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위기의 역설 - 코로나 0년 초회복의 시작

글 입력 2020.09.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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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WSJ에서

"코로나19가 세계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동성을 잃은 '코로나 세대'


 

대학생 때 즐겨 읽었던 책이 떠올라서 꺼내놓고 접어놓은 부분을 다시 읽었다. 책은 2016년에 출간된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였다. 2016년은 박근혜 정부가 제4기 내각 출범을 선언했을 때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미투운동이 사회를 휩쓸고, 넷플릭스가 새로 서비스되고, 새로운 방향을 내세운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책에서 비판했던 불안정한 청년고용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흔히들 청춘(靑春)이라 한다. 원기가 왕성한 젊은 시절을 봄이라고 표현한 것이지만, 정작 청년들은 역동적인 청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청년들은 서로를 냉소하거나 지쳐 하는 모습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부터 취준생까지, 청년의 삶은 경기장이었다. 또래들은 경쟁의 시작점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가거나, 떠나는 전철의 막차라도 타려는 듯 고시장에 들어섰다. 2016년에도 공무원이 최고였고, 지금은 더 그렇다. 즉, 우리가 코로나 쇼크라고 부르는 문제들 대부분은 원래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불안한 청년 일자리를 다시 뒤흔들어 놓았다. 통계청은 7월 말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를 졸업하거나 그만둔 뒤 일자리를 못 구하거나 다른 이유로 일하지 않는 청년층(15~29살)이 166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40만명은 그냥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를 주기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지난해보다 9만명 늘어 80만 4000명으로 집계된 것은 청년들이 어깨에 멘 절망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통계자료 자체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실제로 코로나 이후 취업시장이 위축된 건 사실이다. 10대 그룹 중 5곳만 신입 공채를 진행했고, 각종 자격시험이나 공무직 시험이 미뤄져 취업준비생들이 늘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공무원은 최고의 일자리다. 우리는 여전히 '건물주'가 되거나,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 자본을 얻는 것은 한 세대 안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많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는 대부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공시생 규모 추정 및 실태 연구’(2018, 김향덕·이대중)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동기로 직업 안정성은 54.5%, 안정된 보수는 21.3%지만 ‘국가봉사’ 응답은 2.9%에 그쳤다. 당연하지만 특별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없이 그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일자리는 한 개인의 삶에서도, 한 국가의 발전에서도 손실이다.

 

 

 

예고된 재앙


 

각팍한 상황은 수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 9일,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2.5%)보다 7.7%P 낮춘 -5.2%(시장환율 기준)로 전망했다. WB는 이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3배 가량 가파른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 예언했다.

 

유행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염병이 야기한 깊은 불황은 투자 감소, 일과 교육 손실로 인한 인적 자본의 침식, 세계 무역 및 공급 연결의 분열을 통해 지속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책 <코로나 0년 초회복의 시작>은 우리 앞에 펼쳐질 불행한 미래를 먼저 보여준다. 자유주의 경제가 무너진 성곽도시의 시대, 마이너스화된 세계 경제, 독점적 플랫폼이 지배하는 독식 시장, 안정 일터의 소멸, 앞서 말했던 공무원과 자산가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 먼지로 뒤덮는 대기로 대표되는 환경 파국.

 

처음에는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가 빨리 종식된 세상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 시대에 품었던 향수가 사라져만 간다. 불안정한 일자리, 불행한 시민, 건강하지 않은 대기. 정말로 그것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유일한 길일까? 앞서 기술했듯, 코로나바이러스로 드러난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저 원래 있던 것이 두드러지게 보이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전부터 수많은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이미 세계의 성곽 도시화를 경고했었다. 유통업의 극적인 변화는 일반 시민들조차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일상에서 느끼게 되었다. 한때 서점을 수놓았던 미래학 도서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대규모 일자리감소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전조들을 애써 무시하면서 끌어온 시대는 이제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 시대'에 대한 고찰을 가능하게 했다. 그것도 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야를 고찰할 수 있게 했다. 직장인들의 대부분이 자택근무를 경험했으며, 사회경제적 체계와 맞물려 철옹성 같은 교육계조차도 온라인 개학을 감행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일종의 사회실험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위기는 곧 초회복의 기회


 

<코로나 0년 초회복의 시작>은 초회복을 역설한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초회복이란 활동전략의 전환을 통해 손상 이전단계보다 높은 단계로 회복하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동반하며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저자는 헬스장에서 근육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오히려 힘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제대로 된 회복을 하려면 전략을 뒤집어야 한다. 운동량을 크게 줄이거나 멈추면서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뒤집힌 전략이 초회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거칠 수만 있다면 운동으로 저하된 근력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운동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손상 이전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6가지 분야로 나누어 기술된다. 투박하게 묶어보자면, 노동, 일상생활이나 기후위기와 같은 삶의 공간, 교육, 경제, 복지 정도가 될 수 있다. 각 카테고리의 글에는 3~5명의 전문가의 분석과 대안이 담긴 글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글은 짧다면 짧은 분량이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대한 변화와 그에 대한 대안까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기술되어 있어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에 좋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청년' 입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노동 문제, 교육 문제다. 책은 장기근로자들을 위해 세팅되어있었던 시스템을 비판하며, 단기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또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부족해져 가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제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청년 세대의 고통을 이해하는 처지에서 책이 가리키는 노동이슈가 새롭기도 하고, 혁신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탈권위화 되고, 자율적인 노동이 가능한 세계의 청사진은 원격환경 내에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낙관적 상상력 뒤에는 더 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개입 정도가 큰 정부의 출현'뿐 이라는 사실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느끼게 했다. 빅데이터가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시대다. 큰 정부는 우리의 삶을 체계적으로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지만, 빅브라더보다 더 간접적이고 교활한 방법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두 방향에 대해서는 깊게 공감한다. 우리는 '번듯한 직장을 가져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전 시대의 노동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4차 혁명시대에는 이전 세대의 시대정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아주 조심스럽지만, 극적인 혁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만도 없다. 왜냐하면, 정책과 경제구조가 변화한다면 자연스럽게 교육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기술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결코 어떤 의무나 책임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시대가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길 바랐고, 거대한 시스템의 압박 속에서 많은 교사가 교육적 이상을 짓눌러왔다. 이는 반대로 교육 혁신의 환경이 조성될 수만 있다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 원격교육 경험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가진 고유한 특성, 시공간 초월성과 하이퍼텍스트이 활용 가능성이 가지는 교육적 함의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ICT를 활용한 교육은 지식 습득과 아이디어 생성이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고 각각의 선호와 적성에 맞는 교육적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경주가 아닌 화합의 자리로써 존재하는 교실은 어떤 아이를 길러 낼까? 한 아이의 무궁한 가능성을 키워내고 싶은 교사라면 누구도 거부하지 않을 교육적 이상일 것이다.

 

수많은 학자가 상황 적응적 인간을 길러 내는 현재의 교육과정에 우려를 표해왔다. 앞서 말했듯, 교사들이 그런 역할을 자행한 것은 결코 그들의 뜻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 방식으로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을 공허한 곳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 19바이러스를 계기로 함께 변화할 수 있다면, 교육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게 될 것이다.

 

교육이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면, 큰 정부가 지배하는 세계도 그리 두렵지 않다. 시민들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사유방식은 이전 세대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위기의 역설


 

현재 20~30대에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청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 시대에 대응해왔다. 청년들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격렬한 반항도 했으며, 절망을 부추기는 시대에 대한 냉소 어린 미소를 띠기도 하였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얄팍한 행복을 쫓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학습한 것은 정말로 절망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같은 시대의 생존자로서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책은 격렬한 혁신의 파도 속에서 침식하기보다는, 바다에 판자를 하나 깔기를 선택한다. 위태롭고 불안하지만, 어쩌면 우리를 일방적으로 억눌러오고 괴롭혀왔던 세계를 횡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변화의 흐름에서 주체성을 획득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성세대가 쌓아온 문제의 희생양도 아닐뿐더러, 얄팍한 안정을 안겨주는 환상에 잠길 필요도 없다.

 

시대를 이끄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힘이다. 각 자리에서 침식 대신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조력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부조리를 느껴온 세대는 부조리를 극복할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초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강인하고 진취적인 자세다. 우리의 노력으로 어쩌면 시대는 역동성을 회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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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0년 초회복의 시작

파국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의 상상력

 

 

기획

LAB2050

 

저자

이원재 · 최영준 외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출간일

2020년 9월 5일

 

쪽수

356쪽

 

가격

17,800원

 

분야

정치사회

 

ISBN

979-11-90030-65-6 03300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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