 

Q. 스스로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삶의 방향성을 결정짓고 있는지? 요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을 온전히 주고, 마음을 온전히 받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눴다. 그 시간 내내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일상의 곳곳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의 멋짐에 대해 떠올리고 싶다. 그 따스한 온기로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용기를 주고 싶다. 나와 내 친구들이 안전했으면 한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가 결국에는 연결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의식하는 순간들을 함께 마주하고 싶다.

 

 

Q. 글을 쓸 때 꼭 지키는 원칙이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꼭 지키는 원칙이나 방법은 없다. 요즘 글을 쓸 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주변 자료를 찾지 않고 온전한 내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내 안의 이야기를 쓰지 않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자료들을 찾고 그것을 정리해서 정보들을 가득 담아둔 글은 쓰는 순간에 재미도 없을뿐더러 쓴 뒤에 기억에 남는 것도, 정말로 내가 쓴 글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 것 같다.

 

반대로 어떠한 정보도 찾지 않고 내면의 이야기로 글을 채우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평소에 글감들을 많이 찾아두려고 하는 편이다. 글감은 스쳐 지나가다 읽었던 문장이 될 수도 있고, 작은 경험일 수도, 영화나 친구와의 소소한 대화에도 있다. 이것들을 잘 잡아두었다가 글을 쓸 때 꺼내어 더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에 익숙해지려고, 그래서 더 맛있는 글을 써내고 싶은 마음이다.

 

 

Q. 요즘 꽂힌 디저트가 있다면?

 

최근까지는 뻥튀기를 너무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먹었다. 치과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뻥튀기 가게가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제일 최근에 먹은 디저트 중에 감탄했던 것은 감자떡.

 

올해 기억에 남는 디저트는 올리브 치아바타와 어니언 베이글. 봄에는 감자전을 자주 해먹었고 여름에는 수박 주스, 가을에는 감과 청귤청, 겨울에는 귤과 살구잼 바른 베이글.

 

디저트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얼마 전에 과일로 토핑 된 피자를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도우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귤, 바나나, 바나나 위에 시나몬, 사과, 올리브를 올린다. 무슨 조합이지 싶다가도 한입 먹으면 멈출 수 없는. 거기다가 짜이티를 마셔주면 완벽한 마무리.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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