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6가지 성격유형에 자신을 가두지 마세요! [사람]

글 입력 2020.11.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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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집콕'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작년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MBTI 성격유형검사를 넘어서 온갖 종류의 '성격유형검사'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꽃' 유형 검사가 실검을 장악할 정도로 화제가 되면서 MBTI와의 연결성, 테스트의 신빙성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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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격유형 테스트들

 

 

MBTI는 인간의 내적 과정을 4가지로 나눈 뒤, 그 과정 속 각자의 경향성에 따라 사람을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지표가 된다.

 

나는 지난해 방 청소를 하다가 집에서 나뒹굴고 있는 한 연구소의 MBTI 종이 검사지 속 약 90문항을 재미 삼아 작성해보면서 내 성격유형을 처음 알았으나,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MBTI 검사를 쉽게 할 수 있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MBTI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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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MBTI 검사

 

 

처음에 내 MBTI를 알고 나서 그 MBTI에 관한 설명들을 읽을 땐 '오 맞아.. 오 이것도 맞아.. 와 이거 정말 나야..' 하면서 신기해하긴 했지만, 그 뒤로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MBTI를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심심찮게 "너의 MBTI가 뭐야?" 혹은 "너의 MBTI를 맞춰볼래" 등 MBTI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성격을 MBTI 기준에 맞춰 판단하느라 바쁘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MBTI'는 기본적으로 다루고 넘어가는 주제가 되었고, 유명인들도 인터뷰 도중 자신의 MBTI를 밝히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다들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했던 MBTI 검사가 '역시 ____ 유형 답네' 등의 워딩과 함께 상대방을 단번에 단정 짓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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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다루는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들

(대학내일, 구커:9ooker)

 

 

이렇게 MBTI가 유행 중이지만, MBTI의 신빙성에 관한 논쟁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MBTI 성격유형이 신빙성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과를 전공하는 나는 '조직 행동론'이라는 과목에서 MBTI에 관한 내용을 배웠다. 사람의 MBTI 유형에 관한 정보가 때로 조직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짧게 언급되어 있다. 또한 심리 상담을 하기 전 내담자의 성향을 빠르고 간단하게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MBTI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MBTI는 엄연히 통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사회과학적'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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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론' 교과서 속 MBTI 언급 내용

 

 

그리고 MBTI는 상대방을 보다 쉽게 파악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함께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전, MBTI를 바탕으로 좀 더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친해지기 위해 상대방의 성격 유형이 평균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알아낸 뒤 그것에 맞출 수도 있다.


나 또한 막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나의 단점을 MBTI 검사로 뚜렷하게 인지한 뒤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면 되겠다' 등으로 생각하며 보다 나은 나를 위해,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MBTI를 모든 사람들이 때로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그리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양분으로 사용한다면 MBTI 성격유형은 특별히 깊은 지식이 없이도 쉽게 알고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인생 자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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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MBTI 검사가 끝나면

강점, 약점, 대인관계 등에 관한

설명과 조언이 나온다. (일부 캡처)

 

 

하지만 가끔 모든 사람들과 상황들을 MBTI로 가두고, 농담을 가장한 평가를 하고, 온갖 잣대를 들이대며 편견과 차별을 생성하기도 한다.


예시를 쉽게 들기 위해 여기서 잠깐 나의 나뒹구는 연구소 검사지로 검사했던 MBTI를 고백하자면 'INTJ'인데, (이후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 검사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고, 관련 내용도 들어맞는 것 보면 얼추 INTJ가 맞긴 한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네가 INTJ라고..?"하며 비웃는 소리를 꽤나 듣는다.

 

기본적으로 나는 초면인 공간과 사람에 적응하는데 한 달 이상은 걸릴 정도로 낯을 심하게 가리는 데다가 자유 시간엔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아무리 친해도 3명 이상을 만나면 집에 가고 싶은 내향형 인간인 건 확실하다. 이러한 성향이 때로는 신중함을 극대화하여 상황에 따라 유용하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땐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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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인이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괴롭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숨어있는 것은 나 자신을 우물 안에 가두는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고, 아직도 힘들고 어렵지만 단체 모임에도 참석하려고 하고, 살갑게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기절하기도 하지만, 내 성격을 최대한 개선하고자 하는 내 노력은 나에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를 주기도 하고,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 노력은 MBTI와 내 사회적 모습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한 채 '네가 무슨 I야 검사 다시 해봐' 부터 시작해서 '내가 보기엔 넌 E형이야' 하며 나를 마음대로 구분 짓고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한 건, MBTI로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모든 행동을 단정 짓기엔 기준은 너무 적고, 그 사람의 인생은 너무 '크다'.

 

여러 가지 상황 예시에 따른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MBTI 유형 요소 중 하나는 'T형(사고/논리/사실관계 중심)'과, 'F형(감정/인간관계 중심)'이다.  당연히 둘 중 누가 더 우월한지는 규정할 수 없다. 특정 성향이 유리한 경우도 있고, 필요한 경우도 때에 따라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MBTI를 너무나 진심으로 대한 나머지, 두 유형을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눈 뒤 우위를 따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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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EP.106 캡처본

 

 

한 사건을 바라볼 때 무엇에 먼저 집중하냐의 차이일 뿐이지 'T형'의 인성이 좋지 않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F형'이 너무 감정적이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서로를 비난하고 차별하며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전 '무뚝뚝할 것이다' 등의 편견을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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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본

 

 

반대로 정말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말과 행동인데 '나는 T형이라 그래~' 혹은 정말 이기적으로 자신의 기분만을 내세우는 중인데 '나는 F형이라 그래~' 이러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사상을 주입하고 이해를 강요하기도 한다. 무례함과 성향은 별개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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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형 vs. F형 유튜브 콘텐츠 댓글창 캡처본

 


세상에 비도덕적인 사람도 있고, 범죄를 저지르는 정말 나쁜 사람도 있지만, 그게 아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아주 완벽하게 잘나지도, 아주 완벽하게 못나지도 않는다. 성격유형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우열을 가리기엔 우리는 모두 아주 다양하게 부족한 점이 있고 무한히 나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완전하게 똑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의 성격도 다르고, 가족끼리의 성격도 다르고, 쌍둥이의 성격도 서로 다르다. 그만큼 우리의 성격은 아주 다양하다. 16가지의 유형으로 우리를 모두 다 표현하기엔 MBTI의 그릇은 너무 작다.

 

MBTI로 나를 더 잘 알고, 상대방을 더 잘 알고, 더 좋은 나와 우리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 손안에 쥐고 있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MBTI에 내 모든 것을 던져놓고 뒤에 숨어 누군가를 손가락질하고, 나의 잘못된 점을 합리화하는 핑곗거리로 사용하는 비겁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나의 유형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순 없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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