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적인 것'의 의미 [문화 전반]

'범 내려온다'로 보는 한국적인 것의 의의
글 입력 2020.10.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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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한옥, 경복궁... 그리고 K팝, 웹툰, 먹방. 이 중에서 '한국적'인 것을 고르라고 하면 과연 어떤 게 그 의미에 부합하는 것일까. 영화 수업 때 교수님께서 한국적인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며 학생들에게 물어보셨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이미지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과 그들이 모여 살고 있는 한옥, 국왕이 국정을 살피는 궁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보며 '한국적인 영화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전통에서 출발한 것들이지 않나. 현재엔 보편적이지 않은 전통의 것들을 모아서 '한국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의 어폐가 있지 않냐고 지적하신 적이 있다. 나도 한국적인 영화, 한국적인 음악, 한국적이라고 일컫는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역사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사진들을 괜스레 떠올린 적이 있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지 않고, 한옥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게 평범하진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대에 마주하는 전통문화가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일상에 그것들이 잘 스며들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만의 멋, 우리만의 것을 알릴 기회가 계속해서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전통문화와 현대의 한국적인 것에 관해 용어를 제대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최근에 이 주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영상 덕분이었다. 10월 30일 현재 642만 뷰를 기록한 국악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라이브 영상. 2019년에 올라온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며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까지 폭발적인 관심이 지속됐고, 이를 통해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까지 찍게 되었다. 국악을 노래하지만 옛것의 느낌이 들지 않는 신선함이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악과 세상 모두에게 익숙한 밴드 사운드의 결합이다. 베이스 두 대로 시작되는 반주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보통 밴드라 하면 기타와 키보드까지 있는 것이 보편적인 구성으로 일컬어지지만, 이 팀은 베이스 두 대와 드럼만으로 악기를 구성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둔탁한 리듬은 판소리의 북 리듬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보는 즐거움도 이 영상에서 한몫한다. 전통의 재해석. 이 영상의 신선함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갓과 트레이닝복, 저고리에 빼곡히 적힌 영어, 휘황찬란한 색의 선글라스까지. 흔히 '전통'과 '한국적'이라는 기존의 틀 안에서 벗어난 차림이다. 색다른 전통의 모습이다. 국악 무대에서 이런 조합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또한 댄서들, 소리꾼, 세션들의 패션을 하나하나 보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상들이다. 수트,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뷔스티에 등에 전통 갓과 저고리 등을 더해 전통의 반가움과 참신함을 동시에 주었다. 현대적인 감각을 곁들인 이 국악 퍼포먼스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 선조들의 문화가 우리 문화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지만, 이것을 '한국적'이라고 말하기보다 전통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우리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에는 전통문화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전통을 폄훼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동안 전통이라는 어감이 주는 딱딱함과 고착화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더 멀게끔 느끼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전통과 현대의 문화를 결합한 이러한 시도는 획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한국 무용을 전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것을 배우고 있지만, 이방인이 된 기분이라고. 현대 무용과 발레를 접할 기회가 더 많은 상황이 안타깝다고. 나도 그렇고, 내 주변도 그렇고 한국적인 것을 외면하던 때가 잦았다고 생각한다. 한 오 년 전에 접했던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 영상을 통해 우리 것이 우리로부터, 또한 외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게 됐다. 우리의 것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문화의 흐름이 하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를,  더 나아가 우리의 땅에서 가장 창의적인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길 하는 바람이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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