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이 시키는 일 [문학]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 난 뒤
글 입력 2020.10.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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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지 100년이 넘었다. 100년도 더 된 책이라 내용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지, 이해가 가지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책 <마음>은 《선생님과 나》 《부모와 나》 《선생님과 유서》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선생님과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간 가마쿠라 여행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지적인 면모에 끌려 친분을 쌓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제2부는 ‘나’의 아버지가 간암에 걸려 임종을 지키는 도중 ‘선생님’의 유서를 받고 급히 도쿄로 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마지막 장은 그동안 궁금했던 선생님의 정체에 대해 모든 궁금증이 풀리는 해소되는 시간이다.

 

<마음>은 일인칭 화자 ‘나’가 관찰한 ‘선생님’을 모습을 그려내며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찌 보면 추리소설처럼 ‘선생님’의 정체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오로지 ‘나’의 시선에서 그려낸 ‘선생님’의 모습은 어딘가 베일에 싸여있다,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어느샌가 다시 벽을 치고 자기혐오가 심하며 염세적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선생님’은 학창 시절 병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숙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숙부의 딸과의 결혼 제의를 거절하자 달라진 태도에 의구심을 품던 중 ‘선생님’의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숙부가 빼돌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이 사건으로 인간에 대해 깊은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도쿄로 떠난다.

 

도쿄의 하숙집에 머물며 지내던 중 하숙집 아주머니의 온정과 그녀의 딸 시즈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인간을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마음과 인간을 믿고 싶다는 마음의 대립으로 고민을 한다. 그렇게 양가의 감정으로 괴로워하던 중 친구 k가 부모에게 의절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k는 자신이 추구하는 도의를 위해선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홀로 버티는 인물이다. 가족들에게 의절 당하고 모든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k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데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선생님’은 k에게 같은 하숙집에 살기를 권한다.

 

그렇게 같이 살게 된 ‘선생님’과 k는 하숙집 딸 시즈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다. 시즈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는 k를 보면서‘선생님’은 지독한 질투심에 빠진다. ‘선생님’은 질투에 눈이 멀어 k에게 시즈를 사랑하는 것은 곧 도의를 이탈하는 행위이며 지금 집중하고 있는 학업에 정진하라 말하며 수치심과 절망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 시즈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며 k를 배신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k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려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계의 자극에 펄쩍 뛰어올랐지. 하지만 내가 어떤 방면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자마자 어딘가에서 엄청난 힘이 나와서 내 마음을 꽉 쥐고 전혀 움직일 수 없게 하네. 그리고 그 힘이 나에게 너는 뭔가를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며 억누르듯이 말하지. 그러면 나는 그 한마디에 곧 위축되고 마네. ”

 

 

어느새 ‘선생님’이 가장 되기 싫었던 숙부와 똑같이 사람을 배신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게 된 자신을 깨닫고 깊은 자기혐오와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k의 자살 이후 결혼하게 된 시즈에게 모든 사정을 말할 용기가 없었던 ‘선생님’은 지금까지 죽은 듯이 살았다. 그러나 이는 아내가 된 시즈와 장모에게 탐탁지 못하게 비쳤으며 모난 눈초리를 받는다. 그런 눈초리를 받을 때마다 선생님은 더 깊은 죄책감과 모멸감에 휩싸인다.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인간을 불신하면서도 끊임없이 믿을 수 있는 인간을 찾는다. 그렇기에 믿을만한 ‘나’라는 존재가 등장한 뒤 모든 이야기를 실토한 뒤 ‘선생님’ 또한 자살한다.

 

 

“내가 그 감옥 안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또 그 감옥을 도저히 부술 수 없게 되었을 때 결국 내가 가장 손쉬운 노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자살밖에 없다고 생각했네. 움직이지 않고 있으려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한다면 내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은 그 길밖에 없는 거지. ”

 

 

이 소설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내면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숙부에게 배신당해 타인을 경멸했던 선생님은 자기 자신이 어느새 숙부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타인을 경멸했던 마음이 본인 또한 경멸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든다.

 

 

“이해시킬 방법은 있지만, 이해시킬 용기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슬퍼졌네. 나는 단지 인간의 죄라는 걸 통감했어. 그 느낌이 매달 나를 K의 묘로 이끈 것이지. 그 느낌이 장모를 보살피게 한 것이고, 또한, 그 느낌이 아내에게 다정하게 대하라고 명령했네.“

 

 

‘나’는 ‘선생님’을 존경했다. 선생님의 염세적인 사고관과 자기혐오가 시골에 계신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과는 달리 매우 지적이고 멋져 보였다. 그래서 선생님을 따르고 친분을 유지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며 절망한다. 그리고 이 절망에서 헤어나오길 원했다.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배신감을 느끼며 타인을 믿지 않고 온정에 마음이 녹아 호감을 느끼고 질투를 느끼며 사람을 배신했다. 인간이라서 이러한 감정들은 낯설지 않다. 마음은 그러하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만든다. 그래서 후회하고 절망한다. 이 일을 저지르게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도 나의 마음이다.

 

100년도 넘은 근대 소설이어서 그런지, 그 시대의 여성상이나 자살에 대한 관점, 천황 시대적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1914년도에도 2020년에도 인간은 마음이 시키는 일에 대해 너무나 약하며 배신감과 이기심에 좌절하고 사랑에 기뻐하고 웃고 우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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