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을 딛기 전에 [영화]

벼랑 끝에 선 이들을 구해낸 후지야부 목사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9.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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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밤중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후지야부 목사가 급히 산단베키 절벽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발신자는 아무 말이 없고, 후지야부 목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차를 몰고 절벽으로 향한다. 곧이어 절벽에 경찰이 도착하고, 두시간의 설득과 회유를 거친 끝에 후지야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여자는 그를 따라 ‘집’으로 간다.

 

2018년 제작된 카세자와 아츠시 감독의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은 관광 명소이자 유명한 자살 장소로 알려진 산단베키에서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을 디딜 뻔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후지야부 목사의 일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다.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는 후지야부는 깎아지른 절벽 앞에서 마지막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로 데려온다. 시설에는 먹을 것이 있고, 누울 자리가 있고, 규칙이 있고, 서로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후지야부는 시설에서 머무르는 사람들이 다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돕기 위해 도시락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한다. 한때 삶을 완전히 포기하려 했던 이들은 식당에서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면서 다시 일상의 재미와 보람을 찾는다. 그렇게 후지야부의 집을 거쳐 간 사람은 벌써 900명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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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에 모인 이들은 어떤 이유로 절벽을 찾은 것일까? 매스컴에서 자살 문제를 다룰 때는 특정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인 구조를 문제시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다큐멘터리 역시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며 사회적 문제를 도출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경제 위기, 취업난 같은 사회적 현상을 자살의 원인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개인이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겪는 정서적인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인터뷰를 통해 절벽을 찾은 이들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집단에서 자리를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가 문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관계’라는 지점에 있다는 것은 시설의 운영자들이 최근 시설에 오게 된 이들의 경향을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후지야부 부부는 최근 시설을 찾는 사람 중에는 가족과 관계가 두절되어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며, 그것이 일종의 (죽음을 막는) 제어장치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의지할 만한 관계가 없는 사람은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지야부는 기댈 곳 없는 이들에게 집이 되어주고, 약속을 하고, 때로는 조언을 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지야부 목사가 시설에 머무르는 이들을 마냥 감싸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후지야부는 그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개입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설득한다.

 

때로는 대화가 가벼운 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후지야부 역시 타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후지야부와 시설 사람들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대등한 관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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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야부 목사는 산단베키 절벽을 찾는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대체 어디서 원동력을 얻는지 궁금할 정도로 타인을 헤아리고 돕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후지야부 목사를 통해 타인이 보내는 지지와 응원을 경험한 이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을 보는 내내 떠올랐던 The 1975의 ‘I Always Wanna Die (Sometimes)’ 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너의 죽음은 너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너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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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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