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한함 속에서 빛나는 가치 -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도서]

명화 속 죽음을 통해 깨닫는 삶의 가치
글 입력 2020.12.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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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되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아무도 믿질 않는다 말이야. 만약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텐데. 다시 말하면 일단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네.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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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것. 늘 우리 곁을 맴돌지만 자주 잊히거나, 모른 척 되는 것. 누구라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는 것. 바로 죽음이다.

 

우리들에게 죽음이 주는 것이 단지 두려움이나 그리움만은 아닐지 모른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캔버스 위에 죽음을 그려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을 통해 위안을 얻고 오늘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찾아낼 수 있었던 걸까?

 

책 <죽음을 그림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는 24명의 예술가가 그린 24점의 명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조명한다. 책에서는 죽음에 말 걸며 알아가기(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으로 인해 선명해지는 삶(죽음을 기억하라),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죽음이 남기고 간 것들)이라는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죽음에 대한 예술가들의 해석을 전한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마다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나의 그림 속 죽음 이야기' 챕터가 준비되어 있어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고찰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작품들을 통해서 어떻게 죽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로미오와줄리엣의시신위에서화해하는.jpg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하나로 원한이 깊은 두 가문, 캐플렛 가와 몬터규 가의 갈등으로 희생된 두 젊은 남녀의 죽음을 그린 이야기이다. 영국의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은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장면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신 위에서 화해하는 캐플렛과 몬터규>라는 작품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을 통해 죽음이 그려내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 죽음 앞에서 우리의 이기심과 분노와 미움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나약한 감정인지를 잠든 것처럼 고요히 눈 감은 두 시신 앞에서 화해하는 이 장면을 통해 깨닫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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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스페인 화가 이그나시오 데 리에스가 그린 <생명의 나무>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뜻 푸르러 보이는 나무 위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낫을 들고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것처럼 보이는 해골과 악마, 그리고 나무에 매달린 작은 종을 쳐 사람들에게 위기를 알리려는 한 남성이 서 있다.

 

푸르른 잎새 위에 앉아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한 치 앞을 모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꼭 머나먼 미래를 미리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죽음이란 필연적이며 따라서 지금 당장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것은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를 통해 더 소중하고, 떠나보내기에 아깝지 않은,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지금 당장 눈 앞에 주어진 일들에 몰두하느라 바쁘겠지만 틈틈이 고개를 들어 우리 앞에 주어진 죽음을 겸허히 바라보는 날도 필요한 듯싶다. 그럼으로써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며 내가 선택한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죽음은 유한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주저 없는 하루를 보낼 정당한 이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나 자신의 죽음을 그려보는 일. 예술가의 눈을 빌려 캔버스를 통해 바라본 생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다시 한번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은 수많은 한계를 가진 연약한 존재이며 지금 누리는 즐거움과 아름다움도 언젠가 사라질 것들입니다. 인감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 만물이 다 그러합니다. 인간은 언제라도 죽음에 이르는 존재임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어진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오직 자신의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삶을 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132p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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