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기억이 소중함을 잊지 않길 - Finding Paradise [게임]

지그문트 요원이 되어 떠나는 기억 여행, 그 두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20.09.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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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내 마지막 소원이니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 To the moon [게임]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장르| 어드벤쳐


제작| 프리버드 게임즈


출시| 2017. 12. 14.

 

등급| 미분류


가격| 10,500원

 

 

    

Finding Paradise 소개


 

전작 ‘투 더 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리버드 게임즈가 내놓은 후속작이자 지그문트 시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 ‘파인딩 파라다이스’. 이는 프리퀄인 ‘어 버드 스토리’와 이어지는 내용으로 여기서 등장한 소년(콜린)은 이후 ‘파인딩 파라다이스’의 지그문트 서비스 의뢰인이 된다. *지그문트 서비스 : 임종 직전의 사람들에게 기억 조작을 통해서 일종의 소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서비스.

    

앞서 이야기한 '투 더 문'의 스토리와 플레이 방식만 차별화되었을 뿐, 대부분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감동적인 OST로 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Time is a place’, ‘The scale theme’, ‘Wish my life away’ 등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OST를 선보이며 또 한 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에피소드 1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있는 비극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던 것에 반해 에피소드 2는 현실적인 상황에 있는 한 남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파인딩 파라다이스’의 경우 ‘기억 여행’이라는 같은 소재를 이용했음에도 완전히 색다른 스토리와 구성을 선보이며 그 가치를 입증하였다. 그 덕분에 여전히 호평받는 RPG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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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뀐 플레이 방식


 

플레이어는 지그문트의 기억 여행 요원이 되어 주인공 ‘콜린’의 기억들을 마주하게 된다. 기존에 기억을 거꾸로 거스르던 방식과 다르게 가장 최근의 기억과 가장 오래된 기억이 교차하는 나선형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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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억의 파편’을 모아 기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인 ‘기념물’을 찾는 방식은 같으나 다섯 개로 제한이 걸려 있지 않다는 차별점도 있다. 이번에는 퍼즐 난이도를 더욱 낮추고 그 대신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캐릭터 스위칭, 전투 등의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비록 이를 플레이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평에 그쳤지만 말이다.

 

 

 

의뢰인 콜린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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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버드 스토리’에서 홀로 외로이 시간을 보내던 소년, 콜린. 그는 어느 날 오소리에 쫓기고 있던 새를 구하게 된다. 다친 새를 치료하다가 정이 들어버린 그는 어느새 그 새를 친구로 여기게 된다. 더는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우연한 사고로 인해 새를 잃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파인딩 파라다이스’에서 그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그는 항공조종사라는 꿈을 이룬 후 은퇴하여 남은 인생을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후회 없는 삶을 이뤄드리겠습니다.”라는 지그문트 사의 광고를 접한 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 후회되는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임종을 눈앞에 두고도 지그문트 서비스를 의뢰할지 말지 계속해서 망설인다. 결국, 아내의 만류에도 서비스를 의뢰하게 된다.

 

콜린은 자신은 행복했음에도 몇 가지 후회가 남는다며 “내 삶에서 가능한 한 최소한을 바꾸어 충족할 만한 삶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을 빈다. 심지어 무엇을 바꿀 때마저 가족들과 관련된 기억은 온전하게 보존해 달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의뢰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지그문트 사의 요원들에게까지 말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어렵고 복잡할까? 차라리 조니의 “달로 보내주세요.”가 훨씬 간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이를 알리지도 않으려 하니 엄청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이번 의뢰를 맡은 닐과 에바(‘To the moon’에 등장하는 기억 여행 요원들)는 그의 기억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 답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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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의 상상 친구, 페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원들은 콜린이 말했던 후회의 기억들을 바꿔놓던 중, 페이라는 여자가 그의 기억에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실마리가 있다고 느낀 그들은 다른 요원에게 페이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을 듣게 된다.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며, 콜린이 어린 시절 앓았던 조현병으로 인해 탄생한 '상상 친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장 그의 소망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라 여겨지는 그녀를 없애려던 요원들. 그러나 그들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오히려 시스템을 건드리며 방해하는 그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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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은 닐은 "페이를 통해 콜린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콜린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녀가 아닌 자신들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말이다. 결국, 요원들은 페이에게 최종 관리자 자격을 넘기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과연 닐은 무엇을 깨달았길래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까? (그 이유는 뒷부분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소원을 이뤄준 사람


 

본론부터 말하자면 페이는 지그문트 서비스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콜린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기계의 역할을 한 게 바로 그녀였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 새가 떠난 이후 찾아온, 외로웠던 그에게 첫 번째 친구가 되어준 그녀. 그녀는 혼자가 싫어서 누군가가 곁에 있어 주길 바랐던 그의 소망을 이뤄주었다.


그녀는 그와 항상 함께하며 그가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를 떠나며 항상 지켜보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 역시 그녀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보내주었고, 더는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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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네 덕분에 내가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고...

네 덕분에 내가 첼로를 계속 연주할 수 있었어.

...네가 음계 연습도 가르쳐 줬고."

 

페이


"아니, 콜린...

나는 네가 모르는 걸 가르쳐 줄 수도 없고,

네가 하기 싫어하는 걸 하게 할 수도 없어.

...네가 항상 원했던 건 누군가 네 곁에 있어주는 것이었겠지.

그게... 나 같은 사람일지라도 말야."

 

 

페이의 도움을 통해 콜린은 많은 것을 이뤘다. 원하던 직업, 사랑하는 가족, 안락한 노후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낸 그였다. 그에게는 아쉬울 게 없었다. 애초부터 지그문트 서비스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던 거다.

 

 

 

모든 걸 망가뜨린 지그문트


 

평소와 같이 즐거운 일상을 보내던 콜린. 그러나 그는 지그문트의 광고를 접한 후,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 와중에 더 만족스러운,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속삭임은 그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지그문트에 의뢰를 하게 된 그. 그는 작은 후회들까지 바꿈으로써 자신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기억하길 바란다. 조그만 후회마저 인생의 한 부분이며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걸 망각하게 된 것이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그가 만들어진 것임에도 말이다.

   

 

 

닐이 페이를 선택한 이유


 

지그문트 서비스와 페이 모두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페이는 어린 시절 콜린의 소원을 이뤄주었고, 지그문트 서비스는 죽기 직전 콜린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는 지그문트로 인해 거짓된 삶을 바라게 되었다. 그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면 이는 상상할 수도 없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물론 그가 원했던 바도 아니겠지만, 일평생을 함께한 가족들 그리고 페이에게도 아닐 것이다.

 

기억 여행을 하면서 모든 걸 깨달은 닐은 이를 해결할 인물로 페이를 선택한다. 먼저 지그문트 서비스와 같은 역할로써 보았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그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난관을 해결함에 있어 지그문트에 소속되어 있는 자신들보단 그녀가 적격이라 생각했겠지.

 

또한 그녀는 그의 모든 인생을 지켜보고 응원한 친구이자 또 다른 그이다. 페이가 바라는 선택은 즉, 그가 바라는 선택일 것이다. 그가 자신을 떠나서도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랐던 그녀라면 그의 진정한 소원을 이뤄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 것이다.

 

결국, 닐의 선택은 옳았다. 페이는 지그문트와 관련된 기억만 지우고 이외의 것들은 온전히 남겨 놓았다. 그래야 그가 살아온 인생 그대로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콜린은 지그문트 따윈 모르는 채로 삶을 마무리 하게 된다. 그 덕분에 행복하게 눈을 감으면서 말이다. 정말로 깔끔하고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페이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아직도 후회하는 게 남아있어?"

 

콜린

 

"후회라...

...그럼, 엄청 많지.

그래도... 괜찮아.

내가 놓친 기회든, 실수든, 바라기만 했던 것들이든...

뭐, 그것들도 내 삶의 일부였고...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은 그 덕분이야.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가진 것들은...

세상 그 무엇을 준대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해."


- 콜린이 죽기 전 페이와의 마지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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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에 대하여


 

한 남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파인딩 파라다이스’. ‘낙원을 찾아서’라는 뜻을 가진 제목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이야기, 그로부터 얻게 된 조언들을 되새기면서 나의 인생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후회’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어찌 그에 대해 모두 만족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후회할 때가 많다. 종종 내가 이렇게 했다면 혹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찾아왔을지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과거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의 아쉬움을 날려 보낼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틀림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마치 콜린처럼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행동도 모두 ‘나’, 즉 내가 내린 결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행동이다.

 

그런데 이를 조작한다면 내가 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그러니 후회 역시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 내가 내린 최선의 방안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그저 위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모든 기억들은 그 자체로 소중해


 

 

콜린이 지우고 싶던 기억은 추억이었고, 그 추억들은 쌓여서 그의 인생을 완성했다.

 

 

전작의 경우 지그문트 서비스의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단점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다. 지그문트로 인해 거짓된 소망을 품게 된 콜린. 그는 자신의 기억을 조작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은 통째로 부정당했을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조작될 기억들 속 콜린의 의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존재하기에 아름다운, 그 자체로 소중한 기억들을 고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우리의 기억은 지울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기에 더욱 빛나는 건데 말이다.

 

이처럼 '파인딩 파라다이스'에서는 '기억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콜린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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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내용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워서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힘들었다.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인생의 마지막으로 가서 과거를 되돌아보기에는 무리였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어렴풋이 느낀 콜린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온갖 밝은색으로 채워진 감정들이 요동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너무 따뜻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죽기 전 행복하게 눈을 감는 그의 감정은 아마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간만에 푹 빠졌던 시리즈였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치고 가서 그런지 여전히 거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당분간은 OST를 돌려 들으며 감성에 젖어있을 것 같다.

 

다음 시리즈는 언제쯤 나올까? 지그문트 요원으로서의 세 번째 기억 여행을 고대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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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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