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말하는 소리 없는 예술, 타투 [문화 전반]

대화 없이 나를 증명하는 표식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9.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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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한참 동안 뒤적인다. 꼭 내가 찾는 콘텐츠는 없더라, 하는 마음으로 뒤적거리다 보면 흥미로운 제목과 표지가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심심할 때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볼만한 콘텐츠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20분 내외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콘텐츠로, 아름다움, 정치적 올바름, 영원한 삶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질문과 답을 던진다. 그중에서도 아주 흥미로웠던 영상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시즌 1의 '타투의 세계'편. 이 편에서는 타투의 오랜 역사부터 현대에 이르러 타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시간의 흐름대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최근 타투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영상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3명 중 1명 꼴로 타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타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고, 굉장히 다양한 디자인과 기법이 쏟아져 나와 현대인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타투에 대한 인식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어둠'의 상징과도 같은 것으로, 질 나쁘고 유해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타투의 시작은 어떠했던 것일까 궁금해진다. 정말 타투는 나쁜 것일까? 그렇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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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타투의 역사는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날 수 있다. '타투의 세계'에서는 타투가 과거의 원주민들의 성년식, 조직에 대한 소속, 영적인 힘에 대한 표식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열악한 도구로 인해 상대적으로 새기기 쉬운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그들의 삶을 둘러싼 주변 환경, 즉 자연에 대한 그림을 주로 새겨갔다. 이를 통해 각자 소속된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담은 표식으로써 소속감을 넘어 그들만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선대를 기억하고자 하는 지대한 의미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원주민들의 세계에 낯선 유럽인들이 발을 딛는다. 그들은 원주민들의 땅을 점령하고, 전통 타투를 금지한다. 피부에 새겼던 타투를 지워버림으로써 힘과 믿음, 역사와 조상을 원주민들의 삶에서 삭제한다.

 

한편, 일본에서 타투는 오랫동안 범죄자의 낙인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낙인을 덮는 장식용 타투가 많아지자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전신을 마치 캔버스처럼 사용하는 일본의 대표적 타투 '이레즈미'가 크게 유행한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몇 년 이상이 걸리는 '이레즈미'는 밝은 색상을 주로 사용하고,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커다랗고 과장된 이미지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는 구름이나 파도와 같은 자연 요소를 그려 넣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타투 역시 일본 정부에서 금지하게 되는데, 이를 어기고 자신의 힘과 위험성을 드러내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자 했던 이들이 타투를 이어가게 된다. 이 대목에서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자리 잡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투를 범죄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만 여겼지, 이것에 어떠한 역사가 깃들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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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이야기에 특별히 끌렸던 것은 사실 내가 타투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타투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개인에게 있어서도 여러 이유가 섞여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처음 타투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는 조금 더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영상 속 타투를 한 사람들의 인터뷰에서도 나오지만, 아무나 함부로 하지는 않는 것, 아픔을 견뎌냄으로써 보일 수 있는 강함에 대해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나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어렸을 적의 생각이었고, 지금은 패션의 일종으로 취급한다. 나를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이기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성인이 되자마자 달려가 새긴 작은 레터링 타투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큰 의미가 있는 단어는 아니었는데 의미야 새기고 난 후에 가져다 붙이면 그만이었다. 그만큼 지대한 의미 부여 없이 정말 나를 꾸미는 일종의 악세서리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신중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 고민한 결과라는 것을 명시한다.) 다만 걱정되었던 것은 부모님의 반응이었는데, 생각보다 미적지근하게 마무리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이해해주시는 분들이라는 게 아주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었다.

 

어쨌든 나는 억지로 지우지 않는 이상, 절대 사라지지 않을 글자를 몸에 지니게 되었다. 그 후에는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그림도 추가되었다. 역시 큰 의미는 없다. 내가 한 타투는 크게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종종 신기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는 '이런 거' 안 할 것 같은 내가 하고 있어서, 타투에 관심은 있지만 섣불리 해볼 생각은 해본 적 없어서, 정도가 되겠다.

 

그래서 내게 묻는 질문도 거의 비슷하다. 얼마나 아픈지, 또 할 생각이 있는지, 왜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인지. 글자의 뜻이나 그림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면 조금 민망하기는 하다. 특히 내가 새긴 레터링은 'fearless'라는 영문 단어인데 '두려움이 없는'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내 입으로 말하자니 괜히 대단한 다짐과 신념이 있어서 '새기기까지' 한 것처럼 보일까 괜스레 뻘쭘한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어도 사실 김 빠지는 대답 밖에는 해줄 수가 없다. '그냥', 혹은 '예뻐서'라고 말이다.

 

적지 않게 이런 질문도 많이 받는다. 후회하면 어떡하려고? 나는 사실 이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면서도 알 것 같다. 그러나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식의 후회를 말하는 것인지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취향이 변해서, 혹은 직장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모르긴 몰라도 이 질문의 기저에는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결국은 진지한 답변을 피하고 만다.

 

의미 없이 새긴 타투라고 말했지만, 결국은 내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타투는 소속되기 위해 표식을 새겼던 원주민들의 시대에서 발전되어 개인의 개인에 대한 소속, 즉 존재감에 대해 드러내는 하나의 태그가 되었다. '나'를 드러내는 세상의 수많은 방식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또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너무도 좋은 수단이기에 수많은 연예인들의 타투가 화제가 되기도 하며 화보 촬영을 위해 타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세상은 변했고, 타투의 세계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타투를 예술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타투 박람회가 열리고, 타투를 통해 자신 고유의 예술적 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타투를 하나의 예술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추세에 따라 세상의 인식 역시 바뀌어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마치 옷을 입고 피어싱을 하듯이, 특정 브랜드의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만을 사용하듯이, 한 가지 색깔의 소품만을 사들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듯이 수많은 자기표현 방식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물론! 내 몸에 영원히 남는 표식인 만큼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타투가 그 무엇에 비해서도 사람들에게 매력 있는 것으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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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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