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함에 대한 고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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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좋아하는 것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20살이 된 해 2월, 6살쯤 다녔던 미술학원에서의 경험이 불현듯 떠올라, 갑자기 미술을 시작해야겠다며 그렇게 미술과 디자인을 배운지 어언 5년 차다. 갓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좋아해 시작하게 된 미술(이하 디자인)은 그 이후, 내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삶은 전혀 다른 삶인 것 같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이니 그럴 수 있지 않겠냐고 할 수 있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다. 나에게 디자인을 빼면 0이 되는 공식처럼 어쩌면 좋아해서 시작한 디자인은 나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좋아해서 시작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색해졌다. 알코올을 손등에 바르면 금방 날아가는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의 좋아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이 디자인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술은 고통이라는 듯 업의 본질 탓에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지, 너무 치열해서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는 업계의 현실 탓일지. 그도 아니라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가끔 하는 이야기처럼, 좋아하는게 업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딜레마 같은 것으로 치부해야 할지.
생이 끝날 때까지 디자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달리, 업계의 수명은 그리 녹록지 않아 언제까지 이 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휘발되어버린 좋아함의 감정을 되찾고 싶다기보단, 좋아해서 시작한 일에 처음 같은 좋아함이 더는 없을 때, 도대체 좋아함이란 얼마나 오래 가는 것인지 궁금한 요즘이다.
급변하는 세상,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구하려고 하면 보인다더니,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전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바이브 컴퍼니의 부사장 송길영의 세바시 강연이 눈에 들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변화의 내용을 온전히 예측하지 못할 만큼 빨리 변하는 시대의 혼란 속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가 강연을 관통하는 물음이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일종의 제안이며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이었다.
임영웅을 좋아하는 시니어 세대의 팬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임영웅이 찍는 광고의 개수만 봐도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송가인의 등장으로 활발히 시작된 이 시니어 세대의 팬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지표가 보여주길, 이제 막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가 수집한 데이터에 의하면 세상의 변화가 크게 세 가지, 분화하는 사회, 장수하는 인간, 비대면의 확산이 세 가지 축으로 급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물었다. 불과 5년 만에 이렇게 빨리 바뀐 사회에서 현기증 나도록 혼란스러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제가 보기에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떠올려야 할 것 같아요. (중략) 하지만 우리는 압력, 또래, 집단에서 나오는 새로운 인풋으로 내 꿈을 잃고 사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찾기보다는 기억해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분화하는 사회, 장수하는 인간, 그다음에 비대면의 확산, 인공지능 자동화, 이 모든 것들은 상당히 일어날 거에요. 그렇게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날 부분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어요. 다만 이제 이렇게 바뀌는 사회 속에 내가 휩쓸릴 것인가. 나만의 가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선택해 내가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이유로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때가 되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타인의 꿈을 탐색하거나 가져올 것이 아니라, 내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중략) 그러니까 지금 시작하세요."
-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내 목소리를 내고, 내 관심을 드러내고, 좋아하는 것을 많은 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된 요즘, 송길영 전 부사장의 말은 깊이 공감됐다. 사람들은 이제 좋아하는 거로 글도 써서 책을 내고, 좋아하는 거로 유튜브를 해서 수익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빌보드 차트를 1위를 하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그렇다면 이미 좋아하는 걸 하고 있지만 좋아함이 시시때때로 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했지만, 어떻게 좋아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온전히 좋아하는 사람의 몫임을 안다. 하지만 처음 좋아하던 그 마음 그대로 오랫동안 이어가긴 쉽지 않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니 남이 바라는 가치를 좇아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것이 중요함을 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가치를 어떻게 계속 끌고 이어나갈 것인가.
결국은 어떤 좋아함도 좋아하는 건 맞다
고민이 해결될까 싶어 본 강연을 다 본 후, 또 다른 고민이 늘었을 때, 또 우연히 <월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가 출연한 TV 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출연한 방송은 [아무튼 출근]. 그녀의 클립 영상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사실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번뇌로..."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잖아요, 좋아서 하는 일도 업이 되면 번뇌가 크잖아요. 그래도 다른 일보다 글쓰기를 하면서 괴로운 게 덜 괴롭다는 느낌이 있어서 하는 것 같아요. 주중에는 절대 약속도 못 잡고, 실제로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오늘 밤엔 무슨 얘기를 써야 하잖아요, 그 압박감이 항상 돌덩이처럼, 근데 이 돌덩이와 함께 살아가는 게 익숙해요."
- 작가 이슬아
결국 시시각각 변하는 좋아함의 형태가 돌덩이가 될 때도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좋아함을 대하는 태도일까. 좋아하냐, 좋아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의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미 좋아하는 것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겐 좋아함에 대한 조언이 절실하다.
어쩌면 진짜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오만가지 고민과 애증 등 감정의 정체성이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던져 버리지 않고 디자인을 해오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앞선 돌덩이를 비롯해 디자인에 대해 시시각각 변하는 내 감정 전부 좋아함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그렇게 변하는 좋아함을 매번 새롭지만 묵묵히 이어가는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나를 진득히 좋아하지 못하는 성향이라면
다만, 나는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매우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즉, 하나만 오래 좋아하는 걸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하나 진득하게 좋아하진 못하지만 두루두루 매번 다른 걸 새롭게 좋아할 줄 아는 내 성향 때문도 조금 있어 보인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함에 대한 고찰을 다음 글에서 이어나가려고 한다. 특히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시각에서 고민하며 좋아함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끈기 있게 변화하는 내 좋아함을 무색하지 않게 해주길.
[고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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