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깔끔하게 글짓기 : 짧게 잘 쓰는 법 [도서]

하나의 물결처럼 흐르는 방법론
글 입력 2020.10.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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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

제목과 어울리는 문장 배치였다.

한 문장이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다음 행으로 넘어갔다.


짤막한 문장이 돋보인

또 다른 이유.

세부 챕터가 전혀 없었다.

보통 '-법'으로 끝나는 책은

여러 가지 방법이

차근차근 정렬되었다.


첫 번째, 이렇게 하라.

두 번째, 저렇게 하라.

세 번째, 그렇게 하라.


명령투로 늘여진 말은

강박처럼 느껴진다.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강박.

고찰과 경험을 거쳐 터득한

방법들.

저자는 독자를 위해

정리와 배열을 시작한다.


은연 중에 해오던 것도

이름을 붙여가며

자신의 A to Z를

일목요연하게 다듬는다.


독자도 바쁘다.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정리한 글을

또 정리한다.

습관처럼 모아온

다른 사람들의 말, 말, 말.

실제로

나의 것이 된 방법이 있는가?

대개 없을 것이다.


당신이 여태 익혀온

글쓰기 방법론에 관하여

회의감이 든다면,

이 책을 열어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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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우리가 글쓰기에 관해

들어온 지식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라.

첫 문장이 중요하다.

일단 많이 써보아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풀어 쓸 줄 알아야 한다.


긴 시간 동안

저자가 공들여 이야기하는

단어가 있다.

'리듬.'

리듬은 음악에서 쓰이는 말이다.

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쓸 것은 글.

눈의 영역이다.

익숙한 감각기관 대신

한순간에 다른 감각을 활용하기는

어렵다.


저자도 아는 것인지

'큰소리로 읽기'를 추천한다.

눈은 속여도

귀는 속이지 못한다.

수동태가 섞인 문장,

쓰임이 적절치 않은 단어,

중복 표현 등

발화하다가

턱턱 막히는 구간이 생긴다.


부분을 고쳐 나가는 과정은

문장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가 배운 글쓰기 방법 중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기'와

정반대이다.

머리에 떠도는 생각과

단어, 문장을 종이 위에 뱉지 않는다.

머리에서 계속 굴려본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단어를 조합하던 중에

좋은 글감이 날아갈까 봐 불안하다.

머리를 부유하는 생각은

유연하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서

형체를 갖춘 이상

그 틀에 갇힌다.

생각이 아니라 문장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문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문장을 꺼내다 보면

문장을 쥐어짜내야 한다.

자유롭게 상상하는 과정을

생략한 결과다.


조급함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을 짜내는 역할만

해낼 뿐이다.


호기심, 참을성, 융통성.

풍성한 글쓰기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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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지않게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

'독자가 글을 따라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초점은

'독자가 글을 따라갈까?'

이다.

독자를 위한 글쓰기란

쉬운 글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이

아니라면

쉽든 어렵든

독자를 위한 것이 맞을까?

글을 쓰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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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글 쓰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부담감.


'작가님.

글 정말 잘 쓰시네요.

기억에 오래 남을 글이에요.

잘 읽고 갑니다.'

글을 잘 쓴다는 평가만큼

작가를 기쁘게 하는 말은 없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작가는 들뜬다.


들뜨고,

멈춘다.

문장 하나하나에 강박감이 깃들었다.

더 좋은 말,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문장,

더 좋은 단락,

더 좋은 글.

자기 자신을 저울질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와 비교하며

갉아먹는다.


'이번엔 반응이 없네.

글이 별로였나 봐.'

작가를 포함한

창작자가 갖춰야 할 자세는

창의력도 끈기도

아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이것이 창작자로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작가이기 전에 인간이다.

인간은 매 순간 완벽할 수 없다.

노력이나 타고남의 문제가 아니다.

운명이다.

다만

생각하는 방향은 선택할 수 있다.


가끔 좋은 글을 쓰는 작가.

점점 퇴보하는 작가.

기복이 심한 작가.

불량한 글은 쓰지 않는 작가.

'작가'라는 타이틀에 붙을 수식어는

작가 본인이 만들어 갈 몫이다.

독자는

작가가 설정한 방향을 보고

따라갈지

따라가지 않을지 고른다.

작가가 침범할 수 없는 독자의 영역.

이 또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짧게 잘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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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벌린 클링켄보그

 

옮긴이

박민


출판사

교유서가


분야

인문 > 독서/글쓰기


규격

130*200mm (양장)


쪽 수

264쪽


발행일

2020년 08월 20일


정가

15,000원


ISBN

979-11-90277-62-4 (03800)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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