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형을 믿나요 [영화]

글 입력 2020.11.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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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Reality Bites라는 제목이었고, 한국에는 청춘 스케치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원제목과 다르게 번역된 제목은 어딘가 상투적이고 느끼한 어감을 주어서 Reality bites라는 이름으로 기억했다. 어느 쪽이었든지, 영화는 좋았다. 대학 졸업 후 방황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모습을 그려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 같아서 나는 자연스레 주인공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사도 물론 좋았으나 내가 이 영화를 인상깊게 기억하게 된건 다름아닌 에단호크의 풋풋함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나온게 1994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의 모습이었는데, 풋풋한 그의 모습은 '얼굴이 곧 서사다..' 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고 싶을 정도로 찬란했다.

 

내가 이렇게 에단호크를 좋아하게 된 건 비포 선라이즈 때문인데, 이 영화 역시 90년대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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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는 남녀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비엔나를 함께 여행하는 내용이다. 줄거리 자체는 딱히 특별하지 않은데, 그들이 하루종일 나누는 대화에 특별함이 있다.

 

서로 같은 의견을 갖던지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던지 상관없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그것이 곧 그들이 통한다는 증거같았다. 그렇게 비포선라이즈를 보면서 나는 에단호크를 좋아하게 된 것에서 멈추지 않고, 영화 속 에단호크 캐릭터 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이상형 있어?' 라고 말하면 망설임없이 '비포선라이즈에 나오는 제시(에단호크)같은 사람' 이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나만의 기준을 세워두고, 언젠가 나에게 그렇게 꼭 맞는 사람이 다가올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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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었던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캘빈, 작가이다. 캘빈은 어느 날 꿈속에서 이상형인 루비를 만나게 된다. 꿈에서 깬 캘빈은 루비를 주인공 삼아 소설을 쓰게 되는데 놀랍게도 루비가 소설 밖으로 나와 현실 속에 등장하게 된다. 캘빈과 사랑하고 있다는 설정 그대로.

 

루비를 실제로 만나게 된 캘빈은 본인이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해서 현실을 부정하지만 곧이어 루비가 나타난게 진짜구나 하는 얼떨떨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캘빈이 쓴 소설 덕에 루비가 현실로 등장했고, 그가 어떤 문장을 써내려가나에 따라 루비가 그 문장대로 변화한다는 것 역시 알게된다.

 

캘빈은 루비와의 황홀한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 속 연애는 그의 상상과 다르기 마련이다.

 

나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기를 원했으면 좋겠는 마음에 루비를 캘빈 바라기로 설정해두지만 이 설정은 곧 오류를 만들어낸다. 능동적이던 루비를 한순간에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 이는 루비와 캘빈 모두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각자의 생활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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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캘빈같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만의 이상형을 그려두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역시 나와 맞지 않는구나' 하면서 끝을 내려고 했던 내 모습과 캘빈이 너무나도 흡사했다. 사랑을 판타지의 영역으로 본 탓이다.

 

연애를 하다보면 이상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게 연애니까. 나는 이제 알겠다. 비포 선라이즈 속 제시는 그저 제시일 뿐이라고.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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