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감의 기록은 어떻게 모을까?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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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색이 뚜렷해 보이는 한 선배가 멋있어 보였다. 한창 나는 스스로 '내 색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나를 어떤 색으로 봐주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엄청 많이 할 때라, 이 선배를 동경심에 우러러봤던 기억이 난다. 색이 있다 함은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에, 평범하지 않은 옷을 입고,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했나?라고 궁금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옷도 무채색에 머리도 자연색인 검은색, 그리고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보통의 대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 선배와 점점 친해지고 함께 팀플을 하면서 사람의 '멋'과 '태'가 난다는 건 외적으로 꾸민다고 해서 나올 수 없는 영역임을 깨달았다. 대화를 나눠보니, 선배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용기 있게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해."라는 말을 해주었다. 선배가 알려준 정답은 바로 '영감의 기록'이었다.
선배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여 선배가 해준 좋은 말들을 그대로 살아가고 싶었던 '나'였다. 그러나 '어떤 걸'봐야 잘 보면서 산다는 것인지,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경험'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선배, 어떤 걸 해야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거에요?"라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감정이라고 느꼈기에 선뜻 물어볼 수 없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하나라도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한 집착 증세가 생겼고, 눈에 불을 켜고 20대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찾기 위해 눈을 바삐 돌렸다.
그런 과정에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들을 하나 둘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 하는 경험은 단기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그렇게, 나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탐색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찮게 그 선배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는 목록을 찾아봤다. 이 선배는 어떤 걸 보고, 어떤 기회를 만들어서 지금의 색깔이 나왔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선배의 팔로우 목록에서 발견한 인스타그램에 굉장히 감각적으로 느껴졌던 '이승희'님의 피드를 보게 되었다. 피드를 보면 공간의 의미를 중요시 여기는 분 같았고, 책을 좋아하시며, 어딘지 모를 자유로워 보이는 감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을 공부하는 느낌으로, 이승희 님 피드에 푹 빠져들었을 때쯤, 또 다른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영감 노트'를 발견했다. 기사를 읽고 밑줄을 그으며 자신의 생각을 주저 없이 올리며 '나'라는 세계관을 확장 시키고 계셨다. 만인과 자신의 기록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영감을 받고 기록물을 만든다는 행동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멋있어 보이는 이 분을 따라 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기록의 날들이 하루하루가 쌓이고 흘러 저 내릴 만큼 차곡차곡 올려놓으면, 이러한 과정들이 바로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줄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난 서점에 달려가서 이승희 님이 쓰신 책 <기억의 쓸모>를 구입해 앉은 자리에서 2번을 정독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기록을 하는 근본을 찾는 생각의 행위가 있어야한다.'였다. 나는 그 근본을 크게 3가지로 간추려봤다.
첫 번째,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매 순간이 과거가 될 현재의 감정을 세세하게 남겨두고 싶어서다. 세 번째, 먼 훗날 완성도 있는 책을 내고 싶어서다.
이제 경험과 기록의 근본을 찾았으니, 실행을 할 차례인 것 같았다. 모든 감정과 상황이 '내 것'이 되는 게 중요함을 작가 이승희 님께 배웠으니, 나는 '내 것'이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변에 숨어져 있는 영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글로 담는 노력을 할 차례이다.
학교 선배를 거쳐, 작가 이승희 님의 <기록의 쓸모>를 통해 영감의 바통을 안전하게 이어받았다. 나는 이제 바통을 받았으니, 이 바통이 떨어지지 않도록 앞, 옆을 바라보며 내 길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조우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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