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택트(Untact)시대에 컨택트(Contact)하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0.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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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한지 약 8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라고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여전히 제대로 된 백신조차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외출을 삼가고 있다. 인천공항은 추석 연휴에 늘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지금은 면세점을 통틀어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다.
 
2020년, 지금 이 시대를 일컫는 수식어는 너무도 많다. 코로나 시대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시대 등 다양하다. 사상 최악의 해라는 오명도 얻었다. 처음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심각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일종의 사회적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한다. 참 슬픈 유행이 아닐 수 없다.
 
대학생을 시작으로 초중고 학생들까지 차례대로 비대면 화상 수업이 도입되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푼 마음으로 대학에 입성한 20학번 새내기들은 단 한 번도 캠퍼스를 누비지 못한 자신들을 ‘코로나 학번’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는 좀처럼 쉽게 꺾이지 않았다. 결국 한 해 동안 대학생들은 학교 한 번을 못 갔다.
 
취업준비생들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 화상 면접을 준비한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화상면접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권고받거나 자율출근을 한다. 배달음식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73.6%나 증가했다. (1~7월 누적 기준) 언택트(Untact)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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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는 ‘컨택트(Contact:접촉하다)’에서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말 그대로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마트 세일 품목 코너 앞에서 북적대는 사람의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식코너도 사라졌다. 대신 마켓컬리, 쿠팡, 쓱(SSG) 등 인터넷 장보기 시스템의 매출이 급증했다. 그렇다. 그나마 배달 왕국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식재료나 생필품을 원활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이기지 못한 채 코로나19 이후 CJ대한통운에서만 택배 노동자 9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택배기사 일동은 회사 측에 노동 환경 개선 및 노동 시간 단축이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듣는 학생은 대면일 때보다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한다. 강의하는 교수도 허공에 대고 뱉어내기만 하는 강의 방식이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언택트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인 ‘소통의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지 않는다는 언택트 시대에 맞추어 우리는 일반적인 소통이 아닌, 최소한의 소통만 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실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해도 상대의 말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데, 비대면으로 소통을 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면일 때와 다르게 비언어적 표현을 알아챌 수 없다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상대의 반응을 바로 파악할 수 없으니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일방향 소통이 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양측 다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히려 대면일 때보다 더 의사 전달력이 필요해졌으며, 화상회의를 주관하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코로나 발생 이후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변하는 추세다. 온라인 종교활동, 온라인 수업, 온라인 재택근무, 온라인 거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조금만 더 지나면 웬만한 활동들은 전부 온라인으로 가능할 것만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은 괜찮아하지만, 가족, 사회적 관계를 온라인으로 유지하는 것엔 다소 회의적이다. 가족·친지 모임, 온라인 지인 모임, 온라인 경조사 등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처음이라 어색해서라기엔 우리는 급격한 변화로 인한 온라인 생활에 너무도 빨리 적응한 인류다. 과연 시간이 흐르면 온라인이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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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점점 더 퍼져나갈수록, 새로운 형태의 병이 나타나고 말았다. 최근 정신의학과를 찾는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이제는 수업도, 일도, 쇼핑도, 심지어 모임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한 시대다. 사람과 대화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어렵다.
 
차가운 화면 너머로는 절대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온기를 나눌 수 없다는 말이다. 안 그래도 힘들고 각박한 세상인데, 내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조차 자제해야 하는 현실이다. 무기력증이 안 생기는 게 더 드물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말 모든 것을 언택트하는 것이 당장의 답일까? 맞는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어떻게라도 참고 견디고 있지만, 언젠간 모든 이들의 가슴 속 답답함이 빵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시대를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BC(Before Christ), AD(Anno Domini)로 나눠왔다면, 이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태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확실한 건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무인기계를 들여놓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고, 재택근무와 화상 면접의 효율성을 경험한 기업들은 점점 단점을 보완해 시스템을 굳혀나갈 것이다. 마치 공중전화에서 삐삐, 2G폰, 스마트폰까지 전화기가 빠르게 발전해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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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만큼 기술이 채우지 못하는 공백을 채워나가야 한다.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고 깊숙한 내면의 감정을 뒤처지게 두지 말고 계속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비대면적 소통에 익숙해져 대면 소통을 할 때 상대의 의견을 읽어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전부 서로 연결되는 이른바 ‘초연결 사회’에서 훗날엔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 빠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얼굴 없는 소통의 시대에 잠식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직 나 혼자도 적응하기에 급급한 세상인데, 왜 타인에게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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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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