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키딩'이 아니야

왓챠 익스클루시브 드라마 <키딩>: 우리 함께하자, 이 현실을
글 입력 2020.10.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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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하자, 이 현실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이들의 대통령, 미스터 피클스”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고 이혼과 가정 몰락의 위기에 처한 40대 아저씨”

역설적인 위 두 구절은 동일 인물을 지칭한다. 

 

왓챠 익스클루시브 드라마 <키딩>의 주인공 제프 피클스의 이야기이다. 30년동안 미국 국영방송의 어린이쇼를 통해 전세계 아이들의 우상이었던 제프 피클스.

 

제프는 잔인한 세상의 착한 사람이다. 험한 세상 속에서도 환상을 찾아 아름답고 명랑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단잠의 자장가와 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런 제프이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아들의 죽음이라는 참담한 사건은 그를 완전히 망가트려놓는다. 제프와 같이 쇼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몰아 붙이고, 별거 중인 아내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고, 형제를 잃은 또 다른 아들은 신나게 방황 중이다.

 

제프는 자신이 만들고 가꾸어 놓은 ‘동심의 상징, 피클스’의 틀 안에서 일어나는 혼자 만의 싸움에 괴로워하며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는 마치 자신이 살던 온 세상을 부정당하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오버랩된다.

 

제프는 자신의 주변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며 아내에게 이혼을 고사하자고 주장한다.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제발, 함께해줘.”

 

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이 현실에 제발 함께 해줘, 라는 사랑하는 아내의 진심 어린 토로. 제프는 어김 없이 일터로 향하지만, 더 이상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노래만을 전할 수는 없다.

 

“모든 고통에는 이름이 필요해요.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면 애들은 이렇게 답해요. ‘심장이 있던 곳에 묵직한 볼링공이 있어요!’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이제 그게 볼링공이 아니라 비통함이라는 것을 알겠죠.”


*

 

‘I will always love you.’

 

좋아했던 드라마에서 뜨거운 사랑을 하던 주인공이 헤어지는 연인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이 말은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너와 나는 참 소중했었지, 그걸 잊지말자. 하지만 이제부터 함께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수 많은 이유들로 내린 헤어짐이라는 결정이 함께 결론 낸 마지막 결정이라는 것, 그게 최선이라는 사실은 슬프지만 그야말로 현실이다.

 

<키딩>은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를 공유하며 긴 시간을 함께하던 두 사람이 질척이며 서로를 증오하고, 갈라짐이 곧 부서짐이 되는 우리의 흔한 사랑 이야기이다. <키딩>은 그 어긋남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역설적인 사실들, 한 인간에게 동시에 느끼는 사랑, 증오, 애특함, 지긋지긋함, 우정 등을 클리셰 없이 신선하게 표현한다.

 

제프와 아내 질은 죽은 아들에게 심장을 기증받은 사람을 찾아가 함께 아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비록 이혼 서류 작성은 끝이 났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제프와 질은 사랑했지만, 헤어졌답니다.’라는 동화 아닌 결말이다.

 

 

 

제프의 <이터널 선샤인>


 

<키딩>은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가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전 작 <이터널 선샤인>은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힌다. <이터널 선샤인> 에서는 꿈과 판타지를 여러 몽환적인 장치들로 표현하고 배우의 극적인 연기를 덧붙였다. 이를 감상하는 관객들은 새로운 연출 속에서도 우리네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키딩>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터널 선샤인>에서 느꼈던 묘한 저릿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다.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트적인 시너지는 이 드라마만의 고유함을 집약적으로 선사한다.

 


[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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