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과 생계의 타협점이 가져온 특별한 삶 - 저 청소일 하는데요? [도서]

그리고 한 달 동안 청소노동자로 살아본 나의 이야기
글 입력 2020.11.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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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21세기북스, 2019

 

 

청소노동자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여기 그 이미지와는 좀 다른 청소노동자가 한 명 있다. 20대 대졸 여성 김예지씨는 엄마와 함께 4년 넘게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작가는 미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지만 회사일은 고됐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랜 꿈이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퇴사를 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에 계속 꿈만 좇고 있을 순 없었다. 매 달 날아오는 고지서를 감당하려면 뭐라도 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엄마의 제안으로 스물일곱에 엄마와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청소 일을 시작했지만 청소노동자라는 직업은 작가에게도 낯설었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보편적으로 선택할 만한 직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선택한 직업이지만 청소 일을 하며 마주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스스로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은 오히려 작가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는


 

작가의 이야기가 유독 남일 같지 않았던 것은 나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난 여름에 졸업을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소속이 없는, 직업 선택란에 무직이라고 표기해야 하는 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 시험이었다. 생활비를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와 평일에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오전 시간 댄스학원 청소 일을 구했다.

 

나는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처세술에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응대를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청소 일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먼지 쌓인 곳이 깨끗해지는 걸 보면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해서 내게 잘 맞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첫 출근을 했다.

 

오랜만에 몸을 써서 약간의 근육통이 생기긴 했지만 일 자체는 힘든 것이 없었다. 몸을 쓰는 일의 장점은 계속 반복하고 나면 익숙해지고 쉬워진다는 것. 청소 일도 그랬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나는 금세 적응했고 시간 여유도 점점 생겼다. 그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청소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보는 나의 편견이었다.

 

 

 

세상의 편견, 나의 편견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아파트나 상가의 경비원과 만날 때면 그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 음식물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도 일하시는 분들을 피하거나 불쾌하다는 티를 내지 않으셨다. 우리가 만들어낸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 더럽고 냄새가 난다며 그분들을 피해서 되겠냐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 이후로 나도 세상 곳곳에서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짐하는 것과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은 상당히 달랐다. 직업으로 청소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파트타임으로 하는 것이었는데도 내 안에 내재된 오랜 편견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았다.

 

일을 하다 가끔 수업이 있어 선생님이나 수강생과 마주하게 되는 날이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자꾸만 그들이 편견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의 현실까지 더해져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괜히 제 발 저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짧게 잠깐 하는 일이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요즘 뭐 하냐는 질문에 청소 일을 한다는 대답을 하기가 부끄러웠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들을 덧붙여 설명하곤 했다.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저는 이기지 못했어요. 이겼다기 보단 견뎠어요.”

“이길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하지만 이기질 못한다면 자신의 판단에 믿음을 가지고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p. 122-123

 


작가 역시 일을 하고 있을 때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직업을 소개할 때 당황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힘들어했다. 인생의 패배자라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상담을 받았고 청소 일을 선택했던 목적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독립 출판했다. 그렇게 출판된 책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위로를, 작가에게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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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청소 일을 하며 마주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주길 바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남들이 기피하는 궂은 일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마음 대신 다른 직업처럼 성실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으로 봐달라고.

 

비단 청소노동자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들을 편견 없이, 그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는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재밌는 세상을 위해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것. 결국 인생의 책임자는 나다. 그리고 각자 조금은 다르다는 걸, 정해진 길이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 이렇게 조금씩 달라야 재밌는 거 아닐까?

 

p. 147

 


작가는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다른 선택을 할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작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용기를 내고 생각을 실천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진 단단함이 있다. 그 단단함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책을 덮고 나니 왠지 힘이 났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로 얼룩졌던 마음이 가뿐해졌다. 내 삶의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봤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갈 용기가 생겼다. 작가의 말처럼, 더 재밌는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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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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