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으로 익숙한 물음들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도서]

글 입력 2020.09.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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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삶


 

내겐 출생의 비밀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90년대 후반에도 이런 일이 있냐고 묻고는 한다.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워질 뻔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출생 자체가 부정당할 위기를 겪고 나서도 나는 지금까지 무수한 혐오와 폭력에 마주해야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워진 존재들을 떠올리며 나는 페미니즘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겨우 삶을 버틸 무렵, 작년에는 불법 촬영을 하던 남성을 직접 신고하면서 모든 게 무너진 기분이었다. 왜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폭력을 겪어야 했고, 가해자는 젊은 남성이라며 선처를 받을 수 있었을까. (피해자인 나는 가해자보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무력감을 겪은 후에는 내 당한 성희롱과 성추행은 그저 술자리에서 푸는 이야기로 웃어넘길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 강제적인 무던함 속에서도 견딜 수 없던 것은, ‘요즘 어디 성차별이 있는가. 나는 혹은 주위에는 성차별을 당한 적이 없다.’라는 뉘앙스의 말들이었다. ‘이미 성차별이 없어진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말을 들을 때면 상당히 황당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무수한 피해자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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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는 이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일곱 물음에 답하고 있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하나인가.’,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힌트로 Key Ideas Box를 첨부하여 페미니즘 관련 용어를 정리하였다.

 

 

페미니즘의 궁극적 지향점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회정치적 권리를 보장받는 그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지닌 다양한 '존재 방식'을 서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세계가 바로 페미니즘이 꿈꾸는 세상이어야 한다.

 

21세기 페미니즘은 가장 근원적인 뿌리로부터 평등과 정의를 모색하는 '급진적 평등성'이 실현되는 세계를 꿈꾸고, 성찰하고, 행동하고, 연대하는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 페미니즘'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_강남순

 

 

사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는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이미 접했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하거나 한번은 고민했던 물음들일 것이다.

 

페미니즘은 당연하게도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답을 바라며 무수한 논쟁과 고민을 거친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거나 타인을 배제해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배제당한 대상이 다시 타 그룹을 배제한다는 것은 폭력을 이어지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페미니즘 운동가 캐롤 허니쉬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내 개인적인 경험을 다시 말해보자면, 나는 남성의 폭력의 피해자였음에도 ‘네가 예뻐서 그랬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이 말을 한 명에게만 들은 게 아니었다. 이 말에는 무수한 모순이 있다.

 

여성이라면 이미 어릴 때부터 괴롭힘에 관해 털어놓으면 ‘네게 관심 있어서 그런 거니까 참자.’라는 말을 종종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리 분별 능력이 부족할 어린 시절에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게 된다.

 

분명 피해자임에도 피해자인 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 “네가 예뻐서 그랬다.”라는 말로 다시 돌아온다.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권리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무참히 밟아버린다. 나는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무수한 여성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나마 이 무력감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미래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할 사람들 때문이다. 페미니즘 담론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페미니즘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소수자로의 ‘여성’을 넘어 여성 퀴어, 혹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 주목을 받으며 여성으로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회정치적 권리를 보장받는 그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확장으로 앞으로의 삶은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
 

지은이 : 강남순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여성학

규격
136*205

쪽 수 : 324쪽

발행일
2020년 02월 20일

정가 : 17,000원

ISBN
978-89-356-6337-8 (03100)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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