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 [사람]

유튜브 중독에서 벗어나기
글 입력 2020.10.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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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보고 유튜브로 영상을 시청한다는 말보다, '소비한다'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SNS는 단순 취미와 개인의 일상을 담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유튜브'다.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유튜브는 앱 다운로드 수 1위, 사용 시간 1위를 달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우리나라도 전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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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이렇게 유튜브에 열광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콘텐츠를 보는 데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스마트폰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영상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올린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비용도 전혀 들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손쉽게 콘텐츠의 소비자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유튜브를 볼 때, 정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일까? 돈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돈보다 더 중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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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운영자는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가 지불하는 시간을 받아서, 다른 루트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을 광고하거나 광고주에게 의뢰를 받아서 광고 수익을 창출한다. 때로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비즈니스를 브랜딩 하는 데 활용한다. 우리의 시간을 사로잡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며, 정당하게 돈을 버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몇 번 두드리면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진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점점 우리는 유튜브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길을 가면서도, 공부하는 와중에도, 일하는 중간에도, 심지어는 친구를 앞에 두고서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유튜브에 중독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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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잊어버린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일주일 뒤에도, 한 달 뒤에도, 정말 당연하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쯤 날려도 괜찮아. 내일이 있으니까. 어쩌면 막연한 믿음을 품고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삶은 영원하지 않다. 당연히 계속될 줄 알았던 삶은 내일 혹은 그다음 날에 끝날 수도 있다. 오늘이 인생에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 엄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에서 명수형이 하신 말씀처럼,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계발 시간으로 쓸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 수도 있다. 우리는 쉽게 그 가치를 망각하지만, 시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로 그 소중한 시간을 콘텐츠를 소비하는 값으로 지불한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먹고 싶은 커피와 치킨을 참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유튜브를 줄이는 사람은 드물다. 온종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10시간을 보냈다면, 최저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85,900원에 해당하는 돈을 쓴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오늘의 소중한 1시간이 고작 8,590원 값에 불과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시간이 갖는 가치와 수많은 가능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내 삶이 발전하고 성장할 기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그 동영상을 보는 데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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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유료 플랫폼으로 돌리지 않은 것은 구글이 착해서가 아니다. 유튜브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수많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일정 부분 광고 수익을 나눠주면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인했다. 그로 인해 구글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유튜브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영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게 된다. 구글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했다. 우리에게 돈이 아니라, 시간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시간을 이용해서 다른 루트로 수익을 창출한다. 때로는 광고 수익으로, 때로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는 데 쓰인다.

 

만약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일정 금액 돈을 지불했다면 어땠을까? 콘텐츠 소비자인 우리들은 유튜브가 무료라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하나의 콘텐츠를 볼 때마다, 영상을 봐야 하는 목적과 이유를 분명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봤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낭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는 콘텐츠는 공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비단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은 모든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수많은 영상을 보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오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콘텐츠의 값으로 지불하고 있는가?


지금 보고 있는 콘텐츠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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