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모르파티(Amor fati) – 조의 아이들 [도서]

글 입력 2020.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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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에서 ‘어린이 필독 도서’라고 해서 책을 읽게 한 적이 있다. 생소하고 낯설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여자 주인공’이란 본디, 모두 ‘공주’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 때문에 억지로 <작은 아씨들>을 읽게 되었다. 그 목록에는 <빨간 머리 앤>,<키다리 아저씨> 등과 같은 고전소설도 있었다. <작은 아씨들>은 그중 하나였다.


시작은 강제성을 띄었으나,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작은 아씨들>의 내용은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아있다. 4자매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그녀들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어 읽었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어린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잊은 줄 알았던, 그 시절의 <작은 아씨들>


 

작은아씨들_표지.jpg

영화 <작은 아씨들> 표지

 

 

시간은 덧없이 빨리 흘렀고 조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가 되었을 무렵, <작은 아씨들>은 기억에서 잊혔다. <작은 아씨들>이 다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올해 리메이크되어 새롭게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 예고편을 보고 나서였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소리를 내질렀다. “리메이크돼서 영화로 나왔어?” 게다가 메그역은 엠마 왓슨 배우가 맡았다. 익숙한 배우에 좋아하는 소설이라, 당장 보고 리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가 터졌다. 결국 극장을 가기 꺼려져 놓치고 말았다.


<작은 아씨들>이 그렇게 기억에서 다시 잊혀갈 때, 넷플릭스에서 영화 <작은 아씨들>을 공개했다. 덕분에 부랴부랴 뒤늦게 볼 수 있었다. 메그의 결혼까지인 1부만 생각났기에 2~4부의 이야기가 섞여 정신없이 흘러가는 영화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작은아씨들_조와로리.jpg

 

 

영화로 <작은 아씨들>을 접하고 나니, 1부 이외에 보지 못했던 2~4부 내용이 궁금했다. 조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결국 베스는 어떻게 됐을까? 또 로리는 어떻게 됐을까? 메그는 그 선택에 후회가 없었을까? 정말로 모두 행복했나?


소설로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어졌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서전 같은 소설


 

<작은 아씨들>에는 4명의 자매가 나온다. 아름다우면서 차분한 메그, 활발하고 솔직한 조, 다정하고 상냥한 베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이미. 등장인물들의 각양각색의 개성을 잘 녹여낸 고전소설이다.


저자는 미국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인데, <작은 아씨들>은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로 알려져 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4명의 자매는 실제 작가 자신과 그녀의 자매들을 표방했다.


그래서 4자매 모두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가장 메인이 되는 주인공은 둘째 조다. 조는 저자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의 ‘조’의 풀 네임은 조세핀 마치. 1부 기준으로 15살인 소녀로, 조는 작가 지망생을 꿈꾸는 소녀다.


저자는 조처럼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바느질부터 가사노동 등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언론사에 자신의 단편을 투고하기도 하고, 교사로도 일해 본 경력도 있다. <작은 아씨들>의 3부 <작은 신사들>과 4부 <조의 아이들>은 조가 학교를 운영하는 내용으로 이뤄지는데 ‘이때의 경험을 들여 쓴 것은 아닐까?’ 추측해보게 된다.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은 시대를 앞서 태어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시대가 점점 변화하고 있더라도, 보수적인 옛 사고방식이 여전히 당연할 시기다. 올컷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인 ‘펜’으로 여성주의 관점과 노예해방사상 등 급진적 사상이 담긴 글을 썼다.

 

 

작은아씨들_조.jpg

 

 

문득,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세월이 흘러 조가 도시에 상경해 소설을 출판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출판사 사장은 “결말로 여자주인공은 꼭 ‘결혼’을 해야 한다. 아니면 죽이고 끝내라”고 한다. 이 모습에 루이자 메이 올컷 작가가 겹쳐 보였다. ‘그녀도 <작은 아씨들>을 출판할 때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을까?’ 의문을 가져봤다.

 

 

 

<작은 신사들>과 <조의 아이들>


 

<작은 아씨들> 1·2는 4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3·4부에서는 조가 운영하는 ‘플럼필드’ 학교와 그 학교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가 나온다. 2부 끝에서 조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결혼을 한다.


이 부분은 충격적이고 아쉽다. 조는 언제나 독신으로 영원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저자 본인처럼. ‘결국 인생에서 결혼은 빠질 수 없는 것일까?’, ‘조 그녀가 저자처럼 앞으로의 삶을 산다면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다양한 궁금함이 밀려온다. 저자 올컷도 조를 독신으로 두려고 했지만, 팬들의 성화에 두 사람을 이어주었다고 한다.


어쨌든 조는 바에르 교수를 만나 살림을 꾸리고 로브와 테드라는 두 아이도 낳았다. 평범한 동화라면 아마 여기서 끝이 난다.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그러나 <작은 신사들>과 <조의 아이들>은 그 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았는지, 잘 살았는지 보여줬다.


소설을 읽으며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1부부터 4부까지 ‘소녀’에서 ‘여자’로, ‘엄마’가 된 자매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조가 천방지축 말괄량이의 모습에서 어느덧 한 가정을 꾸리고,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니, 딸자식을 키워 시집보낸 엄마 마음이 들었다. 조의 옆에서 함께 메그, 에이미, 로리의 육아와 가치관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라 생각한다.

 

 

 

바뀌는 시대의 여성상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로리가 조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I think you will marry.

You'll find someone and love them.

You will live and die for them.

That's your way, and you will.

And I'll watch.


너도 언젠가는 결혼하게 될 거야

누군가와 사랑하고

그를 위해 살고 죽겠지

넌 그런 사람이니까

내가 지켜볼 거야

 

 

정말로 로리는 그 말을 지키게 됐다. 3·4부를 읽으면서 읽는 내내 이 명대사가 머리에 맴돌았다. 실제로 1·2부에서도 로리가 조에게 이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책이 없기 때문이다.


조는 로리의 고백을 거절하면서 혼자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끝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독신’을 선언했던 조가 정작 가정을 꾸린 것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에서 서술하는 조의 아이들을 보면서(학교 학생들을 포함해서), 이들과 함께하는 조의 삶이 사랑스럽고 평온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에르 부부는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다른 종류의 수확물에 만족했고,

이번 여름 작업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수확이었다.


-본문, 443쪽-

 


이 구절을 통해, 얼마나 조가 지금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리의 말대로, 조에게 행복이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모른다. 결국 조가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얼마 전 추석이었는데, 명절에는 친척들 간에 흔히 오가는 말 중 하나가 ‘결혼’이다. 이제는 그런 관습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조처럼 필요하다면 ‘결혼’을 선택해 갈 수 있는 세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조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조의 아이들>을 포함한 <작은 아씨들> 전권을 찬찬히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운명을 개척하면서도 회피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용감한 여성들과

그 여성들의 도움으로 꿈을 이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

-곽아람 기자, 추천사 中-

 

 

 

박신영.jpg

 

 

[박신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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