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가 되기 - 짧게 잘 쓰는 법

글 입력 2020.10.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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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일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조금 다르다. 나를 위해서인가? 차라리 일은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있다. 내게 돈을 주고, 먹을 것을 주니까. 하지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딱히 내게 주는 즉각적인 유익을 찾기는 어려웠다. 글을 쓸 때,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한가? 역시 아니다. 행복한 거로 치면 회사에서 바쁜 일을 '쳐내고' 집에 돌아와 불닭볶음면을 먹을 때가 최고지.

 

그런데도 왜 하지?


26

끊임없이 문장을 고르는 일이,

꾸준히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이,

말할 수 있는지 몰랐던 것을 말할 수 있게 될 가능성

항상 주시하는 지속적 노력이

작가가 실제로 하는 일입니다.

 

실어증의 회복. 행복보다 매력이 센 창작의 동기일 것이다.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나 생각을 흘러가게 두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잘 사라지지 않았다. 자꾸 내 안에서 왕왕 울어대는 것들을 분별하여 드러내라는 명령을 받은 것처럼. 그것이 작가의 일일까. 울어대는 것들이 먼저 나타났다면, 그래서 내가 쓰고 그려야 했다면 나는 작가가 되기로, 자의로 결심한 게 아니다.

 

122

언어는 말하려는 절박함에 몸부림칩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그 절박함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입니다.

 

때론 억울했다. 내가 글과 그림을 원해서 쟁취한 것이라기보다, 그것들이 내게로 먼저 왔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글과 그림은 먼저 있었다. 그러니 원하기도 전에 주어진 삶처럼, 그들이 내게 먼저 다가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빆에. 벗어날 수 없다면 이젠 잘 살 방법을 궁리하는 수밖에 없다. '절박함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책 <짧게 잘 쓰는 법>은 실질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말하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삶을 사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마음과 태도를 말하고 있다. 문장 구성 방법론이 작가적 삶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정확한 방법론인가. 본문 후반에는 저자가 선정한 예문을 독해하며 초반에 말했던 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다. 이론서이자 실용서다.


*

 

리뷰는 이론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 책에서 말하는 작가가 가져야 할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확신 갖기, 영감 관리하기, 집중하기.

 

 

 

1. 확신 갖기 ①: 해석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42

글은 마지막에 밝혀질 의미를 통해

가치가 입증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부분을 읽든그 순간에 만족할 것입니다.

의미가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읽어내려가는 모든 문장에 흥미를 느끼겠지요.


61

여러분에게는 알아차림을 연습하고

문장을 만들 공간이 필요합니다.

거짓 없는 명료함을 관찰하고

생기 가득하고 창의적이며 자아인식이 뚜렷한

문장들을 만들 공간 말이죠.


66

여러분이 찾아 헤매는 의미나 글 전체의 목적이

여러분이 쓰는 문장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글에 내포된 의미를 찾아내도록 가르치는 교육을 지적한다. 우리는 지금껏 해석자의 역할을 하라는 교육을 받은 것이다.

 

해석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창작자의 입장이 되려면, 무작정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 쓰는 문장이 내가 원하는 의미와 주제를 결국에는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좋은 그림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 그려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현존하는 풍경과 사물을 최대한 형태의 왜곡 없이 드러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의미를 담기'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있는 그대로 쓰기'이다. 그러려면 창작자로서의 자신의 신분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2. 확신 갖기 ②: 권위 부여하기



55

하지만 여러분이 알아차린 것은 모두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건

그것이 여러분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56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행위의 연속입니다.


62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은 절대로

진정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요.

 

172

자신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175

여러분이 관심 갖지 않는 주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겠어요?


186

여러분이 관심 있는 것에 독자 또한 관심을 보이리라는 확신

 

저자는 자기 확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교육 또한 비판한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권위 있는 글을 인용하는 방식은 결국 어떤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결국 온전한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없다. 일단은 권위를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 내 마음에 떠오른 건 중요하다,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알아차린 것이라고. 독자 1호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쩌면 이 과정은 자기를 속이는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당연히 속이는 것이다. 실력이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래야만, 시작할 수 있다. 다음엔 무조건 수년이라는 시간의 여유를 자신에게 줘야 한다. '진짜' 권위를 갖기 위해서.

 


 

3. 작가: 영감의 관리자(노동자)



98

글쓰기에 자연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101

입말처럼 들리는 문장은 절대 자연스럽게 구축되지 않습니다


107

'영감'은 여러분을 키보드 앞까지 데려올 테고

그 순간 여러분을 남겨놓고 떠날 겁니다.

...

꾸준한 노력과는 아무 연관도 없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결국은 힘든 일이다. 손과 머리를 계속 움직여야 하고 마음을 달래야 하고 때론 안 좋은 기억도 끄집어내서 두 번 상처받기도 하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든 결과물에 실망하면서도 다음 작업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니까. 가끔은 나를 스스로 괴롭히는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도 한다. 무언가 알아차리고, 외면할 수 없다면 하게 된다.

 

무엇이 떠올랐는가, 영감은 시작일 뿐이다. 얼마나 잘 관리하여 가꿀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가로 살 수 있느냐를 묻는 것과 같다.

 


 

4. 집중하기: 작가의 말



52

작가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에 깃든 내재적 필연성을 일별하게 될 것입니다.


70

글쓰기를 마친 작가는 각각의 문장이 쓰인 과정과

본인이 내린 선택을 잊지 않습니다.

마치 살아 있는 용어 색인처럼

어떤 단어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내린 모든 결정을

글의 최종 잔여물 이외엔 더이상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에 간직하게 됩니다.

 

사람이, 평생에 한 가지 말을 한다고 한다. 이는 작가정신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자신이 좇아야 할 하나의 방향을 찾아간다면 글을 쓰고 퇴고하며 선택한 단어에서 일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준은, 작가 자신만이 안다. 그렇게 되려면 온 정신을 집중해서,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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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지금 내면의 느낌을 알아차리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마세요.

 

만약 이 책을 탈탈 털어 최후의 문장이 남는다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매력을 느꼈는지 더 알게 되었고 과정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용기도 얻었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책을 만났다고 느끼려면,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 믿는 것을 믿으며 잘 지내 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조금씩 의심이 들고 확신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보게 되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너를 지금까지 믿었다고 생각한 만큼보다 더 믿어야 해."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비슷한 위기는 왠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 같다. 믿음이 떨어질 때마다 영양제를 먹듯 이 책을 봐야겠다.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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