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유를 확장하는 법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글 입력 2020.11.04 10: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당신은 책과 눈이-입체표지.jpg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

 

이 한 문장이 책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를 집어 들게 만들었다. 단편적으로 편집된 정보와 일회성의 콘텐츠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읽기'의 의미는 이전과 달라졌다. 이미지를 '보는' 데에 익숙하고 글을 깊이 '읽는' 행위는 어색하다.

 

우두커니 앉아 흰 바탕과 검은 활자가 단조롭게 이어질 뿐인 책을 들여다보는 게 어쩐지 힘들어졌다. 그 어떤 화려한 시각적 자극도 없는 책 너머의 세계가 지루해서일지도 모르나, 어쩌면 온전히 내 사고만으로 독대해야 하는 막막함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난 책을 읽는 데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편이라 어느 순간부터 독서가 부담스러워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습관이었다. 행간의 미묘한 뉘앙스와 화자의 의도와 심정을 읽어내는 데 집착해 한 장을 넘기기가 늘 참 어려웠던 것이라. 그래서 책 한 권만 있어도 무한한 세계를 탐구할 수 있었고 지루하고 심심할 때마다 무언가를 꼭 읽어야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라졌다. 내가 주체적으로 책을 멀리한 것은 아니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각종 미디어 관련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흘러가듯 책과 멀어졌다. 아주 좋지 않다. 무언가를 깊이 탐구하고 사유하는 기쁨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수동적이었다.

 

이는 나처럼 비단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은 한 대상을 읽어내고 내면으로 공감하며 주체적으로 재해석하기보다, 누군가 단정하게 편집해놓은 이야기를 접하기 원한다. 하지만 글을 읽고 사유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다. 형체 없는 내 자아와 감정, 내면의 세계에 뚜렷한 형태를 부여하는 능력을 심어주며, 세상과 더 건강하게 소통하고 일상을 확장하는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

 

자신을 지식생태학자로 일컫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유영만의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이처럼 잊고 지내던 독서와 사유의 필요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이들에게, 갑작스레 불어닥친 고독의 시간을 독서를 통해 기쁨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인은 SNS를 통해 늘 강박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길 원하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고독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한 소외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 세계를 깊이 성찰하고 사색할 기회에 가깝다. 유영만 교수는 이 같은 시선으로 책 읽기를 통한 자아의 확장을 제안한다.

 

 

타자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다. 더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적 사진에 익숙해진 현실에서 위장된 연민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감과 상상력의 실패를 반복하게 만드는 사진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점은 사진에 나타난 타자의 고통은 영원히 공감할 수 없다는 각성이다. 그러니 참혹한 사진 속에 드러난 타자의 불행을 소비하듯 감상하며 위장된 연민이 정을 품는 우리들의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4부 진실과 미래 – 사진은 나의 사심이 담긴 사랑이다 中

 


책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읽고 사유하는 행위를 절절히 기뻐하는 애서가의 에세이인 동시에, 어떤 식으로 사고를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계발서다. 유영만 교수는 짧은 영상과 글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위해 지식을 창조하는 주체적인 독서법을 제안한다. 읽는다는 행위는 눈으로 시작해 뇌로 입력되며 그 과정을 거쳐 생각이 시작된다.

 

책은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저자의 의미가 묻혀 있는 책 속에서 어떤 뜻을 찾을 수 있을지 캐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치열한 사투를 거치며 읽어낸 다음에야 머릿속에는 모든 내용과 감정이 사유의 흔적으로 남게 되며, 이렇게 사유의 길이 길게 이어지다 보면 자신이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과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써 내려갈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추게 된다. 자극적인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긴 글을 읽고 의도를 간파하여 요약하는 능력을 잃어감은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한 단계 나아가, 책은 독서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사고를 확장해야 하는지 시야를 정립해준다. '2부 자연과 각성 : 자연에서 배우려는 몸부림이 삶을 바꾸는 각성이다' 파트를 통해 자연과 생명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3부 관점과 통찰 : 관점을 바꿔 질문을 던지면 새로운 관문이 열린다' 파트에서는 업무와 경영에 도움이 될 창의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논한다.

 

책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책을 읽는 것이 하찮게 느껴지거나 혹은 반대로 두렵고 막막하게 여겨질 때, 시들어가는 독서의 애정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신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