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cm 인물 교양 수업 - 타산지석과 온고지신 사이

글 입력 2020.11.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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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를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내용이 무겁고 진지한 느낌이 강하다. 현대 이전의 역사는 거의 전쟁으로 점철된 시간의 기록이라고 묘사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전쟁에서 전쟁으로 이어진다.

 

셀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전쟁으로 서로를 죽이는 것에 낭비했던 인간 사회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런 사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 한 우리 세대에게 크게 와닿지 못 한다는 점에서 나는 역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 했다. 뭐든지 시작은 가벼워야한다.

 

 


1cm +n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볍게 이것 저것 다양하게 경험 해 보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한 가지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취향 차이일 뿐이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 말라있는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이것 저것 건드려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그제서야 깊게 들어간다. 덕분에 이 사람 저 사람 힐끗거리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은 나와 잘 어울린다.


역사, 철학, 수학 등 학문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시는 분 답게 여기서도 가장 먼저 등장하시는 테스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리스토텔레스다. 옛 사람이라면 당연히 국가와 권력자에 의한 소유를 당연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분이 사유 재산을 옹호하셨다는 서두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 먼 옛날에 자본주의의 근본이 되는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게 더 어렵다.


페리클레스라는 인물이 평민이 국가의 정책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여 민주주의의 시초를 열었다는 사실이나, 300에서 남성미를 뽐내던 스파르타쿠스가 노예 제대로 맞서 싸우던 실존 인물이였다는 것 등등 어딘가에서 이름 한 번 쯤 들어 본 인물들을 늘어놓는 전개는 지루하지 않게 역사를 풀어낸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물음표와 마주한다. 이름도 직업도 물음표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페이지에게 난 아직 마땅히 대답해 줄 만한게 없다. 100cm 두께의 지식을 쌓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런 나를 꾸짖는 것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역사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세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자가 그렇지 못 한 자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울어진 구조라는 것.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으니 나는 입 다물고 듣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약부터 주고 병을 주니 다행이다. 짤막짤막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가볍게 훑어보며 역사라는 녀석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으니 앞으로는 예전보다는 가까이 할테니말이다.

 

 


100cm + n



내 인생의 우선 순위를 매겨보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나열할 수 있다. 필요한 일을 안 하는건 아니지만 좋아하는것부터 한 뒤에 필요한 일을 한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만 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일을 안 한다면 나의 미래가 무너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잔머리가 굵어진 나는 필요한 일이 나에게 흥미를 돋구게끔 만드는 편법을 연습중이다. 최근에는 역사로 이걸 연습하고 있다.


패션에서는 유행이 돌고 돈다는 말을 한다. 이전에 유행하던 아이템이 지금도 유행하고 얼마 전 까지는 세련되보이던 것이 지금은 또 촌스러워 보이는 하나의 고리가 계속 빙빙 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패션에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었고 그런 만큼 그렇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서는 아는 것이 많기에 어떤 아이템이 언제 어느 시절에 유행 했었고,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가를 알기에 저 아이템이 다시 유행하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 아이템은 지금 갑자기 유행하는 아이템이다. 아는만큼 보인다.


역사도 아는만큼 보인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먼 옛날 중세 유럽에서 마녀 사냥이라는 이름하에 특정 집단의 존속과 권력 유지를 위해서 벌어진 학살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2차 세계 대전이 1차 세계 대전처럼 포화된 시장에 넘쳐나는 생산물을 소비할 방도가 없어 벌어진 행위라는 것도, 자본가와 노동자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대립하는 지금의 사회가 권력을 두고 싸우던 귀족과 평민 간의 갈등과 다를 바 없음도 역사를 배우는 이들만이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그 본질을 파악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지만 지식이 먼 사람들은 왜 갑자기 이런 세상이 찾아왔는지 영문도 모른 채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로 반대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지배받는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아는 자들이 자신들이 아는 것을 남기는 것이 역사다.


이러지 저러니 해도 역사의 본질은 인간이 인간의 삶을 기록한 것들의 연속이다. 사람 사는거 별 다를 것 없다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게 역사다. 그 구구절절한 것들이 인류 또는 한 인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푸념과의 차이다. 타산지석과 온고지신을 오가며 경쟁으로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남들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하는게 좋고 이 책은 참 가볍지만 맛은 깊다.

 

 

인물교양 띠표지1.jpg

 

 

1cm 인물 교양 수업

 

지은이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출간일  2020년 11월 11일

 

쪽  수  312쪽

 

가  격  16,000원

 

판  형  145*215

 

분  야  인문 

 

출판사 나무의철학  

 

ISBN   979-11-5851-193-7(0390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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