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분방하게 선과 면을 풀어내다 - 앙리 마티스 특별전

앙리 마티스 자체를 보여주는 전시
글 입력 2020.11.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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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국내 최초로 마티스 단독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특별전에서 마티스의 후기 "컷아웃(Cut-Out)," 기법으로 제작된 대표작 <재즈> 시리즈, 드로잉, 석판화와 함께 발레 공연을 위해 디자인한 무대의상, 로사리오 경당 건축 등 다채로운 오리지널 작품 1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는 소개는 전시공간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감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는 마티스의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컷아웃. 책 삽화 등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음에 설렘을 한가득 안고 전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장은 1부 오달리스크 드로잉 Odalisque drawing, 2부 <재즈>와 컷아웃 Jazz and Cut-out, 3부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Ballet The Song of the Nightingale, 4부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Matisse's Illustration with Romantic Poetry, 5부 로사리오 경당 Chapel of the Rosary 으로 나뉘어졌다.

 

관람객이 쉽게 마티스가 작업을 이어온 50년간의 세월을 압축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도 폭넓게 구성되어 있었다.

 

 

 

마티스의 오달리스크 드로잉



화로와 과일그릇 앞의 오달리스크, 1929.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1부의 <오달리스크 드로잉>에서는 연필과 목탄, 콩테 등으로 그려낸 마티스의 드로잉 여러 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같은 인물을 여러 장을 그려내며 또 다른 모습을 찾고자 연구를 거듭한 마티스의 시도를 읽을 수 있는 드로잉 작품들이 한데 모여 있어 인물과 그 공간 속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마티스의 시선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오달리스크는 터키 궁전에서 시중을 드는 하렘의 여인을 뜻하는 단어로, 마티스의 오달리스크 그림에서는 이슬람의 이국적인 배경과 함께 장신구를 몸에 두른 누드의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1부의 드로잉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레 같은 오달리스크라는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던 앵그르와 부셰, 마네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많은 화가가 같은 주제로 수많은 그림을 그려낸 것을 보면, ‘오달리스크’라는 주제가 당시 유럽 남성 화가들에게 이국적인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흥미로운 소재였던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마티스가 그려낸 오달리스크는 다른 화가들이 그렸던 오달리스크 작품과 확연히 대비되는 특징이 있었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식물의 잎사귀와 덩굴이 엉켜있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여인과 같은 무게, 혹은 여인을 압도하는 비주얼로 배경을 둘러싸여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마티스의 아라베스크 무늬에 한번 시선이 간 이후로, 이 드로잉의 주인공은 사실 이 덩굴 패턴의 현란한 무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새롭고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분방함이 담긴 재즈 시리즈



이카루스, 1947.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2부에서는 <아라베스크>, <물병 옆의 오달리스크>, <롱사르의 연애 시선을 위한 습작>, <말라르메 시집의 삽화>, <이카루스>, <칼을 삼키는 사람>, <나이팅게일의 노래> 발레 의상, 안드레아 세라노, <마티스 채플>, <노랑, 파랑, 초록> 등 1940년 이후 마티스가 '컷 아웃' 방식으로 제작한 재즈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는데,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컷아웃 기법의 자유분방함이 재즈와 닮아서 시리즈 명이 <재즈>로 붙여졌다고 한다.

 

2부 공간에서는 글과 함께 실린 마티스의 삽화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크고 시원하게 휘갈긴 필체와 함께 어우러지는 마티스 특유의 형태감이 돋보이는 색과 면, 선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4부에서도 낭만주의 시와 삽화가 함께 담긴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쓰여있는 글들이 전부 해석이 따로 쓰여있진 않았기에 일부는 그림을 통해 어떠한 인상을 전달하려 했을지를 생각해 보며 지나갈 수밖에 없어 그 점은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혹시 일부라도 글에 대해 알 수 있을지 전시 관람 이후 도슨트님께 마티스의 글과 관련된 부분을 여쭈어보았는데, 친절하시게도 관련 서적을 보여주시며 일부 작품에 쓰여있던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해석된 글과 관련하여 설명해 주셨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다시 그림을 돌아보니 마티스가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한 생각, 그림에 대한 그의 철학과 깊은 탐구 정신이 더욱 와닿았다.

 

글과 함께 삶을 기록하고 남기고 꾸준히 써 내려간 모더니즘 이전 시대 작가라 하면 고흐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마티스도 고흐 못지않게 수많은 글을 종이에 담으며 그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고, 사색이 묻어나온 작품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 그의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이 한국어로 해석된 문장들을 전시장에서 읽어보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그런 해석이 없었기에 마티스의 작품을 관람객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어서 관객이 자유롭게 작품의 맥락을 유추해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확장성을 가져다준 것 같아 그런 점에서는 좋은 구성이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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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 뮤지엄의 이번 전시회는 야수파의 거장으로서의 마티스의 모습뿐만 아니라, 앙리 마티스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전시회였다.

 

1부의 드로잉부터 5부의 로사리오 성당까지, 드로잉부터 컷아웃, 복식과 입체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일생을 바친 마티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마티스 특별전은 2021년 3월 3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마티스가 낯선 사람들도 쉽게 그에 대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짜여진 지침서와도 같은 전시였기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의 시선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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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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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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