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즐거움이 그리운 당신이, '킬러파티'를 봐야 할 이유 [공연예술]

글 입력 2020.12.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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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인해, 거의 모든 공연들이 연말까지 잠정 중단됐다. 한참 전부터 셧다운 상태였던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같은 해외 공연계과는 달리 국내 공연계는 일명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하여 한 자리씩 띄어 앉기를 시행하면서라도 끊임없이 공연을 이어오고 있었기에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다. 특히나 공연계에게 연말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기가 아니던가. 공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씁쓸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홍보를 위해 공연을 중계했었다면, 요즘 들어 공연 영상의 온라인 송출은 ‘비대면 공연’이라는 타이틀 아래 기존의 공연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연 상연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국내 최초 ‘웹뮤지컬’ 작품 ‘킬러파티’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반쯤은 호기심으로, 또 반쯤은 대면 공연의 중단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에 관람했는데 이게 웬걸.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킬러파티’만이 갖추고 있는 색다른 매력을 한번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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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킬러파티’는 ‘명랑 미스터리’라는 타이틀답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즐겁게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코믹한 작품이다.

 

일단 전반에 B급 정서가 가득 깔려 있다. 영화 ‘데드풀’이나 뮤지컬 ‘썸씽로튼’과 같은 B급 코미디 번역의 장인으로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가 참여해 특유의 말맛으로 한 차례 웃음을 주고, 아주 과장된 방식의 크로마키 합성 장면을 중간 중간 넣어 한 차례 더 관객을 웃긴다. 또한, 특히 뮤지컬 작품이나 배우의 팬이라면 군데군데 등장하는 패러디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 자체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극단의 새로운 연극을 위해 모인 단장 정관장과 극단 멤버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순간, 불이 꺼지고 60초만에 단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교통 순경 신순경이 현장에 출동하고, 순식간에 용의자가 된 멤버들은 각자 한 명씩 방에 갇히게 된다.

 

이때부터 사건 해결까지 스토리는 아주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신순경이 멤버들을 한 명씩 만나러 다니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각 멤버들의 솔로 혹은 듀엣 넘버는 각자의 매력과 코믹함을 최대치로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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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파티’는 이처럼 B급 코미디이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완성도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킬러파티’의 ‘초연’은 브로드웨이였다. 브로드웨이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다수의 창작진과 유명 배우들이 참여했던 작품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물론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되었다고 해서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 차례 검증된 작품이라는 뜻이다. 특히 9개의 에피소드 내 등장하는 19개의 넘버들은 소위 ‘킬링 넘버’로 불리며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한다.

 

결정적으로 ‘킬러파티’의 재미를 완성하는 것은 뛰어난 역량을 가진 배우들의 출연이다. 양준모, 신영숙, 알리, 김종구, 리사, 함연지, 에녹, 김소향, 배두훈, 손준호 등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배우들이 출연해 기량을 뽐낸다. 배우들은 작품의 코믹한 정서를 살아 숨쉬게 함은 물론이고,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고난도의 넘버들을 소화한다.

 

개인적으로는 정관장의 아내인 도라혜 역을 맡은 리사 배우의 코믹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고, 등장부터 남달랐던 배두훈 배우의 넘버도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배우들의 기량 자랑 대회처럼 느껴질 정도로, ‘킬러파티’는 배우 각각의 매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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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킬러파티’라는 콘텐츠는 아주 시기적절하고, 또 시의적절하다. ‘킬러파티’는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등을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EMK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유통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된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케이블 TV 채널 샌드박스플러스와 온라인 영상 플랫폼 V LIVE를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킬러파티’는 처음부터 ‘영상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공연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껏 진행되어온 비대면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마저도 국립극단에서 온라인 상영 목적으로 제작하는 '동양극장 2020' 등의 작품이 있으니 사실상 아주 독특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킬러파티’의 가장 큰 차별성은 이 뮤지컬이 숏폼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에 있다. 총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각 에피소드의 길이는 10분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1인 1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출현한 ‘스낵 컬처’라는 현 트렌드에 걸맞는 콘텐츠다.

 

뿐만 아니다. ‘자가격리 뮤지컬’이라는 컨셉답게, 극단의 멤버들이 방에 ‘혼자 갇히는’ 설정으로 극이 진행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 에피소드들의 촬영도 각 배우의 자택에서 최소 인원의 스태프와 함께 개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컨셉에 충실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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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킬러파티’에도 분명한 단점은 존재한다. 각자 개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촬영이다보니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과, B급정서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 문제도 있다.

 

특히 현재 3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가격이 숏폼 콘텐츠로서는 부담스럽다는 문제 역시 자주 거론된다. 기존의 뮤지컬 티켓값을 고려한다면 아주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나, 온라인 뮤지컬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 뿐더러 카카오 등 타 플랫폼의 온라인 숏폼 콘텐츠들은 대다수가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러파티’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단점보다는 매력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현재 국내 공연계에서 이는 아주 유의미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반적으로 객석 점유율 70%를 달성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공연 산업에서 한 자리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하면 필연적으로 수익보다는 손실이 더 커진다. 그럼에도 공연은 계속 이어져 왔다. 이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떻게든 공연 자체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읽힌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공연은 반드시 새로운 상연 방식을 찾아 정착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공연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킬러파티’와 같은 실험적인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고 또 고마운 일이다. 이런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더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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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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