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번아웃 증후군, 그를 다스리는 법 익히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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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번아웃 증후군이 심하게 왔다.
월요일에 중요한 전공 수업의 전시를 준비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허비하였다. 강도가 매우 높은 이 전공을 위해서는 투자해야 되는 것이 굉장히 많았고, 과제에 묻혀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들도 일주일 중 1번 정도 만났다. 최근 좋아하게 된 연예인의 온라인 콘서트를 친구들과 봤지만 기쁨도 잠시, 해야 하는 일은 줄지 않았고 점점 우울감에 빠졌다. 온라인 콘서트를 괜히 봤나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전시가 끝난 후에도 자괴감에 빠져 잡생각을 계속하였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을 위한 준비를 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다시 고전하고 있다. 그러다 아주 잠깐 쉬어가는 길목인 지금, 문득 이런 나의 상태가 궁금해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있는 번아웃 증후군 관련 테스트들을 몇 가지 해 보았다. 그리고 모두 높은 점수가 나온 후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쳇바퀴처럼 달려 나가는 삶을 보고 문득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라 우연히 찾아본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비전문적인 매체를 통해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 맹신을 하면 안 됐지만, 조심하여서 나쁠 것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좀 더 찾아보기로 하였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서적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 대웅제약 뉴스룸
위의 특징들은 모두 나에게 해당되는 증상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번아웃 증후군은 질병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리로 해소해야 하는, 우울증 등으로 발전하기 전에 어떻게든 완화해야 하는 증상이었다.
극심한 피로감, 전반적인 위약감, 우울감, 불면증과 함께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어지럽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이며 좌절감과 공포감, 강박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졸린 증상보다는 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할 수 있고 불면증, 맥박이나 호흡이 빨라지며 식욕감퇴나 심한 불안감을 보일 수 있다.
- 이엠디 기사, 홍승권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실 번아웃 증후군은 현대인에 있어서 굉장히 흔한 증상이다. 흔할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질병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그저 ‘피로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이 현상을 가볍게 넘긴다. 나 또한 우연히 상태의 심각성을 알게 돼 방법들을 찾는 것이지, 지금보다 증상의 강도가 약했다면 이를 그냥 넘겼을 것이다. 또한 요즘은 사람들이 점점 더 심화되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지지 않기 위해,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증상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과의 특성상, 1학년 때부터 엄청난 과제량에 시달려 온 주위 동기들은 밤을 새우는 것이 잦아, 번아웃 증후군을 특히 많이 겪었다. 체력과 열정이 있었던 저학년 때에는 모두 이의 심각성을 몰랐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진로 고민도 중첩되며 번아웃 증후군은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점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바쁘더라도,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여야 했다.
찾아보니,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 이때 면역력을 강화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저녁 11시부터 새벽 3시에 잠을 자는 것이 중요했다. 수면 이외에도 언제나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하고, 이때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여야 했다. 체력 향상을 위하여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필수적인데, 지금 나의 상황에서는 실천하기 제일 어려운 방법이었다.
또한 주위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소통, 그리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방법들 외에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것, 자연을 보며 하는 가벼운 산책 등이 있었다.
많이 바쁜 기간이지만 내가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하고, 하나하나 실천을 해보았다. 일단 무작정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늦은 낮잠을 자고 나서는 항상 작업을 하는 방에 변화를 주고 무드 등을 킨 후, 읽고 싶었던 책을 잠깐 읽었다. 그리고 스케줄이 방해 안 되는 선에서 보고 싶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나중에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지면 약속들을 취소할 예정이다). 또한 즉석으로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한 명 만났다. 그 친구와는 밤새 이야기를 하며 각자 바쁘게 사느라 못다 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이를 통해 확실히 친구와 있을 때에 내가 나 자신을 쓸모 있고,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남들보다 과제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것, 아직도 진로 결정이 명확지 않은 것 등 모든 요소들이 정신적으로 날 심각하게 괴롭혔다.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항상 전화를 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나의 심적인 상태를 털어놓았다. 친구는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여 나의 자존감을 올려 주는 말들을 하였고, 그의 이런 노력은 마음을 다잡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이틀 동안 해 보며 알게 된 것은 너무 오랫동안 방에서 과제를 하였기 때문에 방이라는 공간에 거부감이 생긴 것, 타인과 함께 하면 타인의 존재만으로도 치유가 많이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방법들을 시도해 보며 나에 맞는 해소법을 찾으려고,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이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친구를 만나러 가고 올 때에, 내 실력으로는 일주일을 온전히 투자해도 모자를 과제의 양을 걱정하며 이동하였다. 그리고 디자인을 하나도 즐기지 못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끊임없는 회의와 우울감에 빠진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에 맞는 방법을 찾아 활용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지친 날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독자분들께서도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작게라도 보내면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시길 바란다.
[노지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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