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혼돈의 시대를 치유하는 법 - 철학자의 음악서재, C#

글 입력 2020.11.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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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철학자의음악서재-표지.jpg

 

 

철학자의 음악서재, C#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인문학자 최대환 신부의 철학과 음악, 교양 강의!

 

릴케와 라디오헤드, 마사 누스바움과 바흐, 비트겐슈타인과 브람스 등

 

철학과 음악이 만나 혼돈의 시대, 삶을 어루만지며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북돋우는 치유의 이야기

 

 

어느덧 11월이다. 결실의 시기를 지나 다시 고요한 무(無)의 세계로 복귀를 알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삶에 대해 되뇌곤 했다. 일상 속에 스며든 치명적인 전염병의 등장 때문이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 기념일을 즐기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 이 모든 것들이 낯설고 영영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처럼 느껴진다.

 

어언 일 년째 질병과 동행하는 삶은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만 같다. 저기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이지만, 그것은 우연히 스친 볕인지 출구를 알리는 시작점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예측 불가능성이란 삶의 오묘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하는 요즘이다. 일상의 혼돈은 곧 개인의 정신에도 스며들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으며,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진 것만 같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올해의 단풍을 보고 있어도, 마냥 즐길 수 없는 현실이 우선한다.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는 이 시기를 살아가는 방법은 결국 ‘연대’와 ‘공감’에서 비롯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이것은 내 자신을 돌아보고 가꾸는 작업으로의 회귀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생각은 발생 초기와 다르게 무력해지고, 당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부정적인 생각으로 연결된다. 물론 당장의 현실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곤 한다. 그러나 결국 위기는 곧 기회의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가 내린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철학자의 음악서재, C#>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위로다.

 

이제껏 예술이 삶을 구원하고 이로부터 회복을 알렸다고 한들 그것이 실제로 와닿은 경우는 극히 적었다. 또한, 예술로 얻는 감응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내 고통의 무게’가 모든 이들과 동등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힘듦의 기본값’이 존재한다. 책의 저자 최대환 신부는 ‘음악’을 통해 삶을 어루만진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 지점에서 작가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 신부인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은 과거 중세와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추측된다. 지금과 같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시기였고, 흑사병의 등장으로 인해 대혼돈의 시기를 맞았다. 최대환 신부는 C# minor (올림 다단조)의 소리를 통해서 삶을 진단하고 치유한다.

 

 

 

C#, 사색을 통한 위로와 치유


 

마이너 코드는 메이저 코드와 다르게 어딘가 모르게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근원 모를 무게감을 연상하게 한다.

 

아무래도 지금 시대를 하나의 코드로 표현하자면 C# minor가 아닐까. 일상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깊은 무거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대환 작가는 C#를 통해 우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코드의 매력을 음악, 고전, 교양을 통해서 설명한다.

 

철학자는 삶을 묵묵히 걸어가는 수행자의 면모를 가졌다. 그래서일까. 최대환 신부의 담백하고 친절한 설명은 신부의 서재를 거니는 느낌을 준다. 책의 첫 시작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주제로 한다.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용기’의 메시지를 던진 릴케를 통해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을 위로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삶이 아닐까요? 여러 보잘 것 없는, 불안한, 작디작은, 그리고 부끄러운 하나하나가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의 커다란 전체로 거듭나는 것 말입니다. 삶이란 아마 우리가 이해하거나 의도할 수 있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가능성과 실패가 한데 뒤섞여 만들어내는 무언가일 것입니다.

 

- P.120-121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기대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한다. 중세 흑사병이 세계에 대전환을 알린 것처럼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불현듯 등장한 코로나로 인하여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바라보고 판단하는 행위에서, ‘재난’은 동시에 ‘거대한 변혁’을 암시한다고 한다.

 

작가는 결국 위기와 재난이란 시대정신을 통해서 ‘현명하게’ 나아가는 방안을 찾는다. 즉, 덕과 행복을 통한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현명함’에서 실천을 시작한다. 나아가 혼돈의 시대는 개인의 감정을 극으로 치닫게 만들곤 하는데, ‘중용’ 개념을 통해서 극단의 시대에서 평정을 가질 것을 권한다.

 

 

우리가 사는 ‘극단의 시대’에 가장 손쉬운 선택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공들여 판단하는 대신에 큰 목소리에만 관심을 갖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려주고 있는 현명함에 따른 삶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점점 극단적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절박한 현실성을 가집니다.

 

- P.96 <카이로스의 철학과 슈베르트>

 

 

2부에 해당하는 2악장에서는 ‘계속되는 삶,을 노래하며(Cantabile)’를 주제로 한다. 그 중 바흐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바흐는 일관되게 자신에게 다가온 어려움들과 압박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의연하고 성실하게 응답한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사회적, 가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음악 작품들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창작한 것으로도 이해됩니다.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요즈음 상담심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의 모범을 볼 수 있습니다.

 

- P.141 <바흐의 음악에서 인생을 배우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감상자에게 시간과 반복을 요구하는 음악이다. 바흐는 첼로를 통해서 깊고 세밀한 감정을 표현했다. 당대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음악가 파블로 카잘스(1876-1973)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었다. 바흐의 삶은 평탄치 않았고, 카잘스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한 시기에 그 또한 바흐처럼 고통과 고난을 겪고 있었다. 두 인물은 같은 곡을 통해서 벼랑 끝에 놓인 인생을 마주한 셈이다.

 

음악이 있는 철학자의 서재를 거닐며 ‘삶의 연속성’을 생각한다. 당장에 혼돈의 시대를 걷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빛을 마주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최대환 신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떠올린다. “아름다움만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결국 삶은 이어지고, 예술은 언제나 그랬듯 지친 삶의 이면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철학과 예술이 있는 한, 삶의 '회복탄력성'은 유지될 것이다. C#이 주는 깊은 울림과 위안의 소리를 통해서 끝이 보이는 터널을 같이 걸어나가고 있다고 믿어본다.

 

 

 

저자 소개_최대환


 

의정부 교구 사제로서 현재 혜화동 대신학교에서 지성양성 담당자로 신학생들을 동반하고 있다. 사제양성과정으로서 신학을 전공한 후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에서 고대철학, 윤리학, 종교철학을 중심으로 철학을 연구하였다. 의정부 교구 정발산 성당 주임 신부를 역임하였다.

 

여러 해 동안 가톨릭 신학대학에서 철학 과목들을 강의하였고, 다양한 교회 기관에서 철학과 인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강연을 통해 철학, 인문학, 신학, 예술, 영성 등을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데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세속화 시대에 바람직한 종교적 실천이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강의와 토론을 이끌고 참여하고 있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며 철학과 사색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한 결실이 『철학자의 음악 서재, C#』으로 묶였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최대환 신부의 음악서재'를 진행하고 있고, [의정부 주보]에 ‘최대환 신부의 음악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별이 빛난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그리스도교 신앙』(공역) 등이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교회 안과 밖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아트인사이트 이다선 명함.jpg

 

 

[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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