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크닉 '명상/Mindfulness' 전시 체험기 [시각예술]

내겐 너무 멀지만 동경하게 되는 것
글 입력 2020.09.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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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나와 다른 것에는 마음이 잘 안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와는 많이 다른 것을 은근히 동경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심한 손끝으로 선율을 만들어내는 피아니스트를 동경하듯 말이다.

 

나에게는 명상이 그렇다. 바깥 환경은 조용하길 바라지만, 정작 내면은 24시간 내내 시끌벅적해 뻑적지근했다. 갈피를 못 잡고 비틀거리는 내 내면과 다르게, 명상은 그 단어를 읊조리는 것만으로 속 안에 차분함을 선사해준다.

 

그 힘을 동경하곤 했다.



명상1.jpg

 

 

명상을 해보려 노력한 적은 꽤 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머리가 지긋지긋해 몸의 부위마다 힘을 빼보라는 오디오 클립을 들으며 눈을 감은 적이 있다. 명상을 해보겠다며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숲을 상상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어 본 적도 있다. 자연히 명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피크닉의 전시, ‘명상’은 놓치지 않고 꼭 가고 싶었다.

 

전시 안내문에는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하라는 문구가 써있다. 작고 어두운 전시 공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전시 속으로 첫발을 내딛자 코를 찌르는 향냄새와 칠흑 같은 어둠이 나타나 순간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3초 정도 뛰쳐나갈까 생각했지만, 곧 바닥에 깔린 흥미로운 비디오에 몰입해 보느라 나의 경미한 폐쇄공포증이 되려 극복이 되었다.

 

영상의 화자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건네는 듯한 말을 속삭이듯 읊조린다. 죽음과 환생 사이에 놓여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티벳 사자의 서를 영상과 함께 보니 지금 내가 그 기로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가상의 영안실 안에서 죽음을 진지하게 마주하며 가라앉은 마음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차례로 걸어나갈 때마다 ‘수행, 알아차린다는 것, 의식의 바다’의 테마 안에서 작품의 도움을 받아 명상과 가까워져 갔다.

 


명상 글.jpg

 

 

그러나 전시 관람을 하는 나의 태도가 아이러니했다. 정신집중을 도와주는 명상 전시회에서마저 끊임없이 딴생각을 하는 나를 깨달았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의 감각을 느끼면서 나선형 구조물 안을 걸어 들어가는 ‘느리게 걷기’ 전시체험을 하면서 계속 ‘무좀 옮으면 어떡하지? 모래는 계속 관리하는 건가?’ 걱정 하고, 맨발로 돌을 밟으면서 조금만 뾰족한 느낌이 느껴지면 온 몸에 힘을 주었다.

 

부풀어오르는 비닐 사이에서 숨을 쉬는 공간에서는 비닐이 최대로 차오른 순간 무섭다고 달려나갔다. 뿌연 연기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공간에서는 집중하지 못하고 같이 간 일행을 찾았다. 이런 내 모습이 피곤했다.

 

분명 전시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전시였는데,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참혹한 순간들이었다.

 

이런 식으로도 나를 깨달을 수 있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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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전시를 보고 난 뒤 나의 반응은 ‘세 번은 죽다 살아난 것 같다’였다. 명상과 밀접한 일련의 체험들은 죽음을 진지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여러 차례 외적인 것들과 단절되고 내면을 통일하는 과정들을 나는 죽음과 비슷하게 느낀 것 같다.

 

탁월한 태도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감각에 놀라워하고 깨어나면서 꼼꼼히 관람에 임한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에 받아든 맑은 차 한 잔을 입안에 머금으니 마음이 맑은 가을 공기로 사르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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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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