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3년 만에 다시 모인 배우들, 청춘 다큐 커피프린스 1호점 [TV/드라마]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
글 입력 2020.12.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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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피프린스 1호점


 

2007년 여름, 커피프린스 1호점이 처음 방영한 날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때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나에게 바리스타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었다.

 

고3 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천국과 알바몬을 둘러보며 여러 카페에 문자와 메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카페에서는 주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했는데, 경력이 없었던 나는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오기가 생긴 나는 포기하지 않고 전략을 바꿨다. 직접 카페를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사장님께 다가가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직접 인쇄한 이력서를 돌렸다. 그렇게 10곳 넘는 카페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렸고, 간신히 합격한 곳이 '카페 베네'였다. 새롭게 바꾼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힌 걸까? 사장님께서는 나의 적극적인 태도와 열정을 좋게 봐주셨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며 키워왔던,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이 비로소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커피 중독자라 불릴 만큼 커피를 좋아했고,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감성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 커피 향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손님을 대하고 정성스럽게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는 바리스타. 그 직업이 주는 따뜻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감성이 정말 좋았다. 아마 커피프린스가 내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 일을 했던 '카페 베네'를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서 오랫동안 카페에서 일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를 처음 본 중학생 시절보다, 스무 살 때를 연상시킨다. 20대 초반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를 만날 때 술집보다 카페에서 보는 걸 더 좋아했고, 시험 기간 때도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선호했다.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바리스타로 살았기에, 낮에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저녁에는 카페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형과 누나들, 사장님과의 추억이 정말 많이 남아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아니었더라면, 카페에서 일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커피와 카페로 가득한 추억의 출발점은 2007년 여름이었다.

 

그래서 종종 유튜브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 영상이 보이면, 그때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커피프린스는 가장 뜨거웠던 내 청춘의 기록이자, 가장 뜨거웠던 그때의 우리, 한결같은 나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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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


 

『MBC 청춘다큐, 다시 스물』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배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3년의 세월이 지난 배우들은 비록 그때만큼 패기 넘치는 젊음은 없었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멋있고 어른스러워졌다. 좋은 차는 오래 우려낼수록 더욱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나는 것처럼, 흘러간 세월만큼 그 깊이가 분위기에 묻어났다.

 

13년 만에 다시 만난 자리에서, 다 함께 커피프린스 1호점을 봤다. 채정안 배우는 커피프린스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공유는 '오늘 집에 가서 술 한잔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옛 영상을 보는 배우들의 눈빛은 그날의 추억을 회상함과 동시에, 그날 이후 지금까지의 13년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가지 않았을까. 13년 전의 풋풋함을 느끼며 그때를 추억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보다 13년 동안 각자 저마다의 길에서 참 많이 애썼다는 사실이, 더욱더 깊은 감동으로 그들에게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각자 저마다의 시련과 역경을 끌어안고, 매 순간 고군분투하며 13년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다 함께 한자리에 모여서 다시 보는 커피프린스가 더욱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옛 추억을 그리워하고 꺼내 보는 시간이 아닌, 지나간 날을 반추하면서 현재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을 선물했다.


누군가 나에게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 답할 것이다. 그때의 추억, 그때의 열정, 나의 청춘, 뜨거웠던 여름, 더 젊고 아름다운 나. 물론 그것도 좋지만, 지금의 내가 훨씬 성숙하고 멋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그때보다 늙었더라도, 마음은 훨씬 더 단단해진 내가 이곳에 있다.

 

아마, 커피프린스의 모든 배우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과거를 추억하는 일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때의 나를 곱씹어 보며, 현재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얼굴에 새겨진 주름만큼, 눈빛은 더욱더 깊어진 그들이 참 아름다웠다.

 

스무 살을 추억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멋있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사실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간 동안, 커피프린스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여행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커피프린스의 배우와 함께, 다큐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참 애썼구나. 정말 고생했다." 다큐를 보는 내내,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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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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