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의 비전 [음악]

인간 고유의 창조력 코드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
글 입력 2020.10.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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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이다. 고작 프로그램 하나가 인력을 대체함은 이 시대의 대표 핵심 키워드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할지도 모를 두려움과 불안감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점점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음악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삶이 한층 풍요로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과연 음악 연주자들의 삶도 윤택하게 해줄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요즘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전적인 악기를 이용해 연주하고 작업하던 기존 음악가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악을 직접 연주해서 녹음해야 했지만 이제는 악기 어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인공지능이 어느순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클래식 연주까지 가능해져 만일 청중이 기계와 인간의 연주 차이를 잘 못 느낀다면 이 결론에 좌절하지 않을 예술인은 없을 것이다. 음악은 인간의 영적 교감, 영적인 소리를 표현하는 심미적인 예술인데, 인공지능이 이러한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조차 건드려 이를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작곡, 글쓰기조차도 인공지능이 손을 뻗치고 있다. 이미 원하는 분위기의 곡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인공지능이 알아서 작곡해주는 AI가 나왔으며, 미술의 경우 간단한 스케치만으로도 디테일한 그림을 뽑아주는 프로그램,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집어넣고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AI도 나왔다고 한다. 최근에 등장한 ‘prisma’라는 앱은 일반 사진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팝아트, 유화, 연필스케치 등 다양하게 바꿔주는데 거의 손색이 없을 만큼 잘 처리한다고 한다. 미래에 인간의 감성에 대해 학습하면서 머지 않아 장편조차도 그럴싸하게 뽑아내는 진정한 작문 AI가 탄생하리란 전망도 적지 않다.

 

조금 다른 맥락으로 옮겨 이야기하자면 현직 클래식 작곡가인 데이비드 브루스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차가운 기계는 인간의 따뜻한 감성을 모르므로 작곡을 할 수 없다"는 통념을 비판한 바 있다. 흔히 인간은 '아름다운' 곡을 쓰고, 기계는 '아름답지 않은' 곡을 쓸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예술사(史) 속에서 이안니스 크세나키스의 사례처럼 자신의 작곡에 수학이나 물리학의 공식들을 접목시키거나 일정한 알고리즘을 따라서 작곡해 온 사례가 굉장히 많았고, 심지어 그 역사도 귀도 다레초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거꾸로 기계의 경우 머신러닝으로 쇼팽의 마주르카를 학습시키자 쇼팽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AI도 있다고 한다. 즉 예술이 꼭 인간적이어야 한다거나 인간적인건 꼭 예술적이라거나, 창작된 곡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꼭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거나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요지다. 그의 이러한 소견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클래식 전공자들을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예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AI가 음악세계에 비단 위협만을 주진 않을 수도 있겠다. 음악은 곡을 배울 때 작곡가의 의도와 삶, 곡의 배경은 물론 음악이론과 작곡 당시 역사의 이해도 필요하다. 그래서 실기레슨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다른 수업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는데, 인공지능은 여기서 엄청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또한 문화적 체험도 중요한데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발달하면 우리는 직접가지 않고도 가본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창의력이 발휘할 수도 있겠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칠 때 중요한 것은 개인성향에 따라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알아야하는데 인공지능은 가능할 수 있으며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정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겐 무섭고 두려운 문제로 다가온다.

 

제4차 산업 혁명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리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인간이 두뇌를 써서 수행하는 일의 대부분이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기계 지성이 인간을 완전히 능가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크게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컴퓨터는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건 꽤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수준까지 가지 않아도 인간을 부분적으로 대체하고 일자리의 대부분을 소멸시키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마커스 드 사노이는 그의 저서 <창조력 코드>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창조력 코드를 뛰어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애석한 일이지만 컴퓨터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막을 장벽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개입이 점점 줄어들고 컴퓨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넓어짐에 따라 인간 고유의 창조적 코드는 상실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하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변화만큼 인공지능의 시대를 겪는 예술의 미래는 복잡하고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이 산업에만 국한되고 개인에게 대중화가 되지 않았던 시기와 달리,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멸절됐을 정도의 상황이 닥쳤다면 인공지능이 스마트폰처럼 인간의 삶에 보편화되어 있을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와 인간의 감정, 느낌, 영혼과 소통하면서 예술적 창조까지 그 영역을 넓히게 된다면 미래의 예술산업의 주도권은 인간이 아닌 AI가 쥐게 될까 염려스럽다.

 
 


[윤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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