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렇게 문득, 어느 순간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도서]

글 입력 2020.12.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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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어찌 한두 번이었을까?

이 시를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었고 또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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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은 가질 수 없는 것 같은, 얼마 안 되는 누군가에게만 주어지는 재능, 시를 쓴다는 것은 어린 내게 그렇게 보였다. 그러니 자연스레 시라는 것은 특별한 순간, 특별한 재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세상에 태어난 문장의 모음인 것 같았다.

 

삶의 희로애락을 특별한 미사여구의 방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재능은 너무나도 멋져 보였고, 어설프게나마 그걸 따라 하려던 마음과 내 시도들은 진심으로 시를 담아내고 싶다는 것보다는 어른 흉내를 내고팠던 어린 허영에 가까웠다.


해가 지나며 내 진짜 마음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임을 깨달으며 내 허영심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동시에 어쩌면 글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시를 쓴다는 행위에 내가 맞지 않는다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마음을 글로 담고 싶다는, 수려한 문장으로 담고 싶다는 희망은 그대로였기에 바람과 현실의 간극의 차이는 나를 괴롭히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시를 읽는 것까지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시들은, 그 아름다운 문장들은 행복한 순간보다는 도리어 어려움이나 진부함이 가득한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순간 머릿속에 자리한다. 그리고 한 편의 시에서, 단 한 문장에서 나는 위로를 얻는다.

 

그렇게 일상에서 위로를, 미소를 주는 존재라는 의미로 시는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를 더 읽어보려고 했으며, 이미 알고 있는 시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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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던(풀꽃) 나태주 시인이 소개하는 국내 114편의 시 모음집이다. 단순한 모음집을 넘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시인이 시를 향해 담고 있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위로와 사랑,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이 국내 명시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 독자에게 익숙한 작품들이다. 나태주 시인은 각 시에 시인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 등이 담긴 에피소드를 함께 담아 우리에게 익숙했던 시를 다시금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시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있다고, 그래서 자신에게 위로가 되어준 시가 다른 이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시인의 뜻대로 책 속에 시들은 내게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과 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책 속의 시들 중, 이러한 감성을 일깨워 준 시 두 편 및 각 시에 관한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 한 알/장석주



...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읽는 이에게 기쁨을 준다. 통쾌감을 주고 성취감을 준다. 너도 할 수 있어, 기다려봐, 네가 하는 일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야, 작은 일이 아니야, 축복을 준다. 역시 시의 덕성이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김광섭



좋은 시는 모름지기 좋은 영혼에서 나온 문장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게 통한다. 구차한 설명 없이, 징검다리 없이 곧바로 가슴과 가슴을 연결한다. 또한 좋은 시는 스스로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위의 시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노년에 이른 시인이 뇌졸중으로 여러 날 혼수상태에 있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 쓴 시편들 가운데 한 편이다...

 


시인의 이야기와 함께 다시 돌아보는 작품들은 또 다른 의미로 마음에 전해진다.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고 여겨지며 그 각각의 작품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위안을 전한다는 것을 나태주 시인은 짚어준다.

 

진심을 담은 문장은 나의 어설픈 어제와 지지부진해 보이는 오늘을, 그리고 망망한 내일의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마주할 지치거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날들 속에서 문득 마음속에 떠오를 진심을 담은 시 한 문장으로 위안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 볼 거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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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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