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죽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글 입력 2020.10.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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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삶과 죽음, 그 무엇도 아름답거나 추하지 않다

  

 

삶과 죽음, 그 언저리에서


 

언젠가부터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그만하고 싶다’


대체 무엇을 그만하고 싶다는 걸까.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문득 찾아오곤 한다. 주로 꼭 지나쳐야 하는 삶의 관문이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지나오는 시기에 그랬지만, 때로는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이 없는 시기에도 같은 말을 되뇌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방에 돌아와 혼자 밥을 씹던 어느 저녁에, 느닷없이 잠에서 깬 후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새벽에, 여러 가지 생각을 잠시 품어보기도 한다. 나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상상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더 다양하고 위험한 상상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을 때 뿐 아니라 안온한 보통의 날들에도 종종.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려봤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 때문에, 혹은 가깝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인해서. 나 역시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깔끔하고 단정한 검은 옷 한 세트 정도는 옷장에 마련해둬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장례식장에 가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듣는 일은 아마 점점 많아지면 많아지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들어, 나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나름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비해야 할까. 죽음이 우리와 멀지 않다는 사실은 뻔하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죽음은 나이와도 상관없고, 자본력과도 상관없으며,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


이 책의 저자가 유품정리사라는 점과 ‘죽음 이후’라는 소재는 흥미롭다. 앞서 언급한 개인적인 이유와 성인이 된 이후 종종 들려오는 죽음에 대한 소식, 그리고 죽음이라는 강렬한 소재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를 계속해서 접하고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여줄까?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어떤 삶의 모습을 담고 있을까? 흔치 않은 직업인만큼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책을 폈다.


책에 담긴 에피소드를 읽어나가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죽음에는 역설적으로 삶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의 답은 여전히 삶이었다. 죽음 이후에는 그를 떠나보낸 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떠난 이의 흔적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도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에피소드 중에는 현장에 따라 들어와서 귀금속과 현금이 발견될 때까지 지켜보다가 부리나케 챙겨서 사라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몇 있었는데, 그 중에는 자식도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잘 정리해서 전달해줄 것을. 뭐가 그리 급해서 각종 부패물로 범벅된 현금을 움켜쥐고 사라질까.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신 부모의 시신을 두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반면 긴 머리카락으로 여자라는걸 추측할 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해 시취가 진동하는 시신을 발견한 아버지가 딸을 품에 안는 장면도 있었다.

 

 
“부모에게 그가 소중한 까닭은 다만 자식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운 존재가 자식이라는 것을 그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자식이 부모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는가. 지금까지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이 비추는 것은 우리의 지나온 삶이여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곤 한다.


또한 유품정리사 김새별, 전애원의 에피소드를 통해 살펴보면 의식하지 않았을 뿐 우리 주변에는 죽음도 많고 안타까운 죽음도 정말 많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혼자서 쓸쓸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없는 세상,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편안한 문체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고나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태도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 죽음을 성숙하게 대하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 것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죽음에 대비하며, 동시에 삶에 충실하고 떠난 이에 대해 적절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당연한 말들이 더 어렵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더 알아야 한다. 죽음 가까이에 있는 유품정리사들의 생생한 일화들은 우리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은 유품정리사가 죽음 이후를 다루는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둘러싼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꽃은 꽃대로 벌레는 벌레대로 그저 존재한다. 장미가 아름답고 송충이가 징그러운 것은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상은 그 무엇도 아름답거나 추하지 않다.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다. "
 

  

 

도서정보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25년 동안 1000번이 훌쩍 넘는 죽음을 마주했건만 아직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고인과 만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전애원. 그들이 길어올린 우리 이웃의 마지막 순간들을 모아 펴낸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 소개되어 죽음에 대한 의미와 고찰을 전하기도 한 이 책은 서로의 표정과 마음을 숨긴 채 살아가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따듯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 출판사 소개 중에서

 

 

*

 

지은이: 김새별, 전애원

 

발행일: 2020년 9월 29일

 

정가: 14,500원

 

출판사: 청림출판

 

ISBN: 978-89-352-1328-3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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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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