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들 모습의 철없는 버전 - 프란시스 하 [영화]

프란시스에게 매우 감정 이입해 버렸다.
글 입력 2020.09.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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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도시를 꼿꼿이 살아가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에 유독 약하다. 다들 스무 살을 넘겼는데 여자아이라고 일러도 될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소녀라기엔 좀 많이 웃자랐고 아가씨나 어른이라기엔 더 버둥거리는, 그 사이의 돌다리에 서 있는 여자 말이다.

 

일본의 도쿄에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미카, 우리나라 서울에는 「소공녀」의 미소. 그리고 「프란시스 하」에는 뉴욕의 프란시스가 있다. 이런 영화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토록 몰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울고 웃는 장면에서 내 지나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금 간 거울에 어른어른 쌓이듯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공간, 특히 대도시 속에서 이런 여자아이들이 살아 나가는 하루하루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찌르르 퍼지는 동시에 호기심이 꿈틀대고, 왠지 모를 도전 의식 그리고 신나서 쿵쾅쿵쾅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물론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야무진 시골의 소녀도 있지만, 그들로부터는 이질적이면서도 한없는 힐링을 표면적으로 느낀다면 도시의 소녀들로부터는 더 뒤엉킨 것들을 느낄 태세가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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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프란시스도 친구들과 함께 살아도 900불이나 되는 방값을 내기엔 아슬아슬한 형편이면서 꾸역꾸역 도시 생활을 해간다.

 

뉴욕 한복판에서 예술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20대 무용수.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매우 멋지고 쿨한 사람일 것만 같다.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과 이미지만으로 허울 좋은 성장영화일 것이라고 오해했던 이유기도 하다.

 

다행히 영화는 현실과 자주 맞닿아있었다. 그녀의 삶은 잘 풀릴 듯 안 풀리고, 안 풀릴 듯하며 또 그럭저럭 굴러간다. 인적 드문 공공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처럼. 친구들과 맞닿으며 돌돌돌 굴러다니다가, 또 홀로 남겨졌을 땐 어깨를 한 번 으쓱 한 뒤 흔들흔들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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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를 보고 내 속이 그녀와 닮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책 없고 눈치 없는 그녀 모습에 누군가는 고개를 젓겠지만, 솔직해져 보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의 정의를 늘어놓아 외치고 싶었던 심정, 좋아하는 친구와 평생 이렇게 붙어 다닐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던 심정, 자신들의 예술적 능력을 뽐내는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심정... 꼭꼭 눌러왔던 우리 심정들이 프란시스의 모습으로 드러나 펼쳐지고 있었다.


직업이 뭐냐고 묻는 말에 어색한 듯 대답하는 모습,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눈치 없는 소릴 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장면, 한때 모든 단점까지도 공유했던 친구와 멀어진 후 오랜만에 하는 전화에서 왠지 밀리기 싫어 잘사는 척 말하는 것, 고향으로 내려가자 심심해 보이는 모습, 좁은 기숙사에 살면서 입꼬리가 쳐지고 현실을 알아가는 것 등등.. 비슷한 나잇대에 비슷한 것을 추구하며 비슷한 구석이 있는 곳에서 살아서 그런 건지 공감되는 장면들이 매우 많았다.

 

그녀와 나의 다른 점은 ‘의도하지 않은 담백함’이었다. 그녀 또한 돈도 잘 못 벌고, 학교랑은 거의 끝난 사이인데 ‘나는 왜 이렇게 무능력할까?’ 라며 머리를 감싸면서 고뇌하지 않았다. 영화 속 공감되었던 모든 마음을 숨기고 억누르고 탓하길 바빴던 나와 달리 거대한 프란시스는 가볍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이었던 영화. 우리들 모습의 철없는 버전이라 속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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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재개봉인지도 모르고 봤다.

 

예고편을 보고서는 그냥 뻔한 성장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영화를 보면서 결과는 아무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현실적이고 치우치지 않은 결말이었다. 영화감독인 그레타 거윅도 프란시스 하를 성장영화가 아닌 사랑 영화로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 리뷰를 쓰면서, 프란시스의 이야기를 보고 적는 글인데 계속 내 이야기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참느라 혼났다. 익명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에 꿀꺽꿀꺽 삼켰다. 그만큼 매력이 있는 영화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고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프란시스 하' 30초 예고편

 




프란시스 하
- Frances Ha -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프란시스)

믹키 섬너(소피), 아담 드라이버(레브)

 

장르 : 청춘 무비

개봉 : 2014년 07월 17일
재개봉 : 2020년 09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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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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