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를 주도하는 기호, #(해시태그)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0.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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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PNG

 

 

SNS상에서 한 번쯤은 사용해봤을 법한 '해시태그'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기호로 사회 전반에 스며들었다.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아이덴티티, 그런 각각의 개성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거센 파급력. 분야를 막론하고 거대한 흐름을 세계의 공통 기호인 #(해시태그)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도래했다.

 

그렇게, 해시태그는 어느덧 문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호가 되었다. 음식, 학습, 인테리어, 패션, 더 나아가 사회개혁을 위한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 될 지속가능한 트렌드의 속성이 된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읽어나가고 새로운 변혁을 불러올 수 있는 전도유망한 콘텐츠가 바로, 이 자그마한 기호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MZ세대의 문화부터 사회문제까지, 세상을 매료하고 각성하게 한 해시태그의 힘은 어떻게 작용되고 있을까?

 

 

해시태그(hashtag)는 게시물에 일종의 꼬리표를 다는 기능이다. 특정 단어 또는 문구 앞에 해시(#)를 붙여 연관된 정보를 한데 묶을 때 쓴다. 해시(hash)라는 기호를 써서 게시물을 묶는다(tag)고 해서 해시태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때, 기호 뒤 문구는 띄어 쓰지 않는다. 띄어 쓸 경우 해시태그가 아닌 것으로 인식한다. 처음에는 관련 정보를 묶는 정도의 기능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검색 등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MZ세대의 학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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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2019 대한민국 트렌드'는 해시태그 팔로우 기능을 분석해 순위를 파악한 결과였다. '공감', '감성'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 작년 한 해, 국내의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가장 많은 팔로우를 걸었던 해시태그는 '#공스타그램'이었다. 이는 자신의 공부 방식이나 필기 내용, 공부하는 본인을 배속으로 찍은 타임랩스 등의 공부 관련 콘텐츠를 피드에 기록하며 비슷한 계정과 공유하고 의지를 북돋우는 새로운 학습문화다.

 

해시태그 팔로우를 통한 MZ세대의 학습법은 본인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일련의 소속 단체나 다름없는, 함께의 가치를 내포한다. 그러면서 더 나은 공부 방법을 찾고 적용해보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해시태그 공동체'를 자연스럽게 이루어간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SNS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의 주체인 MZ세대가 끌어가는 문화 현상에 해시태그가 발맞추어 가는 경향인 것이다.

 

이 밖에도 K팝, 심리테스트, 챌린지 등의 유행을 급속도로 몰고 와 긍정적인 여러 흐름에 앞장서 가는 신세대 마케터의 역할도 담당한다. 대중매체의 늪에 휩쓸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소비하고 행하는 게 아닌, 원하는 해시태그를 겨냥해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싫존주의'적인 성격을 해시태그로 투영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좀 더 나은 세상에서, 가치 있는 문화를 소비하기 위한 바람직한 해시태그의 사용이 온라인 피드에서 펼쳐지고 있다.

 

 

 

#세상의 문화를 주도하는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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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시태그는 한 손에 잡히지 않는 세상의 문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셀 수 없는 불평등, 차별, 혐오가 만무한 현대 사회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지 각성하도록 해시태그는 수많은 이슈를 덧붙여주고 있다. 한순간에 보고 지나치는 일회적인 것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를 지속해서 생각하도록 유도해주는 각성의 문자언어로 말이다. 그리고 이는 해시태그에 덧붙여진 흑인 민권 운동인 BLM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해시태그를 통한 흑인 민권 운동 BLM(이하 BLACKLIVESMATTER)의 발단은 2012년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시에서 17세의 흑인 남성이 자율방범대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으로부터였다. 총격을 가한 방범대원이 사건 발생 1년 후,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자 이에 대한 반발로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시태그 평화 운동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에서 총격당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통해 더욱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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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BLACKLIVESMATTER(흑인의목숨도소중하다) 라는 해시태그를 단 문구는 전 세계로 퍼져 인종차별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자연히 행하게끔 했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이 처벌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는 데서 오는 충격과 개선의 의무가 대두된 피드 문화현상이기도 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불평등한 오늘을 알리고, 더 변화된 내일로 나아가려는 피드의 움직임이 검은 바탕의 이미지로 굳어져 결속된 모습이었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자 세계 음악계는 화요일 하루 간 모든 업무를 중단하는 '블랙아웃화요일(Blackouttuesday)'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에 동참한 당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개수는 무려 2,700만 개를 넘겼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상징이 담긴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것을 해시태그로 결속해 공유하는 것. 21세기의 뉴노멀한 사회적 개혁 운동이 세상의 문화를 주도하는 #와 연결돼 커다란 물결을 형성한 결과였다.

 

이처럼, 강한 익명성과 함께 관심사에 따라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한 해시태그는 미투, N번방 사건, 게시된 국민청원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며 그것들이 공론화되는 데 일조했다. 해시태그에 사용된 이미지 및 문구는 암묵적이지만 울림이 큰 공동체의 메시지를 만들어냈고, 앞선 사례에서와같이 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단지 미국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전 국가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전무후무한 계기를 이루어냈다.

 

 

 

#더 나은 해시태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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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는 단순한 놀이문화에서 정치와 사회 이슈를 다루는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확대되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급속도로 허물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의 접속을 통해 시민들 스스로가 주도하는 여론의 장을 생성해 특정 현상을 비판하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며 또 다른 연대를 이끌어나감으로써 말이다. 해시태그의 힘은 사람들의 감정과 견해와 맞닿아 선한 영향력을 내뿜는 긍정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손쉬운 참여 행태에 대한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모두가 손가락으로만 지지하고 실제 행동은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가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만큼의 관심을 보였으니 본분을 다했다는 심리적 충족감을 해시태그로부터 느껴 온라인상에서 그칠 비운의 사회문제, 문화로 내버려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는 해시태그를 통한 사회문제를 다룰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의문이자 해결 사안이기도 하다. 온라인을 통해 구축된 여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의 완벽한 끝맺음은 도대체 누가 담당하는가? 이러한 물음은 앞으로도 안고 가야 할 시대의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논란의 여지를 줄 수 있는 해시태그가 21세기의 기호로 칭해지는 까닭은 과격성과 폭력성이 난무하는 무력의 방식이 아닌, 대중이 서로 연대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가는 평화의 기호나 다름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언택트(Untact)의 가치가 잔잔한 피드 속에 울려 퍼질 때, 해시태그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며 세상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활동을 빠르게 전개해나갈 듯하다. 한 개인이 모여 하나의 의미 있는 문화를 개척해가고 잘못된 것을 변혁해감과 그러한 문화적 삶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해시태그)가 실현해갈 앞으로의 세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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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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