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도서]

책의 의미 찾기
글 입력 2020.11.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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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책 내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까. 나는 의구심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제목에 답이 있다. 괜찮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다.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을 다독이며, 우리 모두 더불어 살아가자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겠구나. 몇 년 동안 한국 에세이 장르를 도배한 흐름이다. 예술의 묘미는 각자의 삶을 다르게 조명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복사본의 나열은 도무지 좋게 봐주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미지도 아닌 양산된 글이라니.


이렇게 뻔한 에세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제 손으로 책을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답답함 때문이었다. 코로나 시대 초반,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하루에서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까지 시간을 죽이고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내킬 때마다 보았던 유튜브를 습관적으로 들어가고, 미술관 작품을 보듯이 스크롤을 끝없이 내리며 썸네일을 구경한다. 호기심 내지는 지루함이 몰려오면 그중 하나를 누른다. 절반도 보지 않고 창을 끈다. 이번에는 새로 고침을 누른다. 반복. 신물 날 정도로 이미지와 영상을 많이 봤다.


영상은 쉽고 단순하다. 상상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는 손쉽게 영상을 오갈 수 있어서인지 영상 흐름이 빠르고 집약적이다. 효과음, 자막, 목소리, 표정, 손짓, 몸짓, 카메라 방향 등이 휙휙 바뀐다. 손쉬운 자극에 익숙해진 뇌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굳어진다. 꾸준히 글을 써온 덕분인지 생각의 깊이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느꼈다. 다만 집중하는 시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무얼 하든 바빴다. 난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초반 흐름은 신선했다. 카톡이 만든 소통의 오류, 과거를 업고 사는 현재, 마음의 부재.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았던 이야기들이 정리되었다. 크게 4장으로 나뉜 목차는 장마다 2~3페이지 정도 되는 짤막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약 60개의 이야기를 듣는 셈이다. 뒤로 넘어갈수록 느낌도 달라진다. 1장과 2장은 에피소드마다 같고도 다른 지점을 짚어내서 '관계의 쉼표를 찍다', '잠시 나를 내려놓다'라는 큰 틀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잘 흐르던 목차는 후반에서 어긋난다. 3장과 4장 속 에피소드는 차이를 찾기 어렵다. '사랑'이라고 하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획일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아쉽다. 그리고 4장의 중후반까지 이어지던 사랑 이야기는 갑자기 죽음으로 이어진다. '갑자기?'라는 생각뿐이었다. 저자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만든 책이라서 생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글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넣어 편집한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쉬움은 남았어도 책을 읽었던 목적이 '글을 읽는다'는 행위였기에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쉽고 간단한 글이지만 생각을 끌어내는 문장 몇이 존재한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주고받는 카톡이라는 공간은 '지금'이라는 시간에 정지되고 진짜 장소에 대한 감각이 서로 뒤섞여 거리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카톡을 하는 대부분 우리는 보이는 대로 반응하고 즉각적으로 대화한다. 나만의 공간이 공동의 장소가 되고 공동의 장소가 개인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중략)


그래서 서로의 복잡 미묘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기보다 관광객처럼 훑고 지나가는 흥미로운 감정에 더 지배된다.

 

 

만남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텍스트가 편한 사람들이 늘어난다. 언어적·비언어적 요소를 다 활용할 때에도 오해가 생기는데 까만 글자가 전부인 짧은 텍스트에서는 얼마나 많은 오해가 생기는가. 세상은 전보다 발전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식자재, 음식, 제품, 운동, 게임, 영화, 이제는 미술관까지 집에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사람 간의 편의성은 왜곡을 동반한다. 나와 누군가가 있는 카톡방. 개인의 공간이 공동의 공간이 되면서 상대의 말을 나에게 익숙한 대로 풀이한다. 소통 매체가 만든 오해임은 인지하지 못하고 서로를 겨냥한다.

 

 
보이는 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내 영혼을 담은 마음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우리는 살면서 도움이 되는 것/되지 않는 것을 습관적으로 구분 짓는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고 해서 '실질적인' 무언가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멘탈 관리는 해도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은 살펴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생을 지속하는 데에 필수요건이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나 사건은 사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아가지 않아서 생긴 오해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들여다본 책이 주는 도움이 이런 것이다. 세상이, 상황이 복잡할수록 나는 나를 돌보아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함을 일깨우는 것.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나는정말괜찮은사람입체띠지11.jpg


 

지은이

김용은


발행일

2020년 9월 24일


쪽수

228쪽


형식

140*210mm 무선


ISBN

979-11-90277-78-5  03810


13,800원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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