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숨어 듣는 9020 세대 [음악]

글 입력 2020.10.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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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 MMTG'에서 진행한 '숨듣명 콘서트' 예고편.

많은 이들이 그리워했던 2세대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최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 MMTG’의 콘텐츠가 추석 특집으로 편성되어 지상파 방송(SBS)에 진출하였다. 이 채널의 주된 콘텐츠 중 하나로 2000년대 아이돌 그룹 및 작사, 작곡가들과 소통하는 코너인 ‘숨어 듣는 명곡’이 9020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이들의 무대가 추석 특집 TV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이다.

 

이번 특집 무대는 라인업부터 화려했다. 나르샤, 틴탑, 유키스, 티아라 그리고 SS501까지, 2세대 아이돌 대표주자들이 출격하였다. 그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그들의 음악과 함께 성장한 9020 세대의 팬들에게 즐거우면서도 감동적인 시간을 선사하였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3세대 아이돌들의 국내외를 막론한 활약 속에서, 2세대 아이돌 음악이 이처럼 재조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0년대, 2010년대 아이돌 음악은 현재의 음악에 비해 ‘뽕삘’이라 불리는 사운드와 난해한 가사로 유치하다는 편견이 있을 정도로 정말 ‘숨어 듣는 명곡’이었다.


하지만 비의 ‘깡’을 필두로 이러한 편견은 새로운 ‘밈’이 되었고, 대중들에게 새로운 흥미 요소를 제공하였다. 9020 세대들에게는 10대 시절의 향수를 자극시켜 주었다. 나 역시 2세대 아이돌 음악 특유의 뽕삘과 난해함, 이로 인해 발생한 짙은 중독성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또래 친구들과 이 음악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우리들의 파릇했던 10대 시절로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음악은 일기장이다.’라는 말을 또 한 번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번 문명특급 추석특집 ‘숨듣명 콘서트’와 비슷한 사례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리즈가 떠올랐다. ‘토토가’ 역시 음악 팬들에게 큰 각광을 받았고, 90년대에 활동한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다시 대중들 앞에 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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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토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리즈

 

 

나와 같은 9020 세대들에게 ‘토토가’에서 무대를 선보인 가수들의 모습은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들 중에 현재까지 기성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고, 그마저도 솔로 가수로서의 모습만 봐왔지 그룹의 형태로 안무까지 갖춘 모습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가수로서의 모습보다 예능 MC 등 방송인으로의 모습을 훨씬 많이 봐왔기 때문에, 가수로서 무대에 선 모습은 친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토토가’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관중들의 함성이었다. 세 번째 특집인 H.O.T.편에서, 그들이 무대에 올라 첫 곡인 ‘전사의 후예’를 시작할 때 들린 함성은 이어폰으로 듣는데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눈물을 보이는 관객도 많았다. 내가 그들의 음악과 함께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17년 동안 H.O.T. 완전체의 무대를 기다려온 팬들과 팬들의 함성을 그리워했을 H.O.T.에게 그 순간 눈물과 함성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MBC 무한도전 토토가3

H.O.T. '전사의 후예'

 

 

나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지만 딱 끄집어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윗세대, 그들의 청춘과 그때를 함께 했던 음악은 그들만의 것이다. 그들의 찬란했던 그때를 경험도 못 해본 내가 감히 공감하려 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음악을 통해 시간여행을 다녀온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한 모습에 큰 감동을 할 뿐이다.


‘숨듣명 콘서트’ 방영 무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관중들의 함성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하지만 영상을 보며 이미 마음속으로는 큰 호응을 하고 있었다. 윗세대 음악 팬들이 ‘토토가’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노래들에 붙어있는 타이틀이 ‘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것이다. 십여 년이 지난 노래를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명곡임이 분명하고, 프로그램에서도 이 노래들이 ‘명곡’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숨어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사운드와 중독적인 멜로디, 난해한 안무와 가사 그리고 당시의 무대 시스템과 의상 등이 2020년 현재와는 다소 비교되어 생겨버린 하나의 밈 그리고 이러한 문화예술의 시대적 차이에서 만들어진 세대 차이 밈이 과거의 음악들을 숨어서 듣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밈의 재미 요소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댓글 모음 동영상도 재미있게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웃고 지나갈 개그 코드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음악과 함께 한 세대들에게는 모든 것이 추억이다. 그 음악에는 9020 세대들의 10대 시절이 담겨 있는 것이다.

 

 

SS501 'U R Man' 무대 영상의 댓글을 편집하여 만든

'댓글모음' 영상이 대중들에게 큰 재미를 주고 있다.

'U R Man'은 '따라다따' 등 특유의 중독성 때문에

수능 금지곡 등의 밈이 탄생하였다.

 

 

그러니 이러한 명곡들을 더는 숨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곡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모든 음악에는 당시의 문화 예술적 유행이 담겨 있고, 음악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와 소통할 수 있다. 더는 과거의 음악을 숨어 듣지 말고 과거 시대의 특징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며 이후의 세대들도 즐겨 듣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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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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