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에서 재현된 두 할머니의 버디무비 -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글 입력 2020.11.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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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얼굴을 한 뮤지컬


 

문화의 얼굴은 젊다. 뮤지컬의 얼굴은 더 그렇다. 한창 즐기는 노인을 본 적 있다면 알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노인에게 버겁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이 문화를 피해온 것이 아니라, 문화가 노인을 소외시켜 왔다. 위의 문장이 현대 사회나 현대인들에게 죄책감의 굴레를 씌우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노인의 문화소외 현상은 여러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요인의 결과다.

 

한때 국가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 아래에 청년들의 모든 에너지를 바치도록 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가정의 경제적 주체가 되는 것을 강요받았다. 젊은이는 생산자의 중심에 서고, 노인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지향 가치인 젊음, 생기, 노동의 반대편에 섰다. 노인들이 여가생활에 있어서 주체적 접근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미디어는 늙음은 사회적 존경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기성세대는 '꼰대'라는 단어로 규정되고, 낡은 가치로 추락했다. 오늘날 노인에게 씌워지는 스티그마는 충분히 모욕적이다. 노인은 현대사회에서 보살펴야 하는 대상, 생산할 수 없는 인간, 보수적 성향의 낡은 가치관으로 표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스티그마를 떼고 보면, 노인은 시간이라는 축으로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양적인 차이로 구분될 수 있다.

 

예술은 현실의 가려진 장막을 열었을 때 가치를 가진다. 장막을 거두는 손은 어설픈 자기연민에서 비롯된 동정이나 분노가 아닌 약간의 온기를 담는다. 성공적인 무대에서 예술의 대상이 가진 스티그마는 세숫대야의 떼처럼 씻겨 내려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매우 특별하다. 이 작품은 문화의 얼굴을 자연스러운 노인의 모습으로 내세운다. 작품에 등장하는 굵직한 주연은 여성 노인이고, 특별한 미사여구 없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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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머니의 버디 뮤비


 

작품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어떤 사회적 문제가 아닌, 박복녀와 자화자라는 두 인물의 우정이다. 이 작품에 한해 뮤지컬의 얼굴은 ‘할머니’가 된다. 젊은이와 똑같이 행동하거나 분장하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흡수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그들이 겪은 시대 문화에서 비롯된 슬픔을 가리지 않는다. 가족과 희생을 강요했던 시대, 노쇠해진 신체는 전부가 아닌 경험으로서 흡수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일련의 과정이 뮤지컬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식구를 찾아서>는 역할과 설계가 명확한 작품이다. 뮤지컬에는 세 명의 젊은 배우와 두 명의 나이 든 배우를 무대에 오른다. 두 할머니가 주인공 역할을 맡고, 세 젊은 배우는 코러스 역할을 한다. 강아지, 닭, 고양이로 분장한 젊은 배우들은 동물들의 떼 묻지 않은 시선으로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두 할머니의 캐릭터는 매우 뚜렷하게 표현된다. 두 할머니의 관계 구도는 버디 영화와 비슷한 구조를 취한다. 버디 무비란 주로 동성인 사람 두 명이 패를 이루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 장르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가 사건을 경험하면서 화합해 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영화의 형식을 말한다.

 

두 할머니의 캐릭터는 대조적이다. 박복녀 할머니는 시골집에서 가족과 이별한 후 혼자 억세게 살아왔다. 거칠게 빗자루를 휘두르는 박복녀 할머니는 쓸쓸하지만,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거나, 친근하게 사람을 만나러 다니지 않는다. '그 나물에 그 밥'만 먹는 박복녀 할머니는 삶을 지속한다기보다, 남은 시간을 태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복녀 할머니는 사실 정 많은 성격으로, 툴툴거리면서 지화자 할머니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다.

 

서울에서 갑자기 찾아온 지화자 할머니는 다정하다. 박복녀 할머니가 어두운색의 옷을 입는 것과 별개로, 분홍색 옷을 갖춰 입고 화장품도 늘 들고 다닌다. 갑작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무딘 성격은 때로 눈치가 없어 보이지만, 인간적인 호감을 소탈이 말하는 면이나 순수한 감상은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그녀는 당뇨병으로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양아들을 찾아다닌다.

 

작품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가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 찾기로 시작된 두 할머니의 우정 시작 이라면, 2부는 소외된 노인으로서 공감대를 얻은 두 할머니의 선택이다. 작품은 지화자 할머니가 갑자기 박복자 할머니 집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복자 할머니는 지화자 할머니를 내쫓으려 하지만, 아들 찾기에 절실한 지화자 할머니는 나가지 않는다. 문제가 해결되어야 나갈 것으로 생각한 박복자 할머니는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 찾기를 도와준다. 하지만 아들의 흔적은 도저히 발견되지 않고, 두 할머니의 우정만 깊어져 갔다. 결국, 박복자 할머니는 지화자 할머니에게 같이 살자고 이야기하고, 두 할머니는 도토리묵을 쑬 도토리를 주우면서 집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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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찾기'의 의미


 

작품은 두 노인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박복자 할머니가 노인소외를 고발하는 방송사의 취재요청에 대답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부분이 적절하게 드러난다. 박복자 할머니는 자신들의 고통을 하나의 이슈나 소재로서 일반화되고 전파되는 것에 대해 더 큰 고통이라고 일갈한다. 박복자 할머니는 전화를 거칠게 끊고 지화자 할머니가 좋아하는 눈깔사탕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전화를 끊은 후 이어지는 박복자 할머니 자화자 할머니의 재회는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박복자 할머니는 구구절절한 말을 하는 대신 눈깔사탕을 내밀고 옆에 앉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상태가 멀쩡한 우산을 주고, 자신은 다 떨어져 가는 우산을 쓴다. 박복자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지만, 지화자 할머니는 그제야 묵혀왔던 아픔을 쏟아낸다. 특별한 미사어구 없이 화해가 이루어지고, 두 할머니는 함께 귀가하면서 같이 해먹을 시원한 김칫국 이야기를 꺼낸다.

 

이들은 서로의 삶을 슬프게 태워버리는 대신, 함께 즐기는 것을 선택한다. 두 할머니가 사진관에서 각자 처음 찍었던 사진은 영정사진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할머니는 함께 웃는 사진을 찍는다. 끝이 아닌 과정, 노쇠함 대신 활기를 선택하게 한 것은 그들이 '식구'였기 때문이다.

 

당뇨병, 잃어버린 가족, 노쇠한 신체를 생각하는 대신 이들은 소풍을 생각한다. 세 동물과 두 할머니가 '그 나물의 그 밥'이 아닌 특별히 만든 '피크닉 도시락'을 싸들고 노래하는 모습은 놀라운 표현이었다. 이는 작품의 제목과도 일치한다. 한 개체로서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지만, 함께 식사하는 친구, '식구'와 함께 하는 식사는 생존의 수단을 초월한다. 가족, 애인, 친구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삶을 생존 이상으로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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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는 훌륭한 뮤지컬이다. 상대적으로 엔터테이먼트적 요소가 강한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회적 현실을 표현하되, 오만한 편견이나 메시지를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나이든 배우들이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춤추고, 그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어떤 울림을 준다. 작품은 카페라떼처럼 때로 쓰고 싶지만, 부드럽고 낙관적인 전망이 메시지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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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

- 食口의 의미를 찾아서 -



일자 : 2020.11.20 ~ 2020.12.27


시간

금 8시

토,일 5시

월-목 공연 없음

 

*

12.24 목 8시

12.25 금 4시, 8시


장소 : 더줌아트센터


티켓가격

전석 66,000원

 

제작

극단 오징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더줌아트센터


관람연령

초등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5분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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