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돌팔이 의학의 역사 - 우리는 왜 알아야만 하는가

글 입력 2020.09.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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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너 돌팔이지?”라고 묻는다면 돌을 팔아주지는 못해도 돌 팔매질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돌팔이라는 단어는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 단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설이 돌지만 ‘돌다’와 무당이 섬기는 바리데기 공주의 ‘바리’가 합쳐지면서 돌바리가 됐고 이 집 저 집을 들르며 기도와 간단한 치료를 해주던 이 돌바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돌팔이가 됐다는 것이 돌팔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기도와 치료가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기원이 어찌 됐건 이 돌바리가 지금의 우리가 사용하는 돌팔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부터 사람 여럿 잡은 건 사실이다. 돌팔이가 진짜 돌 팔매질 같은 짓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러려고 연구했나 자괴감 들어...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말이나 꼭 보고 배워야 할 것만 있는 건 아닌듯하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통과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을 했으며 이러한 것들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느꼈지만 어떤 것들은 지금의 지식을 바탕으로 보면 왜 저렇게까지 했었나 싶은 것들도 많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은 이런 실패와 사고들 덕분에 현재의 우리는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비소는 또한 ‘패리스 그린’이나 ‘셸레 그린’ 같은 아름다운 염료를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은 조화나 직물, 벽지의 색을 내는 데 사용되었다. (중략) 하지만 나폴레옹의 방에 쓰였던 아름다운 녹색의 벽지 샘플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 65 페이지

 

 

무리한 돌진으로 영국과 러시아에 뺨 맞고 유럽에 화풀이한 꼴이 되긴 했으나 프랑스의 번영을 가져온 뛰어난 리더십과 전략적인 두뇌를 가졌던 것은 분명한 나폴레옹마저도 아주 사소한 무지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다. 인간 사회를 풍족하게 하고 다채롭게 칠하며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예술이지만 그 예술도 사람 손에서 태어나다 보니 이렇듯 다사다난하다. 위대한 지도자의 죽음에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배운다.


과학자, 화학자, 교수,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아무개는 그저 본인의 직업에 충실히 하고자 혹은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내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으로 여러 가지 연구를 했을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다양한 약물과 원소, 그리고 치료법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금이나마 더 많은 사람이 덜 아프고 덜 다칠 수 있게 하도록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에도 임상 시험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동물 실험 등으로 윤리적인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며 여러 장애물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같다. 먼 훗날의 우리 후손들도 지금 우리 사회의 지식을 보면서 우리가 이전의 역사적 지식을 보는 것과 같은 감상을 느낄 수도 있다.


살리고자 만들었더니 죽이고 있었음을 알았을 때 그 자괴감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 아니었을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Latte is Horse라는 희대의 명언을 탄생시킨 우리 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물론 그 뒤에 따라오는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라는 문장과 세트로 붙어 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는 것은 변론의 여지가 없다. 보통은 꼰대들의 훈수로 여겨지는 말이지만 의학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최소한 이 책에서만큼은 꼰대가 아닌 참된 훈수임을 느낀다.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하여 우리에게 알려주는 경고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한국사나 세계사를 배우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받는다. 사람에 의해서 태어난 전쟁과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난 질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많은 목숨을 앗아 갔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전쟁보다는 비슷하게나마 겪어본 질병이라는 존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더욱 피하고 싶어진다. 내 몸이 뜨겁게 불타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때 손톱보다 작은 한 알의 약이 그 고통을 지워주는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져 갔을지를 떠올리자.


장난스러운 멘트로 풀어내지만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내용 중에서 그 어느 것도 장난스레 넘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이 목숨과 연관된 것들인데 어떻게 가볍게 넘길 수 있겠는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태어난 학문이 의학이고 의학은 과학을 바탕으로 하며 그 과학은 가설과 실험,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이 책은 실패작들의 아카이브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생사의 갈림길에 선 누군가를 살려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모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거름이 되는 아카이브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엉터리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이유는 ‘아직은’ 이보다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지 완벽한 시스템이라서가 아니다. 파시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등 여러 가지 시스템을 거치면서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면서 그 장점들을 추려낸 것이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다. 미래에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을 수도 있고 현재를 유지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에는 몇 가지 단순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 효과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음을 믿는가? 부작용을 무릅쓸 용의가 있는가? 그리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 있다. 비용을 감당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그러니까, 이 책은 모든 것을 치유하려고 한 최악의 방식을 간단히 정리한 의학 역사서이다. 

 

물론, 지금보다 더 엉터리인 ‘최악의 방식’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 출판사 리뷰 발췌

 


의학과 과학도 마찬가지다. 현재 존재하는 약이나 치료법은 ‘아직은’ 이보다 효과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용 중인 것이다. 즉, 우리가 쓰는 이 모든 것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또는 잘못됐을 수도, 혹은 더 나빠진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런 것에 대해 알려줘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대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의 매력에 더 빠져든다.


사실만은 기록하여 의학적인 역사를 서술한 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사실의 연속에서 정보만은 얻을 것인지 정보에 담긴 메시지를 함께 읽게 될 것인지는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 책을 읽는 본인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돌팡이-띠지입체.jpg

 

 

돌팔이 의학의 역사

엉터리 만병통치약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

 

 

지은이 : 리디아 강, 네이트 페더슨

 

옮긴이: 부희령

 

펴낸 곳: 더봄

 

발행일 : 2020년 9월 3일

 

값 : 25,000원

 

판형 : 신국판(150*220)

 

쪽수 : 432쪽

 

인쇄 : 올컬러

 

제본 : 무선철

 

ISBN : 979-11-88522-79-8 (0390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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