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행의 반복을 끊어내기: 글로리아를 위하여 [영화]

영화 '글로리아를 위하여'
글 입력 2020.11.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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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갛게 웃는 갓난아기의 볼우물과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글로리아를 위하여'라는 제목이 아래에 적힌 포스터.

 

궁금했다. 아이에게 제 인생을 헌신하는 어머니의 사랑, 즉 흔히 말하는 모성애를 다루는 영화일까? 하지만 글로리아의 탄생은 영화의 시작점이지 스토리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굴레'가 주요 키워드라고 느꼈다. 줄거리를 짚어보며 이들 가족을 둘러싼 굴레를 이야기해본다.


영화는 프랑스의 삼대 가족을 다룬다. 오래전, 실비와 다니엘은 결혼해 마틸다를 낳는다. 풍족하지 않았던 생활은 다니엘이 옥살이하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친구를 도우려다가 살인죄로 20년 형을 받은 다니엘. 문제를 같이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비는 혼자 마틸다를 키우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만난 남자, 리처드. 그리고 둘째 오로라가 태어난다. 성인이 된 마틸다가 니콜라스를 만나고, 글로리아가 태어난다. 야간 청소부 실비, 버스 운전기사 리처드, 옷가게 수습직원 마틸다, 우버 기사 니콜라스. 사소한 다툼은 있었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불우하고도 화목한 가족이 붕괴하기 시작한 건, 돈이 얽히고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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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의 습격으로 팔이 부러진 니콜라스. 돈을 벌기는커녕 치료비로 돈이 더 나가게 생겼다. 마틸다는 답답하다. 세 식구가 되었으니 돈이 더 필요한데 혼자 버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니콜라스를 다그치고 크게 싸운다. 삐걱거리는 둘의 관계. 뒤이어 리처드도 버스 운전 중 핸드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정직 처분을 받는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니콜라스가 감정에 휩싸여 주치의를 위협하다가 다치게 했다. 이 상황에서 니콜라스가 실형을 받아 감옥에 가게 되면, 실비의 과거가 반복되는 것이다. 막아야 한다. 실비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주치의 집으로 향한다. 마틸다는 이 굴레에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며 혼자 마틸다를 키우며 버텨온 처절한 삶을 들려준다.


주치의는 원래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큰일은 끝난듯했다. 전보다 안정적인 일을 얻은 마틸다, 니콜라스 부부. 하지만 여기서 니콜라스의 감정이 또 말썽이다. 배신감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제 친구를 죽인다. 다니엘이 목격한다. 이번엔 니콜라스가 자신의 굴레에 들어오려 한다.

 

저주의 대물림은 물레에 건 저주 같다. 태우고, 없애고, 지워도 좀비처럼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는다. 다니엘은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니콜라스의 범행을 뒤집어쓰고 제 손으로 감옥을 택한다. 자신의 손녀딸, 글로리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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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같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날갯짓을 보며 누가 폭풍을 상상하겠는가. 안타깝기도 하다. 가난이라는 족쇄를 벗어나지 못한 이상 이들은 또 같은 난관에 부딪히진 않을까.

 

사실 저주의 대물림은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 다만 저주의 당사자였던 실비와 다니엘, 책임감 있는 리처드가 온몸으로 이들의 굴레를 막아설 것이다. 글로리아에게는 불행이 닿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랑스 노조 파업 같은 사회이슈를 녹이려 했던 시도가 눈에 띄었다. 다만 일 리터에 티스푼 하나 정도의 비중이라 오히려 흐름을 뚝 끊기게 만든 요소 같았다. 노조에 참가 못 하고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기가 급급한 실비의 처지를 가장 잘 보여주긴 했으나, 초점이 아예 뒤바뀌는 느낌이 아쉽다.

 

클라이맥스를 달린다고 무조건 속도가 빠르고 박진감 넘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가족 사이에서 내려오는 저주 같은 대물림에 초점이 더 맞춰졌다면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 명확히 보였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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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로리아를 위하여


원제

Gloria Mundi


감독

로베르 게디기앙


주연

아리안 아스카리드, 제라드 메이란

장 피에르 다루생,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러닝 타임

107분


개봉

2020년 10월 29일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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