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안녕하세요, 제 글 읽어보신 적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글 입력 2020.09.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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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노래를 고른다. 오늘은 sista prod 의 Eyes blue like the Atlantic 이다. 얼마 전에 이웃 블로그에서 알게된 노래인데 들을 만하다. 그리고 워드를 켠다. 메모장을 열어 글 소재로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걸 주욱 훑는다.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적어두는 편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도 어느새 절반 이상이 지나갔으니 목록 중에서 이미 체크된 것도 여러 개다.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항상 마감일에 닥쳐서 쓰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꼭 다음 번엔 미리 준비해서 써 봐야지, 하고 방금 또 다짐했다.

 

글을 써보겠다는 건 2020년의 목표 중 하나였다. 카드뉴스 형식의 콘텐츠라거나 블로그에 쉽게쉽게 쓰는 글에는 익숙했지만 긴 글로만 이루어진, 논리적인 구조를 가진 콘텐츠를 써 본 적은 없었다. 긴 글을 쓰자. 언제나 숙원으로 남겨두던 중 아트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지원해 7월부터 글을 쓰고 있다.

 

 

 

본론 1. 기억력이 흐릿해서


  

나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 때 나 좋은 아이디어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뭐였지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다. 혹자는 그를 뇌세포가 죽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그러면 나는 수백 개 정도 보낸 거겠지. 그래서 종종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곤 한다. 다이어리 맨 뒷장에 하나 둘 적어놓는 식이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었는데 대체 누구였지 하는 과정을 일년에 다섯 번도 넘게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적게 되더라. ‘내 관심사’, ‘내가 좋아하는 것’ 제목을 붙여놓고 생각날때마다 항목들을 추가한다. 친구랑 대화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맞아, 나 이거 좋아했지’하며 불쑥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적는다.

 

 

메모.jpg

 

 

메모를 한다. 다이어리에 적기도 하지만 떠오른 생각을 급하게 쓰느라 핸드폰 메모장을 애용한다. 친구와의 대화 중에 급히 생각난 것들은 기존에 쓰던 목록을 찾을 겨를도 없이 급하게 써서 오타도 있다. 메모를 하는 방법에도 특징이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는 것. 나중에 다시 그 메모를 찾아봤을 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헷갈릴 일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적어놓는다. 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지 생각의 흐름을 풀어 쓴다거나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까지 포함해서 쓴다. 당시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낱낱이 알 수 있게.

 

이런 메모들은 주로 내 글감으로 살아난다. 아트인사이트 소재를 제목으로 하는 메모도 있다.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내놓아야 한다는 가벼운 압박 속에서 메모를 더욱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소재를 두둑하게 쌓아놔야 안심이 된다. 미래의 내가 어떤 소재에 끌리지 난 잘 모르겠으니까 최대한 많이 준비해두자.

 

 

 

본론 2.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쓴다.


 

내글목록.jpg

지금까지 쓴 글들 일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쓸 때 가장 말을 잘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는 왜 좋아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몰두한다 < 두루두루 좋아하고 살짝씩 맛 본다.’ 성향인 나는 좋아하는 것만 늘어 놓아도 꽤 된다. 입시를 준비하며 다녔던 면접학원 선생님이 추천해주셨던 희곡 <우리 읍내>, 내가 유일하게 수집하고 있는 작가 <마스다 미리>,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표현하는 동화작가 , 친해지면 꼭 보라고 보내주는 영상 <이게 원본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등.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냥 좋다’며 단순하게 좋아하고 있었는데 글로 전달하자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며, 그를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등등 자료조사가 필요했다. 공부를 하게 됐다. 구글링을 하고, 여러 매체를 뒤지며 작가 인터뷰, 다른 사람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피곤한 과정이긴 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내는게 아니라 탄탄한 근거를 정리해서 ‘이 정도면 좋아할 만하지 않냐’고 설득하는 글을 썼다.

 

내 글을 읽으면 내 가치관을 짐작하기 쉽다. 김승일 시인의 나의 자랑 이랑에 대해 쓴 글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서 썼다. 나는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라는 메시지를 가진 시인데 나의 인생관에 딱 들어맞는 시라서 좋아한다. 나는 내 친구를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친구를 자랑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그 시에 대한 글을 꼭 써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쓴다… 나 사실 내 이야기를 돌려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결론. 친구에게 글을 읽히기


  

글을 쓰고 나면 뿌듯하다. 괜히 내 글을 몇 번 더 읽어본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오타가 눈에 띄면 통탄한다. 수정하고 싶지만 수정할 길이 없다. 그렇게 여러 번 읽었는데도 왜 이 오타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과거의 나를 탓한다.

 

어휴. 그리고 링크를 복사해서 친구 둘에게 가장 먼저 보낸다. “이번 주 글이야, 읽어줘.” 착한 친구들은 읽고 열심히 피드백을 준다. 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둘은 항상 내 글이 제일 좋다고 얘기해주기 때문에 내 글을 들고 가기가 부끄럽지 않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는 내 글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었는데, 그 친구들의 칭찬을 양분 삼아 또 새 글을 쓴다.

 

 

설레.jpg

친구들에게 글을 읽히는 나는 대략 이런 모습이 아닐까.

 

 

가끔 내 글을 읽고 어떻게 반응해줄지 궁금한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는 이 글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는 다짜고짜 링크를 주기도 한다. “심심하면 한 번 읽어 봐.” 댓글을 남겨주는 친구도 있고, 내가 쓴 글인 줄 모르고 여기저기 공유하다가 알았다, 너무 좋았다 식의 과찬을 주는 친구도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글이라는 것은 누가 읽어줘야 생명력을 가지는 것 아닌가. 글을 어딘가에 올리는 것은 이 소재에 대해 소통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의 최초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쓴 사람으로서 글을 읽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누구 어디 이 글 재미있게 읽으신 분 계신가요, 이 글 소재에 대해 저처럼 생각해 보신 분 없나요. 궁금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구들한테 읽혀야 겨우 그 불특정다수를 향한 질문이 조금의 답을 얻기 시작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제목과 표지에 흥미가 생겨 들어왔는지, 한 문단 읽어보고 흥미가 생겨 고개를 더 가까이 붙이고 읽었는지, 아니면 중도 포기하고 페이지를 나갔는지. 이 글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읽고 있는지. 오늘도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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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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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고양이
    • 우준영 에디터딤 글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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