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위는 연필보다 훨씬 감각적이다 - 앙리 마티스 특별전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의 조합
글 입력 2020.11.2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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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9_마티스포스터(아웃라인).jpg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국내 최초로 마티스 단독전을 개최했다. 나도 특별전 <재즈와 연극>을 보러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20세기 초, 거친 붓질과 함께 거침없는 색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야수파 운동(fauvisme)을 주도한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라는 그의 명성만큼이나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전시공간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대기표를 받고 입장해야 했다. 도슨트를 들을 계획으로 시간을 맞춰 왔지만 그 인파를 감당하다 전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오디오 가이드를 듣기로 결정했다.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초기의 오달리스크 드로잉, 마티스를 대표하는 컷 아웃 기법, 그가 제작한 발레 무대의상과 낭만주의 시의 삽화, 로사리오 경당까지. 마티스는 그의 인생 내내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컷 아웃, 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고 그만큼 남기고 간 작품의 양도 방대하다.

 

그래서 그가 섭렵한 다양한 분야의 핵심 작품만 모아 놓은 특별전이 마티스에 대해 쉽지만 더 강렬하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그 12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그의 천재성을 온 마음을 다해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달리스크 드로잉



우리는 마티스를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로 익히 알고 있지만, 사실 그의 드로잉 없이 마티스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티스의 수많은 오달리스크화에는 먼저 우아하고 매혹적인 선의 방식이 눈에 띈다. 특히 동양의 화려한 장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것들을 꼭 인물화 주변에 그려 넣었는데, 색이 없음에도 마치 마티스임을 보여주듯이 강렬하고 나른한 터치와 화려한 무늬가 주목할 만 하다.

 

모델 주변의 벽이나 의자의 천, 모델이 입은 블라우스와 같은 디테일은 풍부하고 화려하지만, 오히려 모델은 요약된 선이다. 이 단순화와 요약이 마티스 작품의 핵심이다.

 


아라베스크, 1924.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의 작품은 종종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으로 압축시키고, 가끔은 배경의 구분조차 희미하다. 그가 이렇게 공간을 통제하고 대상을 단순화한 결과물은 우리의 눈을 빠르게 사로잡는다.


 
 

컷 아웃 기법



아마 우리 눈에 익은 마티스의 작품들은 컷 아웃 기법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놀랍게도 이 방식은 마티스의 생의 거의 끝자락에나 등장했다.

 

마티스가 고령의 나이와 건강 문제로 앉아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침대에 누워 색칠한 종이를 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에피소드. 마티스는 이 방식으로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에도 수많은 작업을 했으며, 그가 추구하는 간략하고도 함축적인 형태를 극대화했다.

 

“가위는 연필보다 훨씬 감각적이다”

 

 

이카루스, 1947.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의 <재즈 시리즈>는 컷 아웃 기법의 정점이다.

 

순수한 원색을 주로 사용하여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는 강렬한 색채를 통해 그가 부여한 풍부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자유분방함, 즉흥적임, 즐거움과 같은 감정들은 그 그려진 대상의 정체보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다.

 


푸른누드Ⅱ, Blue Nude Ⅱ, 2007.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가장 유명한 컷 아웃 작품인 <푸른 누드2>. 채색은 더 제한적이고, 극도로 단순하다.



 

색채



마티스의 색채는 독창적이다. 강력한 색채가 서로 맞붙어 있음에도 그 보색의 색채가 시너지를 내고, 활기를 띈다. 전시를 대충이라도 봤다면 그가 색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분명 느껴졌으리라.

 

마티스는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의 색에 대한 열정은 선을 최소화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말년의 그가 행했던 컷 아웃 기법이 그가 평생 추구해오던 그림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 비로소 완벽히 선이 제거된 상태.


 

The codomas 코도마 1943.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내가 화면에 놓는 모든 색조들은 마치 음악의 화음과도 같다. 그림에선 색의 살아있는 화음들이 연주되어야만 한다.”

 


1252774978.jpg

 

 

강렬한 색채가 한 눈에 우리를 매료시킨 뒤, 남겨진 단순한 형태는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둘의 결합은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티스의 그림이 직관적이고 명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캔버스 위 회화를 넘어서 삽화, 의상 제작, 건축 디자인의 영역까지 도달한 그의 열정과,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태일 때도 행했던 예술에 대한 열망은 그가 쓰는 색채만큼이나 강렬하다. 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웠지만, 그의 작품에는 나약함이 없다. 그 낙천적임과 지루한 일상을 부시는 쾌활함을 통해 우리는 힘을 얻는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 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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