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도서]

위로받고 싶을 때 꺼내 읽는 시집 하나
글 입력 2020.12.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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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자신을 위로하게 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시’라고 답할 것이다. 마음이 복잡해지거나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때면 종종 시집을 꺼내 읽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가 가진 간결함 속의 깊이를 느끼고 사색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시 중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도 있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면 한 번씩은 나태주 시인의 책을 펼쳐보는데 시인만이 가진 순수하고도 맑은 감성에 빠져 읽다보면 어지럽던 감정들도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나태주 시인의 신간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는 시인이 힘겨웠던 청춘시절 그리고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때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시를 큐레이션하여 선보인 책이다. 시를 통해 자신이 받은 위로를 독자들에게 전하는데 시인이 가진 따뜻한 마음은 이번 책에서도 계속된다. 나태주 시인은 하나의 시 옆에 개인적 경험과 에피소드 등을 엮어서 구성했는데 시인의 철학을 전달하고 그 속에서 깨달음과 여운 그리고 위로를 건넨다.
 
시집은 책머리에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라는 한 줄의 글로 시작한다. 시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자 깊게 공감하는 표현이다. 나 또한 나태주 시인과 같이 시를 통해 위태롭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
- 책 소개 -

 

시는 영혼의 상처를 다스려주고

거친 마음을 달래주는 약이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시,

사람과 동행하는 시들이다.

 

한때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도 했던 시인 나태주. 그가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일으킨 시, 삶을 위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던 국내시 114편을 담았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서부터 이병률의 <내 마음의 지도>까지.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국내시 114편이 나태주 시인의 안목과 목소리로 서술된다. 114편의 시마다 그때 다하지 못한 마음을 덧붙였고 나태주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에피소드 등을 함께 엮어 삶의 깊이에서 오는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시에서 첫 문장은 신이 주시는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의 첫 문장을 풀어낸 시인은 이미 시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을 보는 독특한 관점, 세상을 보는 새롭고 경이로운 안목 그리고 거친 마음을 만지는 시, 바로 이런 시가 사람을 살리는 시이고 사람과 동행하는 시일 것이다.

 

"인생은 후회와 회한의 연속이고, 시는 어리석은 날들의 기록이다. 내가 쓴 시에는 나의 청춘이 들어있다. 침몰 직전의 청춘. 난파선과 같은 날들이 넘실거린다." 라고 지난날을 회고했던 나태주 시인. 흔들릴 때마다 그와 동행했던 114편의 시를 읽다보면 삶에 쫓겨 놓쳐버린 청춘의 발자국과 당신의 첫 문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정말로 세상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고 조그만 것이다. 그 안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고 내가 사랑하여 마지않는 것이 모두 들어있다. 그것을 우리의 영혼이 아둔하여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 p.70(나태주, <한 잎의 여자>(오규원) 중에서)

 

*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깊게 공감했던 시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고, 다른 하나는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다. 최근에 인간 존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두 편의 시가 인상깊었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책 110쪽 수록)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소중하다는 것에 깊게 동감한다. 이러한 이유는 오래 전 내가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던 추상적 생각을 명확하게 해준 시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마주했던 혹은 마주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어떠한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인연이 되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때론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생각의 끝에는 한 사람마다의 역사와 존재가 소중하다는 마음이 남는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좋은 시, 좋은 문장은 막강한 힘을 갖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바꾼다’고 언급한다. 시인의 말처럼 <방문객>을 보면서 한 사람의 존재가 나에게로 온다는 것은 그의 일생과 희노애락 감정들까지 있다는 것을 깊게 되새기게 된다. 시는 곱씹을수록 기존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고 같은 생각을 담은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저녁에>라는 시다.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이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책 248쪽 수록)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그린 <저녁에>는 1980년대 대중가요로 발매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던 시라고도 할 수 있다. ‘좋은 시는 좋은 영혼에서 통하고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통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언제보아도 좋은 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를 읽다보면 감정의 근원과 그로 이어지는 경험들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저녁에>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특히나 스쳐간 인연들, 만날 수 없는 인연들, 보기 힘든 인연들을 생각하게 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이라 하지만 여전히 이별의 감정은 쓰릴 때가 많다. 시를 읽다보니 나에게 어떠한 존재들은 저 하늘의 별처럼 멀고 아득하며, 깊은 밤 떠오르는 별과 그와 반대로 어둠이 깔린 세상과 같은 기분이라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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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서 반가운 시도 생소한 시도 있었고 마음을 울리는 시도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시도 있었다. 해마다 같은 시를 보더라도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듯이 읽는 상황과 관점 그리고 마음 상태에 따라서 감정 또한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번만 읽기는 아쉽다. 해마다 그리고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으며 여러 번 곱씹어보고 싶다.

 

여전히 세상은 어지럽고 바이러스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 코로나 블루를 넘어 레드, 블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모두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겨운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정돈하고 위기 속에서 작더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마련해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태주 시인이 이번 책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당신도 전달받기 바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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