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칭찬, '좋은게 좋은게 아닌데요' [사람]

글 입력 2020.11.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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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감사합니다"

 

칭찬은 좋은 거, 비난은 나쁜 거라는 당연한 인식 속에서 우리는 '칭찬'을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칭찬'이란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는 말을 뜻하기에 발화자와 청자가 모두 기분이 좋아야 정상이겠지만 실상은 항상 그렇지 않다. 즉,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칭찬을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속성이 쉽게 변화되고 판단이 기반된 칭찬은 오히려 듣는 이를 화나게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이라고 믿고 있는 '예쁘다'라는 말, 어느샌가부터 그 말에 기쁘지는 않게 되었다. 나를 좋게 봐주려는 마음엔 감사할 수 있겠지만 멋대로 나를 훑어내고 골라잡은 그 말 자체에는 사실 감사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좋은 거라고 여겨지는 정의에 왜 토를 다냐고 묻는다면, 혹은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도리어 기분 나빠한다면, 그 자체가 '내가 널 좋게 봐서 칭찬한 건데 기분이 왜 나빠?'라는 발화자 중심의 시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본다.

 

"평소에 좋게 봤는데"와 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 또한 혼자 상대방에 대한 틀을 산정하고 그렇지 않음에 깜짝 놀라는 것이니 그 사람 자체를 온전히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다움'도 끊임없이 변해가는데 누가 정의해놓은지도 모르는 기준에 나를 멋대로 끼워 맞춰버리면 불편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찌 보면 '예쁘다'라는 칭찬 뒤에는 언제나 당연한 듯 '감사하다'라는 말이 뒤따르는 것도 기괴한 일이다. "내가 좋게 봐서"라는 말을 '마치 그럴 권리를 가진 듯 자기중심적 판단으로 고정관념을 기반한 시선으로 널 판단해서'라고 해석하는 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오늘 '당신의 눈'에 예뻐 보이는 게 그렇게 감사할 일인가?

 

칭찬이라고 멋대로 정의된 말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딱히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자신이 좋다고 느낀 것엔 어떠한 의심 따위 하지 않는 것이다.

 

한 개인이 아닌 성별에 따라 판단하고 고정관념을 발동시키는 이런 발언들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 애초부터 잘못된 구조에서 피해를 당해보거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불합리함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의 단안으로는 아름다운 문화를 들쑤시는 꼬챙이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불편하다.

 

그리고 이 불편함의 피해자는 남이 아닌 나이기에 이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 없다.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꼭 이뻐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오늘 예쁘다. 어디 가?"

 

예쁘면 어디 가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예쁨을 인지시키고, 누군가에게 예쁨으로써 보이는 대상이 되어야만 만족스러운 날? 예쁜 건 누구한테 보여줘야만 가치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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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저자인 러네이 엥겔른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에 대한 언급 자체가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러네이 엥겔른이 대학 강의를 하던 어느 날, 한 학생이 수업에 나오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집 밖에 나가기엔 너무 못생긴” 기분이라 결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학생의 진지한 변명에 친구들은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여성이라면 저런 이유로 결석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칭찬을 포함한 외모에 대한 언급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바라본다고 느끼게 한다. 이를 자주 느낄수록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쉽게 변모하는 피상적인 것들에 나의 정체성을 관련시키기 시작하면 결국 스스로가 자신의 외모의 평가자이자 관찰자·감시자가 되어버리고 이는 외적인 것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더 조형적으로 이쁜, 더 몸매가 좋은, 더 --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등장하면 쉽게 무너져내릴 정체성이니 그런 상대적 가치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나의 개성에 눈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나의 가치를 판단하고 부여하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나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개인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니 예쁜 게 좋은 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관념을 좀 버리고 타고난 소유가 아닌 선택을, 결과보다는 과정과 맥락에 칭찬을 해보자. "예쁘다", "귀엽다", "잘생겼다" 보다 그 사람의 특징과 장점과 매력이 더 돋보일 수 있는 보다 적절한 문장이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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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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