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텀 레이디, 키튼과 '플루토에서 아침을' [영화]

글 입력 2020.09.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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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를 자주 본 사람이나, 넷플릭스 피키 블라인더스를 봤다면 ‘킬리언 머피’를 보고 ‘아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의 젊은 시절은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2005년(한국 개봉 2007년)에 개봉한 닐 조단 감독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킬리언 머피가 분한 패트릭 ‘키튼’ 브래든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이라 여기는 트랜스젠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출생의 비밀을 지닌 고아에 성정체성으로 인한 주변과의 갈등 속에서 ‘괴짜’로 살아가는 ‘키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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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어머니를 찾아 런던을 찾는 키튼의 삶을 쫓아 런던을 배경 삼았다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오는 공간적 배경을 보여준다. 고향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키튼은 어떻게 보면 갖은 고생을 다 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탁된 아이라는 상황인 데에 더해 주변에서 그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그런 탓에 가족들과는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가서도 학교 선생에게 말썽꾼이라는 이미지로 찍히기 일쑤였다.

 

이런 고생스러운 상황에서도 키튼은 무너지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야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그를 부른 교장선생님에게 자신을 ‘패트릭’이 아닌 세례명 ‘키튼’이라고 불러달라 요청한다. 그런 성녀는 없다는 교장의 말에 성별이 알려지지 않는 성인 ‘케틴’이 있으니 그의 여성형으로 자신을 불러달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여학생들만 듣는 봉제 수업 참여해서 파티에 입고갈 옷을 직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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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키튼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 중에서 사랑을 찾기도 하고, 사람에 데이기도 하며 살아간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람을 찾고 싶었을 키튼이지만 세상의 벽에 여러 번 부딪힐 뿐 해피엔딩은 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거나 속아도, 어머니를 찾아 갔지만 자신을 두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에도 키튼은 무너지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키튼의 웃음에 슬퍼지는 것은 오히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는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평초마냥 떠도는 그의 삶은 얼핏 보기에 막장 인생과 다르지 않다. 키튼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샘솟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를 마냥 불쌍하게 그리지도 않고 키튼도 스스로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잠시 웅크렸다가 벌떡 일어나 걸어 나가는 것이 키튼의 방식이다.

 

 

 

플루토에서 아침을


 

이런 그가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바깥에서 찾지 못하고 고향의 친구와, 자신의 친부를 찾아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간다. 제목이 언급되는 ‘수많은 별을 들러, 화성을 여행하고, 명왕성에서 아침을 먹겠다.’는 작중 대사와 관련 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한 군데쯤 기억에 남는 곳이 있는 여정을 거쳐서 그 끝에 있는 작은 행성 명왕성에서 쉬어 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영화와 원작 소설이 나왔을 때는 아직 명왕성이 행성이었을 시기니 저 멀리 있는 작은 행성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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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끝에 가면 키튼의 친부인 리암 신부(리암 니슨이 연기했다)가 키튼과 찰리를 데려와 함께 지낸다. 하지만 그 집은 교회와 함께 곧 불에 타버리고 아이를 낳으러 가는 찰리와 키튼이 떠난다. 리암 신부 역시 다른 지역으로 좌천되어 떠난다. 그렇지만 이 세사람은 가족으로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저 멀리 새로운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아침을 먹는 일상이 키튼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새로운 아이를 가진 자신의 어머니를 축복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키튼이 찾았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미 패트릭이라는 아들과 로라라는 딸을 기르며 살고 있었다. 그 후 찰리가 검진 차 방문한 병원에서 재회한다. 그의 어머니와 키튼이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부동생에게 어머니께서 예쁜 딸 낳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한다.


드디어, 키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자신을 떠나간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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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6개의 챕터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제목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챕터의 분위기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본래 책에 비해 챕터가 줄어 들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영화만 보았을 때 큰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분절적인 이야기 방식이지만 크게 연속성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선형적인 시간 순서를 지닌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전후 관계를 파악하기도 쉽고 인물의 감정을 쫓아가기에도 충분하다.


또 다른 특징이라 한다면 당시 아일랜드의 시대적 상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친구 어윈은 찰리의 연인이자 공화당 신물을 퍼트리는 역할을 맡았다. 1970년대에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내부 갈등을 배경을 삼아 사람들이 겪는 혼란을 조명한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 사건의 내막은 깊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기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 집중하는데, 키튼의 친구 로렌스가 폭발 사고에 연루되어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그러하다.


어린 시절부터 키튼, 찰리, 어윈, 로렌스는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데 정치적인 사건을 계기로 이들 사이에 변화가 나타난다. 피해자로 목숨을 잃은 로렌스, 그 사건에 주동자는 아니지만 해당 집단에 관련이 잇는 어윈, 어윈의 연인이자 키튼과 로렌스의 친구인 찰리 등 각자의 입장이 급변하게 된다. 어윈 역시 작품 후반부에서 찰리에게 마약 혐의를 씌워 협박하는 경찰에 조직에 관한 것을 실토하고 죽음에 이른다. 그렇게 남겨진 찰리는 키튼과 키튼의 아버지와 지내며 새로 살아갈 의지를 되찾는다.


수많은 별을 들러, 화성을 여행하고, 명왕성에서 아침을 먹겠다. 키튼이 언젠가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명왕성에 정착하기를 바라본다.

 

***

 

추가로, 네이버에서 다운 받은 버전에서는 ‘수많은 별을 유람한 후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으리’라고 요약적으로 번역되어 있다. 전체적인 번역이 이러한 양상을 보이니 참고하고 감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또한 아일랜드의 역사나 70년대 아일랜드 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다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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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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