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티고네 - 무엇이 그녀를 영웅으로 만드는가

가족을 지키기 위한 17살 소녀의 처절한 선택
글 입력 2020.11.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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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되는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남다른 가족애의 전형이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죽은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조국의 배신자로 규정하여 매장을 금지한 크레온의 명령을 따를 것을 거부하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에 모래를 3번 흩뿌려 장례 의식을 행한 뒤 사형을 선고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죽은 가족의 매장은 결코 등한시될 수 없는 신들이 부여한 신성한 의무라 생각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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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감독이 과거의 잔재에 불과하던 그녀를 21세기인 오늘날 다시 끄집어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 마음이 속삭이는 양심의 소리들에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인간상을 다시 조명하는 까닭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선사하는지 궁금증을 안은 채 시사회장으로 향했다.


우선, 안티고네는 캐나다 안에서도 불어를 사용하는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이민자 가정의 막내로 부정할 수 없이 사회적으로 타자에 해당한다. 물론 몸을 눕히고 쉴 수 있는 집, 배를 곪지 않아도 되는 매 시간대의 끼니, 배움이 충족되는 학교교육 등 기본적인 요소들은 보장받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허울일 뿐 정작 억울한 상황에 처하여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는 이민자로 사회적 약자 스탠스에 속하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울타리로 기능하지 못한다.


 

아, 살아본들 무엇하리

꽃보다 오래 살아본들

불보다 재보다 더 오래 살아본들

가슴 속에 꽃을 담고 

죽는 것이 나으라니 

 

-생 드니 가르노-

 

 

이는 첫째 오빠인 에테오클레스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총에 맞아 죽고 둘째 오빠인 폴리네이케스마저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안티고네가 읊조리면서 너무 아름답다 말하던 시이다.

 

서정적인 언어가 주는 미감을 온전히 느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던 그녀가 서슴지 않고 감옥에 대신 들어가는 범법 행위를 하기까지, 삶의 이유이자 안정감의 근원이던 가족이 붕괴될 때 주인공이 체감했을 애통함과 비참함의 정도를 감히 추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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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안티고네에게 할머니와 형제들은 피붙이 그 이상이며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에 첫째 오빠의 억울한 죽음은 이민자 집단이란 단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영역의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을 넘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물론 죽은 첫째 오빠와 둘째 오빠가 사회적 관점에서 완전히 무결하지는 않다. 주인공인 안티고네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어찌됐든 갱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범죄들을 저질러왔으므로 그로 인한 피해자들 또한 공공연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뿐 엄연히 실재한다.

 

안티고네 역시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지키기로 한 자신의 결심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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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단순히 법을 준수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릴 것이냐, 미워도 버릴 수 없는 가족의 편에 설 것이냐 갈등의 상황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이민자 가정으로 표상되는 사회 내 타자들의 슬픈 현실을 그려내며 보다 이들을 향한 이해와 도움의 손길들이 한층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안티고네가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하는 주 원인이 사회적으로 암적이라 치부되는 갱단의 조직원이라 해서 누가 그녀의 용기 있는 선택에 섣불리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사회적으로 타자에 속하는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해왔기에 이제는 이 영화를 통해 미뤄두었던 우리의 솔직한 얼굴과 사회의 명암을 마주할 때이다.


영화의 제목인 안티고네는 꺾이지 않는, 거슬러 걷는 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주인공인 안티고네는 SNS의 선전효과를 등에 업고 무죄를 선고받는 해피엔딩을 맞이할 뻔 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의 결말부에서 둘째 오빠는 다시 동생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하며 멍청한 행동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이름의 속뜻이 암시하듯 안티고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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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언제든 법을 다시 어길 거에요"라는 여주인공의 강단있는 외침이 우리의 마음에 진한 울림을 남기며 감동을 주는 영화.

 

 


 



'안티고네' 티저 예고편

 




안티고네
- Antigone -
  
 
감독 : 소피 데라스페
 

출연

나에마 리치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1월 1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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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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