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새로운 새벽에 속삭이는 그 흔한 감정 [음악]

음악은 바다와 같이 변화무쌍한 감정에 맞춰 파도를 탄다.
글 입력 2020.11.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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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바다와 같이 변화무쌍한 감정에 맞춰 파도를 탄다.


 

어떤 음악들에는 적절한 시간과 상황이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어울리는 노래, 점심시간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 친구들과 파티를 하며 배경음악의 역할을 해주는 노래, 그리고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있다면 가벼운 클래식도 음악의 기능을 십분 발휘한다.

 

우리에게 사랑받는 가수 '아이유'의 노래 '가을 아침'은 제목처럼 가을 아침, 오전에 발매가 되었다. 상업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음원이 오후 6시, 이른 저녁 즈음 발매되지만 '가을 아침'은 음악의 분위기와 실려있는 감성 덕분에 오전 07:00 발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며, 필자의 주관적인 취향으론 '아이유'라는 가수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오늘날이지만, 은연중에라도 대부분의 음악이 어울리는 시간과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증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가 종종 음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음악은 바다와 같이 변화무쌍한 감정에 맞춰 파도를 탄다.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인 예술가들의 존재 덕분에 꾸준히 생성된 음악은, 엄청난 양으로 축적되었고, 결국 지금의 우리들은 누군가 오늘의 소감을 묻는다면 내면에 가려져 있는 감정을 음악으로 답할 수 있게 되었다.

 

형용하기 힘든 수많은 감정에 대입할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은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삶의 의지를 다져주기도 한다. 일반인일지라도 음악이나 해당 창작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영향을 받곤 한다. 무척이나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파급력을 가진 장르가 바로 음악이다.

 

 

 

사랑, 그 흔한 감정


 

사람의 감정은 시간대와 환경에 따라 모습이 변화한다. 감정의 형태를 직접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감정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형태까지 말로써 표현하기는 난해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나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행위로 삶을 살아간다. 최선의 방식으로 시도하고자 하면 대화가 되고, 대화가 쌓여 관계가 형성된다. 모두 감정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사랑, 수많은 감정의 명칭을 알고 있지만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이 되어주었던 이 인류의 보물은 음악에서도 흔하다면 흔한, 소재이자 주제이다. 사랑이 가진 특별함은 무엇일까, 아마 '보편성'이 아닐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편성의 유일성'이다. 모순이다. 물론 언어학자가 아니라 두 단어가 정확히 대응되는 것인지, 사전적으로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고 감정을 느끼는 사랑이라는 것은 보편적이라는 것에서 대중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곤 한다.

 

흔하디흔한 가사의 이별 노래가 매번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이유가 그래서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과 감각이 동일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같은 경험을 해도 일기에 담긴 글씨체와 내용은 모두 다른 것처럼, 각자의 사랑 이야기는 지문처럼 유일하다. 그래선지 타인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항상 흥미롭다. 비슷하면서도 나와는 다른 결에 놀라워하고 매 선택의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새벽에 어울리는 감정은 유독 짙은 향기를 뿜어내곤 한다.


 

오늘 이야기할 음악들은 당신에게 새로운 새벽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노래들이다.

 

새벽은 우리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가사를 다른 사람들도 음미해봤으면 하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까지 쓴 글의 내용은 단지 프롤로그, 이제부터 내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내 취향은 보편적이지 않다. 음원차트가 그것을 증명하고, 노래마다 표현할 수 있는 '좋아요'의 수치가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이 생각보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 새로운 가수의 취향의 스타일을 발견한다는 것은 일상의 취미이자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내 플레이리스트의 가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플레이리스트가 틀어진 후에 가수의 이름을 묻지 않았던 사람은 별로 없다. 만일 내게 묻지 않았다면 아마 나와는 무척 맞지 않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만 알고 싶은 가수'를 외치는 성향은 아니다. 유사 '홍대병'에 걸린 환자도 아니니 걱정 말고 글을 계속 읽어주길 바란다.

 

인디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몇 년간의 취향이 쌓이면서 알게 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개인의 경험이 보다 솔직하게 담겨있는 음악들에 마음이 끌렸고 오늘의 취향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른 저녁이 되면 어딘가에서부터 들려오는 속삭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주 쳐보려 한다.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한 시절을 가사와 멜로디에 녹여낸 노래들이다. 처음엔 노래를 편하게 듣고, 다음엔 가사를 음미하면서 한 번 더 들어보기를 권한다. 오늘 새벽은 당신의 감정에 잠겨 감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새벽에 어울리는 감정은 유독 짙은 향기를 뿜어내곤 한다.

 

 

 

#1_첫사랑_안희수




 

어디서 난 용기였을까

지금도 알 수가 없어

나를 향해 웃는 너만이 

보이는 전부였었지

세상은 늘 온통 파랗고

햇살은 늘 따뜻했어

네 향기로 종일 가득하고

바람은 싱그러웠어

 

(안희수-첫사랑 中)

  

 

글을 쓰면서 뮤직비디오는 처음 보게 되었다. 단편영화와 노래가 정말 잘 어울린다.

 

'안희수'의 목소리에선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부담스러운 바이브레이션이 아닌 혼자만의 비밀을 마음속에서 꺼낼 때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그러한 조심스러움과 순수함이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설렘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사랑하면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나의 시선에 머물러 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의 앞에 사랑하는 이가 서 있다. 특히나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은 사랑이 과거로 남았다고 하더라도 아름답고 애절하게 남기에 '안희수'의 '첫사랑' 가사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나를 향해 웃는 너만이 보이는 전부였었지' 노래의 가사를 읽으며 떠오르는 사람의 표정이 있다면 우리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새벽이 될 것이다.

 

 

 

#2_Auburn_데이먼스이어


 

 

 

아침이 밝아오면 우린 서서 눈을 감죠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나는 잠이 들어도 여전히 옆에 그댈 찾죠

좋은 꿈을 꾸지만 나는 싫어요

 

(데이먼스이어 - Auburn 中)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혹은 이런 마음을 가진 누군가 곁에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전, 그때의 설렘과 긴장감, 소중한 그 순간이 왠지 모르게 느껴진다.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내뱉지 못해 혼잣말로 표현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랑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년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쩌면 가수는 곡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핑계고 사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이른 저녁부터 종이에 고민과 애정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연한 상상으로 곡을 썼다기엔 노래에서 수많은 연필 자국들이 느껴진다.

 

올해 초, 추운 겨울날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데이먼스이어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이다. 매력적인 보컬,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들, 에세이를 쓰듯 진솔하게 적어놓은 가사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한동안 그의 노래를 들으며 긴 런닝 타임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너무나 많아 한 곡을 고르기가 어려웠고 한 가수의 모든 곡을 좋아해 본 적도 처음이라 어색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에 빠져들었고, 그가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태도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3_아침만 남겨주고_김현창


 


 

잠든 숨소리는 파도 같아요

그런 밤바다는 무섭지 않아요

기대어 잠드는 밤은 애틋하고요

꿈속에서는 울지 말아요

 

네가 되어서 아무도 없는 

밤을 대신 새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김현창 - 아침만남겨주고 中)

 

 

2020년 9월 21일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내 파랑은 항상 검정에 무너져 왔어요' 담겨 있는 노래는 5개, 오랜만의 신곡이라는 설렘은 뒤로하고 앨범소개를 읽어보았다. 짧은 3줄의 아우라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밤을 지내는 게 어려웠던 계절에서부터 시작된 앨범입니다.

파랑에게 아쉬워 손을 흔들 때면 항상 검정이 찾아왔습니다.

종종 살갑지 않았고 그래서 가끔 밉기도 했던 우리의 검정에게'

 

매번 이렇게 위로를 받는다. 일면식도 없는,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낯선 타인에게 매번 이렇게 내 감정을 들켜도 괜찮은 것일까.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나는 두 번 있다. 처음은 '오왠'의 '오늘'을 들었을 때, 그리고 '김현창'의 노래를 들었을 때다. 사실 음악 방송에서 패널들이 눈물을 흘리곤 하면 쉽게 공감을 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삶의 굴곡이 있었기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일까.

 

내 생각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행위는 위대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성스러운 행위도 아니었으며 단지 노래를 들으며 지난 삶이라는 여정 속에 숨겨져 있던 좁은 골목길이 기억났을 뿐이었다. 어린 추억과, 숨기고 싶은 과거, 혹은 나의 보금자리가 되곤 했던 그런 공간을 음악이 회상시켜준 것일 뿐이었다. 직접 가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이지만, 나에겐 그의 노래를 들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뿐이다. '김현창'이라는 가수가 전해준 감정엔 원대하면서도 순수했고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그 시절의 마음이 담겨있다.

 

내가 사랑하는 노래와 가수를 글에 담았다. 나는 그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새벽이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매일 같이 속삭여지는 그 흔한 감정들과 함께.

 

 

 

정용환.jpg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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