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글거림과 쿨함의 사이에서 [사람]

숨겨야 하는 진심
글 입력 2020.12.0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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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우리는 오글거리는 것들에 대해 못 견뎌 한다. 그리고, 어느샌가 ‘오글거리다’의 반대말은 ‘쿨하다’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오글거림과 쿨함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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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오글거리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 중 하나다.

 

꽃보다 남자는 1년에 한 번씩 꼭 봐주는 편이며 상속자들 또한 몇 달 전 정주행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고3 시절에는 일본 로맨스 영화를 열심히 찾아봤다.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면 인터넷 소설을 많이 좋아했다.

 

인터넷으로 찾았던 유명 인터넷 소설을 폰으로 옮겨 폴더폰으로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사실 나는 '오글거림'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을 덕질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나는 순수한 진심을 사랑했던 것 같다. 오글거림이 가장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여겼다.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여과 없이 표현하는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솔직하지 못했기에.


하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가장 진심일지도 모를 그 마음들을 오글거림이라는 단어로 한순간에 '유치함'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쿨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세련됨을 더 멋진 것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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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는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너무 유치하지 않아? 난 못 보겠던데 오글거려서. 꿈과 희망, 사랑 너무 현실적이지 않잖아.'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답변이었다. 나는 오글거리는 것들이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근본적인 우리의 마음이라 여겼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부정한다. 그리고, 조금 더 담백하면서 세련된 표현으로 포장된 '쿨함'을 선호한다. 그렇게 우리는 요즘 진실보다는 포장된 마음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포장되고 예쁘게 꾸며진 마음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진심에 반응하게 된다. 유일하게 솔직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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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모두 '오글거림'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진심이 '오글거림'이라는 틀에 갇혀 숨겨야 하는 진심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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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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