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빌딩과 리브랜딩 (성공 편) - 축구에서 브랜딩을 찾다 #3.5

글 입력 2020.10.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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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빌딩과 리브랜딩은 과연 무엇일까?

 

리빌딩이란 젊은 유망주를 중심으로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대비하는 운영 전략을 말한다. 기업에게 리빌딩은 바로 ‘리브랜딩’이다. 그렇다면 리브랜딩이란 무엇일까? 통상적으로는 소비자와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 이를 소비자에게 재인식시키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 자산을 새롭게 개편하고, 고객과의 관계 역시 재정립한다.

 

한편 지난 시간에는 AC 밀란과 코카콜라의 사례를 통해 실패한 리빌딩과 리브랜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엔 성공 사례를 살펴볼 차례다. 성공하는 리빌딩과 리브랜딩, 대관절 그건 어떻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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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연예인들에게 자주 쓰이는 이 말은 지나간 전성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이 한 축구팀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리즈 유나이티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19년에 창단된 리즈 유나이티드는 오늘날엔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리즈 시절의 주인공답게 찬란한 시절을 보낸 팀이었다. 1991-92 시즌엔 1부 리그 우승도 달성했다. 이후 2001-02 시즌까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무려 일곱 시즌을 Top 5에 드는 성과를 달성했다. 2000년엔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염도 토했다.

 

성과에 고무된 보드진은 파격적인 영입으로 선수단에 보답했다. 리오 퍼디난드, 로비 킨, 로비 파울러 등의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고 앨런 스미스 같은 유망주도 스쿼드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가 독이 되었을까. 자신들의 위치에 기세등등해진 선수들은 높은 주급을 요구했다. 가뜩이나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고 있던 구단으로서는 당연히 이 요구가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리즈의 보드진은 은행 대출까지 받아 가며 선수들의 요구를 맞춰주었다.

 

하지만 높은 주급 요구까지 맞춰가며 투자했던 선수들은 경기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들의 부진은 곧 성적의 부진이었다. 결국 그해 리즈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자연스레 중계권, 티켓료, 광고 등의 수입이 줄었다. 상환해야 하는 돈은 여전히 산더미였는데 말이다. 부채를 해결할 방법은 선수를 파는 것뿐이었다. 퍼디난드, 해리 큐얼, 앨런 스미스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중심을 잃은 팀은 더욱 흔들렸다. 결국 2004년, 리즈는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기나긴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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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리즈 유나이티드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축구 감독인 마르셀로 비엘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8년 팀에 부임한 비엘사 감독은 팀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18-19 시즌에 비엘사 감독이 영입한 선수는 고작 2명에 불과했다. 대신 그는 젊은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결국 그해 리즈는 리그 3위를 달성했다. 19-20 시즌에는 2부 리그 우승을 하며 무려 17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비엘사 감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팀의 스피릿’에 있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이 성공하는 축구 팀과 브랜드에게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비엘사 감독은 텅 비어 있던 리즈 유나이티드에 새로운 색깔을 부여했다.

 

비엘사 감독의 별명은 ‘광인’이다. 전술에 미쳤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5만 개가 넘는 전술 테이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열정을 넘어서 그냥 집착이다. 이렇게 풍부한 데이터는 감독으로 하여금 수많은 전술적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비엘사 감독의 축구는 경기당 전술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90분간 전술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축구 감독들이 플랜 A가 잘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플랜 B를 마련하긴 하지만 비엘사 감독은 그 정도가 심하다. 덕분에 비엘사 감독의 축구는 매우 역동적이며, 아주 공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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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늘어난다. 오죽하면 ‘살인볼’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비엘사 감독은 젊은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서도 스쿼드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만큼 비엘사 감독의 역동적인 축구에 체력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단 역시 적절한 투자로 비엘사 감독의 열정에 보답했다. 선수 영입뿐만 아니라 스포츠 사이언스팀을 강화 시켜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적극적으로 관리했다. 구단의 구성원 모두가 승격이라는 목표 아래,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한 것이다. 그 결과 19-20 시즌, 리즈 유나이티드는 고대하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달성했다. 이번 20-21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개막전엔 전 시즌 챔피언인 리버풀을 상대로 무려 3골을 넣었다. 새로운 리즈 시절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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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공한 리브랜딩의 사례로는 ‘에어비엔비’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14년,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승승장구하던 에어비엔비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는 리브랜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브랜드 가치는 바로 ‘소속감’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2014년 7월 17일, 에어비엔비의 고객들은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이후 그들은 실제로 에어비엔비의 창립자인 브라이언과 조, 네이트와 37분간 화상채팅을 하며 에어비엔비의 리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리브랜딩을 진행해놓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예 리브랜딩의 시작부터 고객과 함께 나아간 것이다. 이는 고객을 단순히 상품의 구매자가 아닌 미래의 동반자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에어비엔비는 외적인 리브랜딩도 단행했다. 에어비엔비의 로고인 ‘벨로’가 대표적인 예다. 종이 클립을 빼다 닮은 에어비엔비의 로고 ‘벨로’에는 사람과 장소, 사랑, 에어비엔비가 모두 담겨 있다. 이 로고는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에어비엔비’라는 명확한 브랜드 가치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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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어비엔비의 로고가 유명한 건 단순히 그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이 로고를 만들기 위해 에어비엔비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했을 뿐만 아니라 ‘Creat Airbnb’ 캠페인을 통해 로고 제작에 고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물론 이 역시 고객들이 에어비엔비에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고객이 기업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에어비엔비의 고객들이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브랜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손길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후 리브랜딩을 시도한지 2년 만인 2016년, 에어비엔비는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성공과 실패를 합쳐 총 4개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 사례들을 중심으로 성공하는 리브랜딩을 위한 원칙 몇 가지를 도출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신중하라. 마케팅이 눈앞의 파도와 암초를 대비하는 일이라면, 브랜딩은 먼바다의 목적지를 바라보는 일이다. 아무리 거친 파도도 멀리서 보면 잔잔한 물결일 뿐이다. 길게 보고, 꾸준하게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말이 자주 바뀌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별문제가 없다면 한 번 세운 브랜드의 가치와 방향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좋다. 단순히 내 브랜드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심심해 보인다는 이유로 리브랜딩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리브랜딩은 로고와 슬로건을 넘어 브랜드의 모든 것을 바꾸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 카드는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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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진짜 이유를 찾아라. 리브랜딩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정이 비슷하다. 시장에선 내 브랜드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거나, 내 브랜드의 위치가 불확실할 때 그들은 리브랜딩을 고민한다. 그렇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은 진짜 이유를 찾는 것이다. 시장에서 브랜드가 부진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소바자의 취향이 변했거나, 애초부터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브랜드 자체가 원인이거나 회사나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 진짜 이유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혹시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를 알고 있나? 1853년, 미국의 오티스 사는 세계 최초로 안전장치가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 하지만 당시 엘리베이터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속도가 매우 느렸다. 덕분에 엘리베이터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오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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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당시의 엘리베이터에 불만을 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속도가 느려서?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벽한 답은 아니다. 중요한 건 엘리베이터의 느린 속도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느린 엘리베이터가 사람들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티스가 찾은 진짜 이유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버려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오티스는 이를 거울을 설치함으로써 해결했다. 이용객들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 모양을 다듬는다. 사람들이 시간이 버려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할 일을 준 것이다. 덕분에 이용객들의 불만은 크게 줄었다.

 

만약 오티스가 진짜 이유로 ‘느린 속도’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그들은 빠른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모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티스는 거울을 설치함으로써 아주 저렴하게 사람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이유를 찾는 것의 힘이다. 리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리브랜딩을 시도하기 전, 내 브랜드가 시장에서 부진하는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잘만 하면 굳이 리브랜딩을 시도하지 않고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혹은 리브랜딩에 더 큰 당위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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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하라. 브랜드는 소비자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 브랜드는 크게 컨셉, 콘텐츠, 경험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브랜딩의 핵심은 브랜드의 컨셉을 콘텐츠를 통해 경험시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이를 경험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소비자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리브랜딩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소비자를 염두 해야 한다. 당신의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등등.

 

뿐만 아니라 리브랜딩을 시도할 때 브랜드는 기존 고객들을 끌고 갈지, 말지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엔 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문제는 리브랜딩의 특성상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사기가 쉽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카콜라의 ‘뉴코크 프로젝트’다.

 

반면 에어비엔비는 리브랜딩 과정에서 기존 고객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할 뿐만 아니라 아예 그들을 리브랜딩에 참여시켰다. 덕분에 그들은 리브랜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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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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